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부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ARM관련 긴급회동을 가져 주목받고있다. 사진은 2019년 방한 당시 만찬장으로 향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제공>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일본명 손마사요시) 회장이 드디어 만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약 3년만인 두 사람의 만남에 세계 반도체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의 회동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와 계열 비젼펀드가 삼성이 오랜기간 눈독을 들여온 반도체 아키텍쳐설계 부문 세계 최강인 영국 ARM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ARM은 반도체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단순 팹리스업체가 아니다. 삼성은 물론 컬컴, 엔비디아, 구글 등 세계의 내로라하는 반도체업체들이 ARM의 주고객사다. 누가 ARM을 인수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시장의 헤게모니를 쥐게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 손 회장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외유국이 한국이고, 방한의 주 목적이 이 부회장과의 ARM관련 '빅딜'이었음이 여러 채널을 통해 확인됐던 터라 두 사람의 긴급 회동 결과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두사람 회동 후 입 굳게 닫아버린 삼성
손 회장의 방한과 관련, 이 부회장은 "이번 만남에서 손 회장이 ARM과 관련 뭔가 제안을 할 것 같다"고 직접 언급, 더욱 관심도를 키웠다. 블룸버그도 두 사람의 미팅에서 삼성과 ARM의 전략적 협력이 심도깊게 논의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삼성의 CEO인 한종희 부회장은 초대형 M&A필요성을 수 차례 강조하며 삼성의 ARM인수와 관련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처럼 일단 두 사람의 이번 회동에서 뭔가 특기할만한 내용이 나온 것은 없다. 지난 4일 만찬을 겸한 장시간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회동 내용과 결과는 오리무중이다.
전세계의 관심을 이끌어낸 삼성 측은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ARM인수와 관련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 부회장은 공식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극비 사항이라 회동 결과에 대해 아무것도 밝힐 수 없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세계 반도체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켜놓고도 회동 결과에 대해 삼성 측이 입을 굳게 닫아버리자 업계엔 회동결과를 놓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고 있다. 한 쪽에선 삼성의 ARM인수가 또다시 불발되는게 아니냐고 하며, 다른쪽에선 여전히 물밑추진중일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런가하면 아예 처음부터 회동의 목적이 M&A가 아니라 양사간의 보다 긴밀한 전략적 제휴였기에 특별히 발표할 내용이 없었을 것이란 추측을 내놓기도 한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다'는 말과 같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어떻게든 ARM을 팔야하는 소프트뱅크의 절실함과 ARM인수를 통해 분위기 반전의 강력한 모멘텀이 필요한 삼성의 절실함이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삼성의 ARM인수는 물밑에서 계속 추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인다.
한번 매물로 나오면 결국 팔린다?
손 회장 입장에선 소프트뱅크와 비젼펀드의 막대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ARM매각 외에 특별한 대안이 없다. 엔비디아와 ARM 양수도 본계약까지 체결하고도 반독점규제에 발목이 잡혀 매각이 불발됐지만, 어떻게든 방식을 바꿔서라도 매각을 해야하는 처지다. 삼성 역시 반도체시장이 혹한기로 접어들고 있고,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강력한 모멘텀을 찾아야할 절박한 처지다.
M&A시장에선 '한번 매물로 나온 업체는 결국엔 팔린다'는 속설이 있다. 매도자인 소프트뱅크측이 매각 의지가 강하다면 결국 M&A는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게다가 ARM은 왠만한 반도체업체라면 혼자서 안되면 컨소시엄을 짜서라도 인수하고 싶을 만큼 구미를 당기는 매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소프트뱅크측이 엔비디아로의 매각이 실패한 이후 ARM의 증시 재상장을 추진해왔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현실성이 낮아 보인다. 글로벌 복합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세계 증시가 거의 예외없이 폭락, 상장 프리미엄을 크게 줄어든데다가 설사 ARM이 최악의 증시상황을 딛고 재상장으로 대박을 터트린다해도 소프트뱅크의 적자누적에 큰 보탬이 안되기 때문이다.
ARM의 재상장은 M&A가 완전히 불발됐을 때 소프트뱅크가 선택할 마지막 카드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삼성을 비롯해 전세계 굴지의 반도체업체들이 군침을 흘리는 ARM에 미완의 매물로 남기는 어려울 듯하다.
모든 것을 종합할 떄 삼성 이 부회장과 소프트뱅크 손 회장의 이번 긴급 회동에 대한 결과는 오픈되지 않았으나 ARM인수와 관련된 구체적인 제안과 다양한 방법론이 논의됐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여진히 진행형이고, 글로벌 복합위기가 가중되는 상황에 손 회장이 3년만에 삼성 이 부회장을 찾은 것이 단순한 친분과시용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손 회장은 M&A와 전략적 투자와 과감한 엑시트(투자회수)로 정평이 나있는 승부사다.
M&A 관련 조건 및 절차 등 다양한 논의 가능성
만약 손 회장과 이 부회장이 대승적 차원에서 ARM 지분 및 경영권 양수도라는 큰 그림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면, 그 절차와 방법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을 공산이 크다. 왜냐하면 반독점규제의 벽을 넘기 위해선 단순 M&A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M&A를 전제로, 두 사람과 양측 주요 경영진이 머리를 맞대고 삼성이 메인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매수주체로 하거나, 그게 여의치 않을 경우 삼성이 ARM의 구주 상당부분을 인수, 공동경영이나 영향력있는 2대주주로 참여하는 등의 논의를 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계 한 전문가는 이와 관련, "수 십조원대의 매머드급 빅딜이 짧은 미팅 하나로 결론나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애초부터 두 사람의 회동 이후 뭔가 깜짝 발표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고 전제하며 "두 오너간에 큰 그름에 동의하면, 실무차원에서 딜을 마무리짓고 최종 발표하는게 M&A시장의 일반적인 절차"라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소프트뱅크나 삼성 모두 상황적으로 ARM을 매개체로 한 빅딜을 추진해애할 기로에 서있다. 이런 점에서 비록 이번 회동의 내용이나 결과가 드러난 것은 없지만, 매우 진지한 협의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두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이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은 분명하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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