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더리움이 머지효과를 바탕으로 최근 암호화폐 시장의 상승랠리를 주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암호화폐는 가장 위험한 자산 중 하나로 분류된다. 금이나 주식과 달리 실체가 없는 자산이란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가상화폐라고도 불리우는 이유다.
주식도 채권에 비해 위험한 자산에 속하지만, 암호화폐와는 비교가 안된다. 거래에도 상한가나 하한가도 없다. 날개없는 추락을 막을 길은 오로지 거래소의 일시적인 거래정지뿐이다.
정치, 경제, 사회가 불안하면 어떤 것보다 앞서 암호화폐 시세가 요동을 치는 이유이다.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파격적인 금리인상, 글로벌 경기침체 등 복합위기의 여파로 고점 대비 3분의 2 이상 폭락했다.
암호화폐 가격이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 때 끝을 모를 정도로 추락하던 암호화폐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일만큼 강한 상승장을 연출하고 있다.
일부에선 본격적인 상승 랠리를 시작, 앞으로도 지속적인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마저 지난 8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시장이 바닥을 확인했다고 단언했다.
암호화폐 시총 1500조원 회복 '상승무드'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중 하나인 코빗 산하 리서치센터는 지난달 14일 암호화폐의 회복 가능 요인과 회복 시점을 분석한 ‘2022년 크립토 윈터, 언제까지?’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보면 올 4분기중에는 암호화폐의 겨울, 즉 약세장이 멈출 것이란게 보고서의 골자였다.
결과적으로 코빗의 진단은 빗나갔다. 암호화폐 시세는 최근 몇주간 눈에띄는 상승세를 보이며, 이미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한 듯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더리움이 중심이 된 암호화폐 시장의 랠리는 계속되고 있다. 불과 1주 전보다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이 7% 넘게 올랐다.
12일에도 강세는 이어졌다. 이날 오전 빗썸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0.77% 오른 3182만1000원을 나타냈다. 같은 시각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에는 3184만원을 기록했다. 미국의 암호화폐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는 24시간 전보다 0.17% 상승한 2만3958달러에서 거래됐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를 지칭하는 알트코인 대장주 이더리움의 상승세는 더 거세다. 같은 시각 빗썸에서 이더리움은 2.38% 올랐다. 가격도 어느새 250만원벽을 돌파했다. 업비트도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코인마켓캡에선 1.5% 상승한 1877달러를 기록했다. 이더리움 가격이 250만원을 넘은 것은 5월26일 이후 처음이다.
암호화폐 시장의 쌍두마차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꾸준한 상승무드로 인해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도 눈에 띄게 커지는 양상이이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전체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1주 전 1조633억달러(약 1389조원)에서 12일엔 1조1407억달러(약 1490조원)로 7.27% 가량 상승했다. 암호화폐가 시총 1500조원 회복한 셈이다.
이더리움발 '머지 효과' 톡톡
암호화폐의 대장주는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의 시세 흐름이 전체 다른 암호화폐, 즉 알트코인의 시세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는 그래왔다.
하지만, 이번 상승랠리의 견인차는 비트코인이 아닌 이더리움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더리움의 강세가 비트코인까지 끌어주는 사상 초유의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만큼 이더리움의 상승폭이 비트의 그것을 훨씬 초과한 것이 사실이다. 이더리움이 강세를 나타내는 이유는 다음달 19일로 예정된 신, 구 이더리움의 합병, 즉 '더 머지'(the Merge) 업그레이드 때문이라는게 업계의 정설이다.
이더리움의 주체들은 기존의 높은 수수료(일명 가스비)와 속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이더리움 생태계의 합의 알고르듬을 기존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바꾸는 대수수을 진행하고 있다. 머지란 이 과정의 결과물로 기존 체인과 새로운 비콘체인을 합치는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말한다.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선 PoW로 합의체제가 바뀌면 그동안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고질병으로 지적돼온 가스비와 느린 거래 속도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이더리움 생태계의 대폭적인 확장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이더리움 업데이트의 최종 테스트 성공 소식이 전해져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이더리움의 대대적인 매수세에 가담하며 시세를 분출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팀 베이코 이더리움 핵심 개발자와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각자 자신의 SNS에 업데이트가 성공했음을 알렸다.
지속적인 상승세 여부엔 전망 엇갈려
미국발 고금리와 강달러의 영향으로 주식과 동반 추락했던 암호화폐 시장이 빠르게 회복국면을 맞고 있는 이유는 이더리움발 호재 뿐만은 아니다.
복합위기 속의 미국이 높은 고용률을 보인데 이어 소비자물가지수가 정점을 찍은 것으로 드러나는 등 위기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크게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8.5%다. 지난 달 9.1%보다 무려 0.6% 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천정부지로 치솟던 물가가 연준의 잇따른 자이언트스텝으로 피크아웃, 즉 정점 통과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물가의 정점통과는 곧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증시와 암호화폐 시장엔 큰 호재임에 틀림없다. 이에따라 이미 미국 뉴욕증시에선 연준이 추가 자이언트스텝이 없이 금리 인상에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 섞인 목소리가 높다.
이에 발을 맞춘 것일까.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블랙록은 11일 기관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 현물에 대한 직접 노출을 제공하는 개인 신탁 상품을 출시했다.
블랙록 측은 "디지털 기술과 상품 기능을 활용해 디지털 자산에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며 "디지털 자산에 대한 접근 기회 확대는 기관투자자 고객들로부터 상당히 큰 관심을 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제 투자자들과 시장의 관심은 이번 암호화폐의 상승 랠리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는데 쏠려있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우선 부정적 시각에선 암호화폐 시장을 이끌고 있는 미국, 중국, 한국 등 코인3국의 경제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제유가의 하락 등 일부 영향으로 다소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코인3국의 복합적인 경제 위기가 눈에띄게 호전되지 않는 한 암호화폐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얘기다.
긍정적론자들의 생각은 이와는 다소 다르다. 코로나 팬데믹과 글로벌 복합위기 여파로 암호화폐 가격이 다른 자산에 비해 너무 과도하게 하락해 앞으로도 추가 상승 여력이 많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당초 예상과 달리 미국의 물가상승에 제동이 걸린 것이 자본시장의 경색을 큰 호재가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이와 관련, "그간 복합위기로 암호화폐 시세가 지나치게 많이 하락한 것이 최근 강세장에 어느정도 반영되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전제하며 "다만, 현재로선 글로벌 복합위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 예측이 불가능한만큼 암호화폐의 최근 강세장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조은미 기자 amy11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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