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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전 태국 <휴먼 리소스> 나와폰 탐롱라타나릿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토요경제> |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한국과 동남아시아의 문화 교류가 과거에 비해 활발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시아 영화는 여전히 한국 관객들에게 낯설다. 기자는 올해로 30돌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감독들을 만났다. 그중 다수의 국제영화제 수상 경력을 지닌 태국의 대표 감독 나와폰 탐롱라따나릿을 만나 그의 영화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그의 작품 <휴먼 리소스>는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부문에 초청된 작품으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직장인 여성들의 삶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사회 시스템에 의문을 품지만 결국 순응하며 살아가는 개인들의 불편한 현실을 따뜻하게 응원하는 영화다. 한국과 동남아시아 영화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이번 인터뷰에서, 나와폰 감독은 자신만의 시선으로 여성과 사회를 바라보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Q. 영화에서 건축물과 실내 인테리어를 활용한 화면 구성이 독창적이었다. 이러한 연출이 영화의 주제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시각적으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실제로 방콕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진짜 태국 사무실을 그대로 재현해, 사무실 안에서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과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표현하려 했다.
Q. 영화의 색감(컬러 그레이딩) 또한 인상적이었다. 차분해 보이지만 그 속에서 요동치는 주인공의 심정을 반영한 것 같았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화면은 차분해 보이지만, 실제 주인공의 내면은 결코 차분하지 않다. 겉으로는 고요하지만 내면에서는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담고 싶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주변 상황 때문에 해야만 하는 현실 속에서 요동치는 마음을 표현하려 했다. 배우들에게도 겉으로는 차분하되, 그 안의 불안과 긴장을 고스란히 담아내도록 주문했다.
Q. 이번 영화에 감독 본인의 경험이나 태국 사회에서 느낀 점이 반영됐는가?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겠지만, 태국 사회는 법과 규칙, 제약이 많다. 이는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 경제적·정신적 부담을 남긴다. 태국 사회는 제도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개인이 시스템에 맞추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순응한다고 해서 완전히 편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불편한 상태에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 그 구조와 긴장을 영화 속에 담았다. 그리고 그런 개인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영화에 담고자 했다.
Q. 남성 감독으로서 여성영화를 연출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특별히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남성 감독이 여성영화를 연출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나는 이전 작품들에서도 대부분 여성 주인공을 다뤄왔다. 임신, 가족, 새로운 생명을 맞이하는 상황 등 여성적 경험을 민감하게 표현하려고 신경 썼다.
특히 임신과 출산처럼 남성으로서는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영역은 주변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중요한 것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답을 제시하기보다 관객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내 철학이다.
Q. 앞으로의 작품 계획은 무엇인가?
한국, 일본 등 다른 나라 배우와 협업해보고 싶다. 또한 ‘마음속에 질문을 던지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관객이 스스로 답을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가 나의 철학이다. 실제로 내가 영화를 만드는 이유 중 하나도 질문을 던지고 관객으로부터 답을 얻으며, 인생을 배우고 채워가기 위해서다.
Q. 현재 태국 영화감독들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코로나 이후 관객 수 감소와 스트리밍 플랫폼 확산으로 영화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와 문화 단체의 지원은 제한적이고, 영화 산업 규모가 작아 안정적인 제작이 어렵다. 한국 영화처럼 다양한 장르를 실험하기도 쉽지 않은 구조다.
현지 관객들은 여전히 할리우드와 한국 영화를 선호하지만, 태국 영화만의 독창적 요소, 예를 들어 귀신이나 호러 장르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태국 감독들은 한국 영화의 스토리텔링을 참고하며, 아시아 문화적 공통점 속에서 관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고민한다.
Q. 동남아시아 전체가 공유하는 영화적 정체성이 있다고 보나? 태국 영화가 독자적 영역을 구축했다고 볼 수 있는가?
한국은 한국만의 영화가, 일본은 일본만의 영화가 뚜렷하다. 반면 태국 영화는 아직 개별적인 영역을 확실히 구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시아 영화라는 큰 범주 안의 하위 장르로 존재한다는 느낌이 있다.
한국은 산업 규모가 크고 잘 구축돼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 다른 나라 영화인들이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반면 태국은 규모가 작아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 안정적인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 로맨스 드라마나 영화의 기법을 참고해 배우는 경우가 많다.
Q. 한국과 아세안 영화 협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과 태국, 아세안 국가 간 공동 제작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본다. 공동 투자, 배우 교차 출연, 문화적 요소를 연결한 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협업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미신, 귀신, 시험 문화 등 아시아 국가들이 공유하는 요소를 활용하면 관객이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태국에도 한국의 수능과 비슷한 대학입학시험이 있어, 태국 관객들도 한국의 입시 영화나 드라마에 폭넓게 공감할 수 있다.
Q. 한국 배우 중 앞으로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배우는 누구인가?
김다미, 전도연 배우와 함께 작업하고 싶다. 특히 전도연의 연기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웃음) 아시아 관객에게 전달될 감정과 캐릭터를 구현하는 데 큰 관심이 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나와폰 탐롱라따나릿 감독은 질문을 던지고 관객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게 만드는 영화적 세계를 보여주었다. 현실과 개인, 선택과 질문 사이에서 균형을 탐구하는 그의 시선은 태국 영화가 지닌 독창적 매력을 다시금 확인하게 했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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