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형 답지 않게 만만찮은 'SE', 보급형 시장서 삼성 추월하기엔 2% 부족
애플이 지난 8일(현지시각) 보급형 5G 스마트폰 '아이폰 SE' 새 모델을 전격 공개했다. 거의 2년 만에 선보이는 보급형 모델이다. 애플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본사 애플파크에서 온라인으로 공개행사를 전세계에 생중계 했다. 보급형 5G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이 최근 부쩍 공을 들이는 분야다. 세계적으로 보급형 5G 시장이 빠르게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엔 이달 하순경 첫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보급형 5G스마트폰 시장을 거의 독식하고 있어 삼성으로선 다시 한번 라이벌 애플과의 숙명적인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삼성은 이에 따라 이달 17일경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A시리즈 신제품을 출시하며 맞불을 놓을 계획이다. 보급형 시장을 놓고 삼성갤럭시시리즈와 아이폰SE의 정면 승부가 불가피해진 셈이다.
| ▲애플의 팀 쿡 CEO가 한국시각 9일 새벽 열린 이벤트에서 3세대 '아이폰SE'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보급형 답지 않게 만만찮은 'SE'
아이폰SE는 보급형 치고는 부족함을 느끼기 어려운 만만찮은 스펙이다. 우선 최근 개발한 A15 바이오닉 칩을 그대로 사용한 점이 눈에 띈다. 통상적으로 보급형 스마트폰에는 한 두단계 아래의 AP칩을 탑재하는 게 일반적이다. 아이폰SE에 최신 칩을 탑재하면서까지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애플의 복잡한 계산이 깔린 것이다.
하위 버전을 써도 안드로이드 계열 AP칩보다 상대적으로 성능이 높은데, 같은 등급의 AP칩을 장착, 최소한 가격 대비 성능 만큼은 우위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6코어 중앙처리장치(CPU), 4코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한 A15 바이오닉은 종전 아이폰8보다 CPU 성능은 1.8배, GPU 성능은 2.2배나 빠를 정도로 막강하다.
애플 측은 "최신형 아이폰13에 들어간 것과 똑같은 A15바이오닉 칩이 탑재돼 첨단 카메라 기능은 기본이고 사진 편집부터 게임, AR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즉, 아이폰, 특히 보급형 스마트폰의 주 사용자인 10~20대 게이머들이 핵심 타깃이란 의미다.
전문가들은 "A15가 아이패드 미니6에 들어간 최신 칩이어서 아마 '아이폰SE'가 3~4년은 거뜬히 사용 가능할 것"이라며 "왠만한 게임은 무난히 돌릴 수 있는 강력한 스펙"이라고 평가한다.
일각에선 전작인 SE2와 비슷한 스펙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A15로 인해 일부 소프트웨어가 업그레에드된 것만은 분명하다. 카메라 성능도 A15 바이오닉 칩을 기반으로 또다시 기능이 상향됐다. 1200만 화소, f/1.8 밝기의 조리개를 탑재한 광각(wide) 카메라를 이용해 스마트 HDR 4, 딥퓨전, 인물사진 모드 등 다양한 컴퓨터 기반 사진술을 자유자재로 활용 가능한 게 강점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아이폰13프로 등에 채택된 유리를 앞뒷면에 적용해 내구성을 강화한 점도 특징. 애플은 이에 대해 "스마트폰 사상 가장 튼튼한 글라스"라고 자화자찬 한다. 보안 방식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홈 버튼에 통합된 지문인식 장치인 터치ID를 그대로 쓴다.
5G 탑재로 업로드·다운로드 속도가 빨라지고, 와이파이가 아닌 무선통신 연결 상태에서도 고품질의 HD페이스타임(화상 통화)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애플 측의 부연 설명이다. 무선통신 상태에서 친구·가족과 페이스타임 통화를 하면서 HDR 영화나 TV를 동기화해 같이 시청하는 '셰어플레이' 경험도 가능해졌다. 팀 쿡 애플 CEO는 "아이폰SE는 콤팩트하면서 가치가 높은 아이폰을 찾는 사람을 위한 제품"이라고 단언했다.
가격적인 메릿도 있다. 2년만의 후속 제품으로 성능 개선이 이루어졌음에도 가격은 종전보다 조금 오른 59만원이 출발점이다. 애플 측은 64GB·128GB·256GB 등 세 가지 저장 용량별로 구분해 출시한다.
보급형 시장서 삼성 추월하기엔 2% 부족
애플의 아이폰SE 출시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삼성도 오는 17일 갤럭시A시리즈 신제품으로 맞불을 놓는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물고 물리는 접전을 벌이고 있지만, 중저가 보급형 시장 만큼은 강세를 계속 유지한다는 게 삼성의 기본 전략이다. 삼성의 수성과 애플이 공성이 다시 한번 불꽃을 튀기게 된 셈이다.
삼성은 특히 최소한 텃밭인 국내시장에서 만큼은 애플에게 조금도 더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은 특히 프리미엄급 시장에선 애플이 밀리지만, 중가 보급형시장에선 애플을 압도하며 전체시장 점유율 1,2위를 주고받아왔다. 보급형을 애플에 내준다면, 전체 스마트폰 시장지배력 약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애플의 스마트폰 부문 고가에 매출은 약 236조원으로 약 87조원을 기록한 삼성의 스마트폰 부문 매출보다 무려 3배 가까이 많다. 그러나 출하량 면에서는 2억7000만대의 삼성전자가 2억3790만대의 애플을 따돌리고 전체 1위를 지켰다. 그만큼 보급형 모델 판매량에서 삼성이 애플을 압도했음을 입증하는 데이터이다.
삼성 갤럭시A12는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1위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보급형 시장에서 선전했다는 방증이다. 삼성이 아이폰SE에 맞춰 오는 17일 출시하는 갤럭시A 시리즈 신제품 역시 만만찮은 스펙으로 무장했다. 삼성 측은 충분히 수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삼성이 아이폰SE의 대항마로 제시한 갤럭시A53은 전작보다 CPU·GPU·NPU 성능이 각각 6%, 33%, 43%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알려졌다. AP의 정확한 이름과 자세한 정보는 발표하지 않았으나 엑시노스1280 계열일 것으로 보인다. 엑시노스1280은 갤럭시S22 시리즈에 들어간 플래그십 AP인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와 달리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자체 제품이다. 5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극자외선(EUV) 공정으로 만들어졌으며 ARM의 코어텍스-A78 2개와 코어텍스-A55 6개를 포함한 옥타(8개)코어로 구성됐다. 애플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유저풀을 보유한 만큼, 기존의 강세를 유지하는데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폰 패권전쟁이 확장성이 가장 큰 보급형에서 가장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번 아이폰SE와 갤럭시A53의 대결을 계기로 앞으로 두 회사의 보급형 경쟁이 더욱 불꽃을 튀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가폰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를 노리는 애플과 이 부문 최강자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삼성. 두 스마트폰 최강자들의 자존심 대결 결과가 주목된다.
토요경제 / 조은미 기자 ysce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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