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어가 띄운 지역항공 실험…사천 하늘길이 다시 넓어졌다

산업 / 황세림 기자 / 2026-06-23 13:44:47
김포~사천 하루 4회 왕복 운항…소형공항 중심 ‘지역항공 모빌리티’ 가능성 주목
ATR 72-600 신조기 투입, 울릉도·흑산도·백령도 등 섬 공항 확장성도 과제
▲ 섬에어 항공기 [섬에어]

지역항공사 섬에어가 지방공항의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대형 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들이 수익성 높은 대도시·관광 노선에 집중하는 사이, 섬에어는 김포~사천 노선을 시작으로 지역과 수도권을 잇는 생활형 항공 인프라를 내세웠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지방공항과 섬 지역 이동 문제를 항공으로 풀겠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시도다.

섬에어는 지난 3월10일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운항증명(AOC)을 취득했다. AOC는 항공사가 상업 운항을 하기 위해 안전관리, 운항, 정비, 인력 체계를 갖췄는지 검증받는 절차다. 신생 항공사 입장에서는 본격 운항을 위한 가장 중요한 관문이다.

이후 섬에어는 김포~사천 부정기편을 거쳐 3월30일부터 정기편 운항에 들어갔다. 현재 김포~사천 노선은 매일 4회 왕복 운항된다. 김포발 사천행은 오전 7시20분, 10시50분, 오후 2시20분, 5시50분으로 배치됐다. 사천발 김포행도 오전 9시5분, 낮 12시30분, 오후 4시5분, 7시35분에 운항한다. 당일 출장과 당일 귀경이 가능한 시간표다.

이 노선의 의미는 단순히 항공편이 하나 늘어난 데 있지 않다. 사천은 우주항공산업 거점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비롯한 항공·방산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이 자리 잡고 있다. 수도권과 서부 경남을 잇는 이동 편의가 개선되면 기업 출장, 산업 교류, 관광 수요가 동시에 늘어날 수 있다.

섬에어가 내세우는 차별점은 ‘큰 노선’이 아니라 ‘필요한 노선’이다. 기존 항공사들이 이미 경쟁 중인 김포~제주 같은 대형 노선이 아니라, 철도와 도로만으로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지역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지방공항의 낮은 이용률과 지역 이동 불편을 동시에 겨냥한 전략이다.

기종 선택도 이 전략과 맞물린다. 섬에어 1호기는 ATR 72-600이다. 72인승 터보프롭 항공기로, 대형 제트기보다 좌석 수는 적지만 짧은 활주로에서 운항할 수 있다. 울릉도, 흑산도, 백령도처럼 활주로 길이가 제한적인 소형 공항 취항을 염두에 둘 수 있는 기종이다. 섬에어가 지역항공 모빌리티를 표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터보프롭 항공기는 대형 제트기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단거리 노선에서는 경제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1시간 안팎의 국내 지역 노선에서는 운항비와 좌석 규모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수요가 크지 않은 지역에 대형기를 띄우면 탑승률 부담이 커진다. 반대로 소형기를 투입하면 수요에 맞춘 운항이 가능하다.

섬에어는 사천을 시작으로 울산, 제주, 대마도, 울릉도 등으로 노선 확장을 구상하고 있다. 계획대로 노선망이 확대되면 단순 항공사가 아니라 지역 간 간선망을 보완하는 항공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특히 울릉공항 개항 이후 섬 지역 접근성 개선은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물론 과제도 분명하다. 항공사는 안전과 정시성이 최우선이다. 신생 항공사가 시장에 안착하려면 안정적인 운항 기록을 쌓아야 한다. 탑승률도 관건이다. 지방 노선은 초기 관심이 높아도 지속 수요가 확인되지 않으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유가와 정비비, 인력 확보 역시 부담 요인이다.

그럼에도 섬에어의 등장은 긍정적이다. 국내 항공시장은 오랫동안 대형 공항과 인기 노선 중심으로 움직였다. 그 결과 지방공항 상당수는 낮은 이용률과 제한된 노선 문제를 안고 있었다. 섬에어는 이 구조에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대형 항공사가 채우지 못한 빈틈을 소형 항공기와 지역 맞춤형 노선으로 메우겠다는 것이다.

지역항공의 성공은 단순히 한 항공사의 성장만을 뜻하지 않는다. 지방공항이 살아나면 지역 산업과 관광도 움직인다. 수도권과 지방의 시간 거리가 줄어들면 기업 활동과 생활권도 달라진다. 김포~사천 노선은 그래서 작은 노선이지만 의미는 작지 않다.

섬에어의 실험은 이제 막 시작됐다. 관건은 노선 확장보다 안정적인 운항과 수요 증명이다. 김포~사천에서 성공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면 울릉도와 흑산도, 백령도 같은 섬 공항으로 이어지는 지역항공의 새 길도 열릴 수 있다. 섬에어가 띄운 것은 항공기 한 대가 아니라, 지방과 섬을 다시 연결하려는 새로운 항공 인프라의 가능성이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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