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환율에 역대급 태풍 '힌남노' 후폭풍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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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의 한 대형마트 야채코너 <사진=조은미 기자> |
치솟던 물가가 드디어 한풀 꺾였다. 6%대를 넘어 7%까지 위협하던 물가상승률이 둔화된 것이다. 천정 부지의 물가가 8월에 마침내 6% 아래로 내려왔다.
통계청의 '8월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를 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62(2020=100)로 전년 동기 대비 5.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6~7월 2개월 연속 6%대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내 물가 관리에 초비상이 걸렸던 정부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수준이다.
전월 대비 물가 상승률이 떨어진 것은 지난 1월 이후 7개월 만이다. 물가는 1월 3.6%를 시작으로 7월까지 한 차례도 쉬지 않고 오름세를 계속했다.
급기야 지난 7월엔 전년 동기 대비 6.3% 껑충 뛰며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두 달 연속 6%대 상승률을 기록한 것도 유례를 찾기 드문 일이다. 우리 경제를 휘청하게 할 정도로 가파른 오름세를 지속했던 물가는 8월에 전월 대비 0.7%포인트 하락했다. 일단 강한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예사롭지 않은 먹거리 물가...채솟값 '천정부지'
물가 상승률이 7월에 정점을 찍고 8월엔 다소 둔화될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은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국제유가와 곡물가가 급락한 데가 경기 침체 등을 감안한 관측이었다. 8월 물가가 6%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견해가 우세했고, 예상은 적중했다.
물가의 가파른 상승세가 다소 진정됐다고 하나, 물가는 여전히 역대급의 고공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다소 상승세가 꺾였다고 해서 안주하거나 방심할 상황이 절대 아니다.
모든 것은 통계가 말해준다. 우선 월간 물가의 변동이 아니라 8월까지 누적 물가 상승률이 올 들어 처음으로 5.0% 벽을 뚫었다. 물가상승률이 전월 대비 하락한 것이 2020년 11월 이후 21개월 만이지만, 지금은 여전히 고물가로 인한 비상 경제 상황이다.
특히 농산물 등 먹거리 물가의 상승 폭이 예사롭지 않다. 서민들이 감내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8월에도 기습 폭우로 인해 전월 대비 10.4% 상승했다. 7월 8.5%보다 상승폭이 더 커졌다.
농산물 상승률은 지난해 6월 11.9% 이후 최고 수준이다. 호박(83.2%), 배추(78.0%), 오이(69.2%), 무(56.1%), 파(48.9%) 등 채소류는 무려 27.9%나 올랐다. 2020년 9월 31.8%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먹거리 물가는 1년 전보다 8.4% 올라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8.5%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상승률이 전월과 같은 8.0%로 지난해 2월 9.3% 이후 최고치를 유지 중이다. 식료품·비주류음료는 빵, 곡물, 육류, 수산물, 과일, 채소, 과자, 냉동식품 등 서민들이 대표적인 먹거리들이 포함돼 있다.
자장면·설렁탕 등 주로 외식 품목으로 구성된 음식 서비스도 1년 전보다 8.8% 올라 1992년 10월 8.9%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갈비탕(13.0%), 자장면(12.3%), 김밥(12.2%), 해장국(12.1%), 햄버거(11.6%) 등 서민들이 애용하는 먹거리들도 크게 올랐다.
슈퍼태풍 '힌남노'가 9월 물가의 최대 변수
먹거리 물가의 가파른 상승세는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시름을 깊게 하는 요인이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심이 흉흉해질 수 있는 요인이란 뜻이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가 식료품·비주류음료에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24만7960원, 외식 등 식사비에 지출한 금액은 14만4442원이었다.
월평균 가처분소득 93만9천968원 대비로 보면 지출 비중은 식료품·비주류음료가 26.4%, 식사비가 15.4%에 이른다. 즉, 먹거리 관련 지출 비중이 무려 41.7%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체 가구의 먹거리 지출 비중 19.0%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먹거리물가 상승이 서민들의 어깨를 강하게 짓누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득별로 보면 2분위 가구가 24.6%, 3분위가 21.7%, 4분위가 18.9%, 5분위가 14.0%로 소득이 낮을수록 먹거리 지출 비중이 컸다. 소득이 낮을 수록 먹거리 물가의 상승세가 더 큰 부담이 된다는 게 데이터로 증명된 것이다.
이제 관심은 9월 물가의 흐름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 시즌이 맞물려있는 9월에도 물가상승률 5%대를 지켜낸다면, 고물가가 정점을 지나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예상은 낙관적이지 않다.
9월 물가를 가늠할 변수는 몇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먹거리 물가의 상승폭이다. 정부가 비축 물량을 대거 풀면서까지 밥상 물가를 진정시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선언했지만,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특히 라면, 스낵류 등 가공식품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채솟값 오름세도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택시 요금, 전기·가스 요금의 인상이 예고돼 5%대 물가 지키기에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설상가상 역대급 슈퍼태풍 힌남노가 5일 저녁 제주도 남단을 거쳐 6일 한반도에 상륙. 전국이 태풍 영향권에 들어갔다. 농축수산물업계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지만, 워낙 힌남노의 위력이 막강해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만약 강한 바람과 폭풍우를 동반할 것으로 보이는 힌남노가 위력을 유지하거나 세력을 키운 채 전국을 강타한다면, 농축수산물업계의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 이는 곧 관련 소비자 물가를 강하게 끌어올려 전체 물가지수를 높이는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1400원대 위협하는 환율, 물가에 치명적
환율 역시 9월 물가의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다. 5일 원달러 환율은 개장과 동시에 연고점을 경신하더니, 1370원을 가뿐히 넘어섰다. 오전 11시15분께 1370.1원을 찍었다.
이는 지난 2일 기록한 장중 연고점 1363.0원을 1거래일 만에 다시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이 1370원을 넘어선 것은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4월1일 1392.0원 이후 13년 5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올초 대비 원화가치는 10% 이상 하락했다. 강달러 현상이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유로·엔·위안화 등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도 원화의 낙폭은 더 가파르다. 환율 상승곡선은 지난달말 이후 기울기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 우려된다.
환율의 급등은 물가에 치명적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지수가 높아지고, 이는 결국 전체 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리는 악재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전세계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원화가치의 하락은 수출 증대라는 호재보다는 수입물가 상승이라는 악재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원자재가격과 환율 변동이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각각 10% 상승하는 경우 수입은 3.6% 증가하는 반면, 수출은 0.03% 늘어나는 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환율의 이상 급등은 각종 원자재 수입원가를 높이고, 이는 판매가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올리게 된다"면서 "9월 들어 오름폭을 키우는 환율이 물가상승률 5%대 사수에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토요경제 / 조은미 기자 amy1122@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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