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올릴까? 말까?..전기요금 딜레마에 빠진 尹정부

체크Focus / 이중배 기자 / 2022-06-20 11:58:16
인상요인 많아도 물가 영향 고려 단가조정 연기...kWh당 2~3원 인상 결정 유력시

▲ 추경호 부총리가 19일 서울청사에서 제1차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제공>


 

전기요금 인상안을 놓고 윤석열 정부가 고심 중이다. 전기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각종 원자잿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전기요금을 올려야 할 이유는 많다. 

 

그런데 막상 올리려 하니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기요금 인상이 물가와 민생 안정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산업계의 원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집권 2개월차에 접어든 새 정부가 그야말로 전기요금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정부는 난감한 상황임이지만, 대세는 인상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인상은 되더라도 소폭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관건은 인상안 적용의 시점이다. 

 

이미 4분기엔 인상이 결정된 상태에서 3분기부터 적용할 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적용시점을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20일 전기요금 3분기 조정 단가 결정이 전격적으로 연기된 것은 정부의 고민의 깊이가 얼마나되는 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전은 20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 내역과 관련해 관계부처 협의가 진행 중이며 추후 결과를 회신 받은 후 확정하겠다는 의견을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1일 발표 예정이었던 3분기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공개는 잠정적으로 연기됐다. 산업부는 그러나 “가급적 이번 주를 넘기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혀 전기요금 인상은 이번주 안에 일단락될 전망이다.

현실적인 '인상 불가피론'에 무게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전기요금의 소폭 인상안을 꺼냈다. 생산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는 전기·가스요금은 자구 노력을 통해 인상을 최소화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경제를 총괄하는 추 부총리의 입에서 '최소화'라는 단서가 달렸지만, 인상은 불가항력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임을 알 수 있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뒤로 밀릴수록 정부의 부담이 커지고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여당도 인상불가피론에 힘을 보탰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올려야할 시기가 아니냐는 쪽에 무게가 좀 더 실려있다. 여당 원내대표인 권성동 의원이 최근 당정 협의 후 브리핑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현 요금을 억제할 순 있지만, 그럴 경우 시장 기능이 왜곡되므로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절박한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사실 1분기 적자 규모가 7조원이 넘는 한전이다. 전기 매입 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데, 주 매출인 전기요금은 물가안정이란 명목 아래 발이 묶여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이런 추세라면 한전의 올해 누적적자가 30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결국 견디다 못한 한전은 지난 16일 3분기 전기요금을 kWh당 3원 인상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사실 전기요금은 대표적인 공공요금이지만, 2020년 생산원가를 요금에 반영하는 원가연동제를 만들어 2021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제도대로라면 지금의 전기요금은 지금보다 훨씬 더 올렸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시절 6차례의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 과정이 있었으나 이중 4차례나 동결됐다.


이는 민심과 민생을 고려한 결과이겠지만, 일각에선 대선을 염두에 둔 조치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많았음에도 문재인정부가 그걸 억눌렀고, 임기 말이 되어서야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책임을 차기 정부로 떠넘겼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액화천연가스(LNG)·석탄·석유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계속 치솟고 있는 상황에 올해 1분기, 2분기에 잇따라 전기요금을 동결함으로써 정부가 만든 '연료비 연동제'를 정부가 지키지 않는 상황이 연출돼왔다"고 강조한다.

정부의 물가관리 부담 가중돼

결국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은 금주안에 소폭인상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커졌다. 관건은 인상폭인데, 여론을 의식해 한전이 요구하는 kWh당 3원에서 다소 낮춰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단체 등은 서민들의 물가부담을 고려, 일정 사용량까지는 동결하는 누진요금을 채택할 개연성도 남아있다.


다만 치솟는 물가를 진정시키는 일이다. 아무리 소폭이라도 전기요금의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에 전기·가스·수도 물가가 1년 전보다 9.6% 올랐다. 이는 2010년 1월 집계 시작 이후 최고치다.


이에 따라 정부가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면 이미 5%대 중반대에 진입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 7%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에 비해 5.4% 올랐는데 이중 전기·가스·수도의 기여도가 0.32%포인트로 만만치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전기요금 인상안이 유력해지자 가스공사도 다음달부터 민수용(주택용·일반용) 가스요금의 원료비 정산단가를 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90원으로 기존보다 0.67원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전기요금 인상이 다른 연료비쪽에 도미노식 인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민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는 것도 정부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물가와 민심안정이 지난달 출범한 새정부의 첫 시험대였는데, 전기 등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 안정은 커녕 물가 상승의 또다른 요인이 됐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률이 0%대로 낮을 때는 공공 요금이 인상돼도 서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지만, 석유, 밀가루, 육류, 라면, 과자 등 일일히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많은 물가가 줄줄이 인상된 상황에서 전기요금까지 오르면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도가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물가 안정을 위한 최후의 보루로 인식돼왔던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까지 인상이 예고됨에 따라 정부의 물가 관리는 더욱 곤란한 지경에 내몰리게 됐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20일 출근길에 "지금은 국민들이 숨 넘어가는 상황"이라며 "민생 물가를 잡기위해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가스료 인상으로 산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것도 '산업프렌들리' 성향의 현 정부에겐 매우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인수위 단계부터 규제완화와 풍성한 산업체지원 성향을 일관되게 견지해온 정부이기에 더 그렇다. 

 

사실 전기가스 요금의 인상이 미치는 실질적인 파급효과는 가계나 자영업자들 보다는 전기의 절대량을 소비하는 산업체가 훨씬 더 크다. 반도체 등 핵심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더 크다. 

 

치솟는 물가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두고 딜레마에 빠진 정부가 현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풀어 나갈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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