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국감의 힘은 호통이 아니라 사실에서 나온다

오피니언 / 임종호 기자 / 2026-10-01 13:21:09
기업 책임은 엄격히 묻되 망신주기보다 제도 개선을 남겨야
▲ 조봉환 토요경제신문 발행인 겸 대표이사

국정감사에서 기업의 책임은 엄격하게 물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인을 불러 세워 망신을 주거나 답을 정해놓고 몰아붙이는 방식은 국감의 힘을 오히려 떨어뜨린다. 질문은 매서워야 하지만 근거는 정확해야 한다. 기업 증인은 국회의 권위를 보여주는 대상이 아니라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부르는 사람이어야 한다.

오는 6일부터 시작되는 올해 국감에도 기업 관계자들이 대거 출석한다.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김범석 대표를 부른다. 해외 모회사로의 자금 이전 구조와 국내 과세·원천징수의 적정성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윤구 구글코리아 사장은 법인세와 조세 문제, 김종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은 수출입은행 보유 지분 매각과 민영화 문제, 김종화 SK에너지 대표는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업계 영향을 설명해야 한다. 대방그룹 구교운 회장도 공공택지와 개발이익 관련 질의를 받는다.

국토교통위원회는 딩하이미아오 BYD코리아 대표와 서영득 테슬라코리아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자동차 소비자 보호와 운전보조장치 안전성이 쟁점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는 최주희 티빙 대표와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정보보호 책임자들이 나온다. 개인정보 유출과 통신 보안 문제를 따져보기 위해서다. 구글코리아와 메타코리아, 토스페이먼츠, 애플코리아 등 플랫폼·빅테크 관계자들도 출석 대상에 포함됐다.

하나같이 국민 생활과 산업에 직접 연결된 사안이다. 제대로 물어야 한다.

다만 국감은 재판정이 아니다. 증인석에 앉았다고 잘못이 확정된 것도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자료와 숫자로 확인하고, 책임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따지면 된다. 반대로 문제가 확인되지 않았다면 그 역시 사실대로 정리해야 한다.

국회가 증인을 부를 수 있는 권한은 강하다. 현행법은 증인 신청 때 신청 이유와 국정감사 안건과의 관련성을 적도록 하고 있다. 국정감사 과정에서도 대상 기관의 기능과 활동이 현저히 저해되지 않도록 주의할 의무를 두고 있다.

강한 권한일수록 절제가 필요하다.

기업인을 국감장에 불러놓고 몇 초 안에 답하라고 재촉하거나, 답변 기회를 제대로 주지 않은 채 단정적인 표현을 쏟아낸다면 국민에게 남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장면이다. 고성을 지르고 호통을 치는 장면은 방송에는 잘 잡힐지 몰라도 산업과 정책의 문제를 푸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 역시 국감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면 왜 사고가 났는지, 세금 문제가 있다면 어떤 구조인지, 소비자 안전에 의문이 제기됐다면 무엇을 개선할 것인지 책임 있게 설명해야 한다. 국감 출석은 기업 경영자가 국민에게 직접 답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국회와 기업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같은 원칙이다.

국회는 사실을 묻고 기업은 사실로 답해야 한다.

잘못이 드러난 기업을 감쌀 이유도 없고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죄인 취급할 이유도 없다. 국정감사의 품격은 기업인을 몇 명 불렀느냐, 얼마나 거세게 몰아붙였느냐에서 나오지 않는다. 국민이 몰랐던 사실을 얼마나 밝혀냈고 제도와 산업을 얼마나 개선했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

올해 국감에서 보고 싶은 것은 호통이 아니라 답이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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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호 기자 안녕하세요. 토요경제 임종호 편집국장입니다. 경제·산업의 주요 이슈를 깊이 있게 해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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