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화가 이승희의 예술세계

문화·라이프 / 김병윤 기자 / 2023-10-17 11:51:56
▲ 이승희 作

 

적막이 흐른다. 먹향이 퍼진다. 화선지가 놓인다. 가냘픈 손에 붓이 잡힌다. 일필휘지로 쳐낸다. 화선지에 먹물이 번진다. 대나무 줄기가 그려진다. 살아 숨 쉬는 듯하다.

이승희(58) 화가의 작업실 풍경이다. 이승희는 사군자를 그리고 있다. 대나무 매력에 빠져있다.

 

대나무 그림에는 자기 수양이 필요하다. 숙련된 기술이 필수적이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덧칠을 할 수 없다. 한 번에 쳐내야 한다.

이승희는 왜 대나무를 그릴까. 수양을 위해서다. 대나무는 밑그림이 없다. 일필로 쳐야만 한다. 자신의 마음 상태가 화선지에 나타난다.

한 점의 대나무 그림은 어떻게 탄생할까. 수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화선지가 수없이 버려져야 한다. 화선지가 산등성이를 이뤄야 한다. 수 백점의 그림 중 한 점이 선정된다.

▲ 이승희 作

 

대나무 그림은 은근과 끈기의 결과물이다. 집중해야 한다. 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내면의 수양이 먼저다. 인격 성숙이 뒤따라야 한다.

이승희의 대나무 그림은 특이성이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지조와 절개는 없다. 적색과 청색의 대나무를 한 화면에 펼치고 있다. 화합의 정신이 담겨 있다.

화합의 종류에는 관심이 없다. 남녀, 남북, 인종의 화합이든 상관이 없다. 해석은 관람객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다. 희망의 메시지만 전달하고 있다.

이승희는 대나무 그림의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자연, 지조, 절개의 울타리에서 벗어났다. 대나무에서 자유를 찾았다.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었다.

이승희는 대나무에서 또 따른 화두를 잡았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 경계(警戒)의 채찍을 받아들였다.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르렀다. 말과 행동의 귀중함을 깨우쳤다.

▲ 이승희 作

 

대나무는 이승희에게 어떤 대상일까.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지켜야 하는 존재다. 시대와 발맞춰 가야하는 동반자다. 신구(新 舊)조화를 이뤄야 하는 과제를 주고 있다.

이승희는 30년 전 붓을 잡았다. 사군자의 매력에 빠졌다. 대나무를 그릴 때 시원함을 느꼈다. 2미터 화선지에 대나무 두어 줄기를 쳐냈다. 쾌감이 온몸을 감쌌다. 막힌 속이 뻥 뚫리는 듯했다. 대나무의 매력에 빠진 동기다.

이승희는 한국미술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문화센터에서 한국화를 가르치고 있다. 성인대상이다. 어린이 지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5살 아이 2명을 가르쳤다. 교육효과가 무척 좋았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 같았다.
이승희는 어린이 양성을 통해 한국미술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어 한다. 저변확대에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승희는 대나무 그림을 한마디로 정의한다.
“대나무 그림은 영원한 친구예요. 배신을 절대 안 합니다.”

이승희의 말에는 사람에게 받았던 상처가 묻어나는 듯하다.

 

토요경제 / 김병윤 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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