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247兆 투자 발표한 SK그룹, 내친김에 재계2위 굳히나?

체크Focus / 장학진 기자 / 2022-05-26 13:02:28
'BBC' 부문에 집중 투자 예고...반도체·소재 현대車와 격차 벌리기 좌우할듯
SK그룹이 247조원에 달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선포하며, 재계 2위굳히기에 들어갔다. 사진은 24일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

 

윤석열정부 출범에 맞춰 대기업들이 신(新)기업가정신 선포식을 갖고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가운데 SK가 삼성 못지않게 막대한 투자계획을 발표, 그 배경과 향후 행보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SK그룹은 특히 지난해 자산 기준 대규모 기업집단 랭킹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2위로 도약한 터라 이 기세를 몰아 선두 삼성을 맹추격 하는 동시에 라이벌 현대차와의 격차를 벌리며 2위 굳히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SK그룹은 26일 향후 5년간 무려 24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중 179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고 나머지 68조원을 해외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지난 2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新)기업가정신 선포식에 맞춰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삼성 다음으로 많은 규모다.


이는 현대차 투자규모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63조원을 국내에 투자할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기간 중 발표한 미국 투자액 13억 달러를 포함해도 총 76조여원에 불과하다.


물론 현대차가 이번에 발표한 투자 계획의 기간은 4년이고, 투자금액도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자동차관련 3개 계열사만 합산한 것이란 점에서 그룹 전체의 5년 청사진을 내놓은 SK와 단순 비교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나머지 계열사 투자 계획을 다 합쳐도 SK투자규모에는 훨씬 못 미칠 것이라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만큼 이번 SK의 중장기 투자계획은 그룹 역사상 가장 공격적이고 과감한 배팅이며 그룹차원의 총체적인 투자계획을 공식적으로 내놓은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반도체 부문 강화에 '방점'
16년 만에 SK그룹을 재계 2위 자리에 올려놓은 최태원 회장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들여다보면 반도체 부문 강화에 방점이 찍혀있다. SK그룹을 재계 2위로 만든 주역이 반도체이며,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사업이 다름 아닌 반도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SK는 반도체와 관련 소재 부문에 총 투자 예정액 247조원의 절반이 훌쩍 넘는 142조여원을 배정했다.


그룹의 간판이자 대표적인 캐시카우인 반도체 부문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 더욱 강화하기 위해 자본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SK 반도체 투자의 핵심은 경기도 이천 공장에 이어 용인 원삼지구에 신축에 들어간 제2의 캠퍼스이다. SK가 장기적으로 주력 공장으로 육성할 원삼캠퍼스는 총 투자 규모가 200조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삼성이 자랑하는 평택공장에 버금가는 매머드급 반도체 클러스터다. SK는 용인공장에 팹(FAB) 증설에 그치지 않고 특수 가스, 웨이퍼 등 반도체 소재·부품·장비를 총망라하는 종합 캠퍼스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SK는 반도체(Chip)를 필두로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등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BBC'라인을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배터리는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맞춰 생산 설비를 늘리고 분리막 등 관련 소재 개발과 라인증설에 집중할 계획이다. 바이오 부문은 뇌전증 신약과 코로나19 국내 백신1호 개발 신화의 맥을 잇기 위한 후속 연구개발과 의약품위탁생산시설, 즉 CMO라인 증설에 공격적 투자를 단행할 방침이다.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도 SK가 신경을 쓰는 분야다. 수소, 풍력,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미래산업에 67조4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SK텔레콤을 중심으로 SK가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IT 부문에서도 차세대 6G기술과 AI(인공지능), DT(디지털 전환) 등 다방면에 걸쳐 총24조9000억원을 할당했다.

'압도적 아이템' 부족은 옥의 티
SK그룹의 이번 5개년 투자 계획을 보면 BBC부문이 총 투자액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되는 아이템에 투자를 몰아주는 일종의 선택과 집중의 새로운 그룹의 투자 전략이 내포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것저것 돈되면 다하는 백화점식 비즈니스 체인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소수 영역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SK는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지는 아이템이 부족한 게 옥의 티로 평가된다.


우선 그룹의 사활을 짊어지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SK그룹 전체의 중심이자 대표적인 캐시카우임에 틀림없다. 기술적으로나 생산능력으로나 나름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다만 선두 삼성과는 여전히 큰 격차로 2위에 머물러 있으며, 파운더리 등 비메모리 분야에선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게 SK의 아킬레스건이다. 메모리 위주의 반도체 사업구조로 인해 메모리 시장 변동에 따라 그룹 전체가 흔들릴 위험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이 파운더리 부문에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도 메모리와 비메모리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란 점에서 SK의 한계가 엿보인다는 의미다.


반도체 이전에 그룹의 핵심이었던 이동통신 분야는 국내에선 독보적인 1위이지만, 글로벌 시장 진출에 한계를 드러나며 '내수용'으로 평가절하돼 있다. 그마저도 성장에 한계를 드러내며 정체기에 빠져 있다. 배터리 부문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LG와 '빅3'를 형성하고 있지만 두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팩트가 약한 게 현실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나 현대차, LG 등 경쟁기업과 달리 SK는 글로벌시장을 좌지우지할만한 독보적인 아이템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이번 대규모 투자로 과연 그러한 아이템을 발굴해낼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SK만의 주특기 제대로 살려야
결국 관건은 SK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일이다. 삼성, 현대차, LG 등 국내 경쟁그룹은 물론 세계적인 라이벌기업을 상대로 시장지배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선 '주특기'를 제대로 살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SK그룹의 첨단소재 분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케미컬 기반의 소재는 사실 SK그룹의 모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SK는 실제로 반도체와 배터리에 사용되는 특수 가스, 웨이퍼, 분리막 등 SK의 수 십년 기술개발과 노하우가 결집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아이템이 적지 않다. 이들 소재 및 부품과 최종 완성품인 반도체, 배터리 등을 보다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관련 투자를 더욱 집중한다면 글로벌 시장의 지배력을 대폭 강화할 수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일본과의 소재, 부품 전쟁으로 인해 시장 분위기는 SK에 보다 우호적으로 변한 상태여서 이 부문에 투자역량을 집중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중론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SK가 자산 기준으로 현대차를 제치고 2위에 등극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매출, 종업원 수 등 여러 지표에서 현대차그룹에 뒤쳐져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전제하며 "SK가 명실상부한 재계 2위그룹으로서 면모를 확고히 갖추려면 핵심 사업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룹의 주특기를 잘 살려 글로벌시장을 이끌어갈 압도적 아이템을 육성하고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좀 더 신경을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토요경제 / 장학진 기자 wwrjan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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