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판 뒤에도 1940억…KAI, 필리핀 후속지원이 새 매출축

증권·자본시장 / 위아람 기자 / 2026-09-29 14:01:19
기존 FA-50PH 성능개량 926억·PBL 1014억…완제기 추가수출과 별도 계약
대신 “고마진 이라크 CLS 매출 감소”…후속지원 매출이 이익률 변수로
▲ KAI 본관 전경 [KAI]

 

한국항공우주산업(KAI·대표 김종출)이 완제기 판매 이후 성능개량과 군수지원에서 추가 매출을 확보하는 사업 구조를 확대하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AI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조167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1.0%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484억원으로 43.1%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4.1%에 그쳤다. 외형이 크게 성장했지만 수익성은 반대로 떨어졌다. 


증권사들은 고환율에 따른 예정원가 상승과 소형무장헬기(LAH) 인도 지연, 일회성 비용과 함께 이라크 계약자군수지원(CLS) 매출 감소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최정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7월30일 ‘2Q26 Review: 아쉬운 실적, 하반기를 기대’ 보고서에서 실적 부진 요인 가운데 하나로 “고마진 사업인 이라크 CLS 매출 인식 감소”를 꼽았다. 대신증권은 고환율에 따른 예정원가 상승과 LAH 인도 지연, 190억원 규모 일회성 충당금도 함께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후속지원 사업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1분기 전망에서도 확인됐다.
 

채운샘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4월13일 한국항공우주 보고서에서 “전년동기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던 이라크 CLS 사업이 실적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큰 폭의 매출 성장에도 영업이익률을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한 이유를 설명했다. 

 

증권사 분석대로라면 KAI의 실적은 항공기 인도 대수나 매출 증가율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완제기 판매 이후 붙는 CLS와 성과기반군수지원(PBL), 성능개량 같은 후속사업의 매출 인식 여부가 이익률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구조는 필리핀 사업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KAI는 지난해 6월 필리핀 국방부와 FA-50 추가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9752억7816만원이며 계약기간은 2030년 6월2일까지다. 필리핀은 추가로 FA-50PH 12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KAI의 필리핀 사업은 새 항공기를 공급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KAI는 지난해 12월 필리핀 국방부와 기존 FA-50PH 성능개량 사업을 925억5555만원에 계약했다. 대상은 2015~2017년 필리핀에 납품한 FA-50PH 11대다. 계약기간은 2029년 5월25일까지다. KAI는 자사 사업 체계에서도 성능개량을 애프터마켓 사업으로 분류하고 장기 핵심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어 올해 2월에는 필리핀 국방부와 FA-50PH PBL 사업을 1014억1991만원에 계약했다. 계약기간은 올해 2월6일부터 2029년 2월5일까지 3년이다. 


성능개량과 PBL 두 계약을 합치면 약 1939억8000만원이다. 지난해 체결한 약 9753억원 규모의 FA-50 추가 수출 계약과는 별도로 후속사업에서 다시 계약을 확보한 셈이다. 다만 성능개량 사업은 추가 도입하는 신형 12대가 아니라 기존에 납품한 기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계약 성격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하나증권도 이들 계약을 각각 별도의 수주잔고로 구분했다.
 

하나증권이 지난 6월4일 발간한 방산·기계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는 필리핀 FA-50 계열 사업 약 1조원과 FA-50 성능개량 약 1000억원, FA-50 PBL 약 1000억원이 별도의 사업으로 제시됐다. 납기도 완제기 사업은 2030년 6월, 성능개량은 2029년 5월, PBL은 2029년 2월로 각각 구분했다. 
 

항공기 판매 이후 같은 운용국에서 정비·군수지원과 성능개량 계약이 반복되는 구조가 실제 수주잔고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PBL은 항공기 가동률과 정비 신뢰도 등 운용 성과를 기준으로 군수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번 필리핀 계약 자체의 기간은 3년이다. KAI는 계약 발표 당시 항공기의 전체 수명주기는 통상 30~40년에 이르며 후속지원 시장 규모가 항공기 획득비의 2~5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30~40년은 개별 PBL 계약기간이 아니라 항공기를 운용하며 후속지원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전체 수명주기를 뜻한다. 

 

KAI는 국내에서 이미 PBL 경험을 쌓아왔다. 회사는 2010년 한국 공군의 KT/A-1을 시작으로 T-50과 수리온 계열 항공기까지 PBL 사업을 확대해 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회사 홈페이지도 항공기 정비와 성능개량을 별도 애프터마켓 사업군으로 두고 있다. 


당장의 실적 성장축은 여전히 KF-21과 LAH 양산, FA-50 수출이다.
 

하나증권은 6월4일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 KAI 매출을 3조5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전년 동기보다 64.5% 늘어나는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3213억원으로 137.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채 연구원은 “하반기 실적 성장의 핵심 포인트는 KF-21 내수 양산”이라고 분석했다. 하나증권은 올해 하반기 KF-21 양산 매출만 약 8000억원이 인식될 것으로 추정했다. 


KB증권도 지난 7월30일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하반기에는 수주와 실적 모두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를 21만원에서 18만원으로 낮췄지만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완제기 양산과 수출이 외형을 키운다면 판매 이후 발생하는 후속지원 사업은 장기 수익성을 가늠할 또 다른 변수다. 올해 2분기에는 매출이 41.0% 증가했지만 고마진 이라크 CLS 매출 감소 등이 겹치며 영업이익이 43.1% 줄었다. 반대로 필리핀에서는 기존 항공기를 대상으로 성능개량과 PBL에서 약 1940억원의 별도 계약을 확보했다.
 

FA-50 운용국이 늘어나고 향후 KF-21 수출이 현실화할 경우 증권가가 주목할 지표도 완제기 수주액에서 한 단계 더 넓어질 수 있다. 항공기를 몇 대 더 파느냐뿐 아니라 이미 판매한 기체에서 정비·부품·성능개량·군수지원 매출을 얼마나 반복적으로 확보하느냐가 KAI의 장기 이익률을 가르는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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