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FOMC, 내달 속도조절 가능성 높아...내년 첫 금통위서 '금리동결' 가능성 고개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고심끝에 내린 결론은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인상)이었다. 한국은행은 24일 오전 올해 마지막 금통위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 인상했다.
여전히 고공비행 중인 물가와 한국과 미국 간의 기준금리 차이로 인한 금융시장의 여파를 고려, 금통위가 빅스텝(기준금리 0.5%)을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일각의 우려는 기우로 끝이 났다.
보폭은 줄였지만, 사상 초유의 6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이다. 금통위는 지난 4·5·7·8·10월에 이어 이날까지 단 한번도 쉬지 않고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금통위는 1,2월을 포함해 연간 총 8차례 열리는데,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및 경제위기 이후 베이비스텝과 빅스텝을 섞어가며 고공행진을 계속해왔다. 지난 7, 10월엔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단행, 금융시장과 경제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한은이 6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1950년 한은 출범 이후 72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사실상의 국가부도 사태를 맞았던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리먼브라더스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볼 수 없던 일이다.
금통위의 베이비스텝 단행으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연 3.25%로 올랐다. 인상폭은 줄었다고 하나, 2012년 6월(3.25%) 이후 10년 5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모든 금리의 근간이 되는 기준금리가 불과 1년 전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금리보다 높은 대역까지 도달한 것이다.
경기침체 심화에 빅스텝 선택 명분 잃어
금통위가 이날 빅스텝이 아닌 베이비스텝으로 기준금리 인상의 고공행진을 멈추고 호흡조절에 나선 배경은 크게 세가지 관점에서 분석 가능하다 .
무엇보다 고금리 여파로 인한 경기침체 가속화와 이로 인한 경제성장률 둔화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어 금리인상 속도조절이 불가피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기침체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해져 금통위의 빅스텝 결정이 명분을 잃은 셈이다. 즉, 고물가를 잡으려다 경제 전체가 망가지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금통위 위원들의 심리를 압박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천정부지로 치솟는 금리에 소비가 극도로 위축돼 최근의 경기침체가 IMF와 금융위기 시대를 소환할만큼 심각한 지경이다. 설상가상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글로벌 경기침체 심화로 인해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400억달러에 육박한다.
여기에 부동산 침체가 심각한 양상으로 치달으며 경기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집값이 날개 잃은 듯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강남불패'는 무너진 지 오래다. 집값이 급락함에도 거래가 실종, '거래절벽' 현상이 심각하다. 깡통전세 등 부동산시장의 경착륙으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급기야 시세보다 높은 공시가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부랴부랴 부동산세의 기준이 되는 내년 공시가를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고 선언했다. 부동산의 위기 상황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이다.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위한 대대적인 규제완화 조치마저 전혀 약발이 듣지 않고 있다.
결국 고금리와 고물가에서 비롯된 총체적 경기 침체와 수출의 부진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늘어져 올해 성장률 2%대 사수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환율안정과 미국의 긴축완화 가능성도 영향
내년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정부 공식발표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내년 한국경제의 성장률 전망치가 2%대를 밑돈다. 한은은 24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1.7%로 0.4%포인트나 하향조정했다.
앞서 OECD는 23일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8%를 낮췄다. 일각에선 '잃어버린 20년'으로 표현되는 일본식 장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터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은이 베이비스텝을 선택한 두 번째 이유는 '돈맥경화'로 불릴만큼 심각한 자본경색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춘천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본시장의 왜곡과 경색은 우리경제의 뇌관으로 불릴 만큼 심각하다.
정부의 긴급자금 투입과 은행권의 적극적인 협조로 사태는 어느정도 진화되는 분위기지만, 시장의 불안심리는 여전하다. 채권시장 등에 자존하는 자금·신용 경색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은측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대폭 인상하기엔, 심리적 부담이 컸을 것이란 해석이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춘 세 번째 배경으로는 대외 환경 변화가 꼽힌다. 무엇보다 1400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은 것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읽힌다. 원화가치가 상당히 회복돼 금리인상 속도를 줄여도 외국자본 이탈과 같은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얘기다.
게다가 미국 역시 지나친 경기침체를 우려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농후해진 것이 한은의 베이스텝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조정을 위한 다음달 FOMC를 앞두고, 미국내 분위기는 자이언트스텝이 아닌 빅스텝이 유력한 상황이다. 연준(fed)이 23일(현지 시각) 공개한 FOMC정례회의 의사록에서 참석자의 과반을 훌쩍 넘는 의견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의 둔화인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내년1월 새해 첫 금통위 결정에 관심 고조
8%대를 웃돌던 미국의 물가가 7%대 중반으로 내려온 것도 내달 FOMC가 금리인상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만약 11월 물가마저 추가 하락한다면, FOMC의 빅스텝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게 자명하다. 한은 입장에선 미국의 이같은 긴축 속도조절 가능성이 높아진게 이번 베이비스텝 단행에 적지않은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렇듯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상승세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이제 관건은 다음 기준금리가 어떻게 결정되느냐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조정을 위한 다음 금통위 회의는 내년 1월 하순으로 예정돼 있다.
한은 측이 다음 금통위 회의에서 다시 베이비스텝이나 빅스텝을 밟으며 고금리 행진을 계속할 지, 아니면 기나긴 고공비행을 멈추고 기준금리를 동결할 지에 따라 새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두달 남은 기간 물가, 환율, 수출, 고용 등 기준금리 조정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워낙 많다"고 전제하며 "다만, 경기침체 우려가 심화하고 있고, 미국의 전반적인 긴축 완화 기류가 고조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초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금통위원 간 의견이 3.5%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3명, 3.25%가 1명, 3.5%에서 3.75%로 올라갈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2명이었다"고 전하며 "현시점에서 금리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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