[기획 ②] [대한민국은 어쩌다 담합공화국이 되었나] ‘수십 년째 반복된 담합’…왜 끊이지 않나

체크Focus / 김은선 기자 / 2026-03-20 16:00:50
4조원대 담합에도 과징금 1% 수준 그쳐…피해 대비 낮은 제재
과점 구조 속 ‘걸려도 남는 구조’ 고착…담합 반복 부추겨

밀가루·설탕·전분당 등 식품 원재료 시장에서 대형 담합 사건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삼겹살 유통과 교복·빙과류·드라이아이스 등 생활 밀착 산업에서도 가격 담합이 반복되면서 한국 사회 곳곳에 ‘담합 카르텔’이 퍼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는 [대한민국은 어쩌다 담합 공화국이 되었나] 기획을 통해 생활 물가 뒤에 숨은 담합 실태와 반복되는 구조적 원인을 짚고 개선 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국내 식품 원재료 시장에서 담합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과점 구조와 낮은 처벌 수준이 맞물린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설탕·밀가루·전분당 시장은 소수 기업이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형적인 과점 구조다. 설탕 시장은 상위 3개사가 90% 이상을 점유하고, 제분 시장 역시 주요 7개 업체들이 시장을 나눠 갖고 있다. 전분당 시장도 주요 4개 업체가 약 90%를 차지하며 사실상 가격 결정력이 집중된 구조다. 

 

▲담합과 과징금의 불균형 이미지/이미지=생성형AI이미지

 

이처럼 경쟁이 제한된 시장에서는 가격을 사전에 조율할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 4조 담합에도 과징금 1%…‘솜방망이 제재’ 반복

담합의 반복성은 과거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2000년대 초반 제분업체들이 밀가루 가격과 공급 물량을 사전에 조율한 약 4조1000억원 규모 담합 사건이 적발됐다.

 

당시 담합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최소 4000억원에서 최대 8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카르텔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통상 관련 매출액의 15~20% 수준으로 본다.

그러나 제재 수준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부과한 과징금은 매출액의 약 1%에 그친 434억원 수준이었다. 이마저도 담합에 참여한 업체들이 나눠 부담하는 구조였다. 결국 개별 기업이 실제로 부담한 금액은 피해 규모에 비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공정거래위원회/사진=토요경제

설탕 시장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90년대 초반부터 2007년까지 무려 약 15년이나 이어진 담합으로 수조원대 매출이 발생했지만 과징금은 약 51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당시 제당업체들의 매출이익률은 40%를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의 경우 매출이익률 46~48%까지 찍는 기염을 토했다.


◆ “걸려도 남는다”…담합 부추기는 과징금 구조

 

소비자의 피해 속에 반복되는 담합은 현행 과징금 체계가 담합 억제에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공정거래법상 담합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부과할 수 있지만, 실제 기업이 얻는 이익 규모를 고려하면 억제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담합이 수년간 지속될 경우 이익이 누적되는 점을 감안하면 과징금이 부당이득을 충분히 상쇄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담합으로 얻는 이익보다 처벌 비용이 낮은 구조에서는 유사 행위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불법 담합으로 누적 매출 이익 30%를 올렸다면 적발되더라도 최대 20% 과징금을 부담하는 구조는 위험 대비 수익이 남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과징금을 내도 10%가 남는 구조인 것이다. 

 

형사처벌 역시 실효성이 제한적이다. 담합 사건에서 경영진이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개인 책임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평가다. 담합이 기업 차원의 전략으로 작동하는 상황에서 개인 처벌이 약하면 재발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국 2000년대 초반으로부터 20년이 훌쩍 넘은 2026년인 현재도 불법 담합 구조는 변한 것이 없다. 과점 시장 구조와 낮은 처벌, 제한적인 적발 위험이 결합되면서 ‘걸려도 남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분석이다.

 

빵·라면·제과·빙과류 등 원재료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는 업계 복수 관계자들은 “(제품마다 다르지만)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부담이 누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완제품 업체들은 사실상 ‘슈퍼 을’에 가까운 위치”라고 말했다. 

 

이어 “담합 문제로 정부(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과징금을 부과했고, 중요한 원재료 중의 하나라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 기사에서는 해외 주요국 사례를 통해 담합을 억제하는 제도적 해법을 살펴본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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