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S-OIL) 1조 흑자의 민낯…매출 줄고 이익 절반은 고유가 ‘재고효과’

기업분석 / 임종호 기자 / 2026-06-24 11:06:19
1분기 영업이익 1조2311억원 중 ‘재고효과’ 6434억원…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 매출 늘 때 에쓰오일만 외형 후퇴
▲ 에쓰-오일 공장 전경<사진=SOIL>

 

에쓰오일(S-OIL)의 1분기 실적은 반등이 아니라 착시에 가깝다. 영업이익은 1조원을 넘겼지만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 이익의 절반 이상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효과’였다. 제품을 더 많이 팔아 번 돈이라기보다, 보유 재고의 가치가 오르며 손익계산서가 부풀어진 것이다. 숫자는 화려했지만, 체질 개선을 말하기에는 근거가 약한 이유다.

22일 토요경제 기업재무분석실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8조9427억원, 영업이익 1조2311억원, 당기순이익 721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215억원 영업손실에서 대규모 흑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매출은 전년 동기 8조9905억원보다 0.5% 감소했다. 외형은 줄었는데 이익만 급증했다. 이 지점이 이번 실적의 핵심이다.

흑자의 절반은 재고효과였다. 에쓰오일이 밝힌 1분기 재고 관련 효과는 6434억원이다. 전체 영업이익의 52.3%다. 이를 단순히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5877억원으로 줄어든다. 영업이익률도 13.8%에서 약 6.6% 수준으로 내려간다. 회사가 발표한 숫자는 1조원대 흑자지만, 실제 영업 체력을 보여주는 숫자는 그보다 훨씬 낮게 봐야 하는 이유다.

재고효과는 정유사의 실력이 아니다. 유가가 오르면 과거 낮은 가격에 들여온 원유와 제품 재고의 평가가치가 오른다. 이때 장부상 이익이 생긴다. 반대로 유가가 떨어지면 같은 구조가 손실로 바뀐다. 이번 분기 이익이 다음 분기에도 반복된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특히 에쓰오일의 재고효과는 3월 한 달에 집중됐다. 1월에는 재고 관련 손실이 90억원 발생했고, 2월 효과도 529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3월에는 5995억원의 재고효과가 한꺼번에 반영됐다. 중동 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기존에 낮은 가격에 들여온 원유와 제품 재고의 평가가치가 뛰었고, 원유 도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 사이의 가격 차이, 이른바 래깅 효과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분기 전체 재고효과의 93.2%가 3월 한 달에 몰렸다. 3월 영업이익도 8122억원으로 분기 전체 영업이익의 약 66%를 차지했다. 에쓰오일의 1분기 흑자는 분기 내내 벌어들인 실력이라기보다, 3월 유가 급등이 한꺼번에 밀어 올린 숫자에 가까웠다.

정유업계 전체가 재고효과를 누린 것은 맞다. SK에너지는 1분기 영업이익 1조2832억원 가운데 약 7800억원, 60% 안팎이 재고 관련 이익이었다. GS칼텍스 역시 1분기 영업이익 1조6367억원을 냈지만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이 실적 개선의 주요 배경이었다.

하지만 에쓰오일은 경쟁사와 다른 약점이 있다. 매출이 줄었다. GS칼텍스는 1분기 매출 13조347억원으로 전년보다 17% 증가했다. HD현대오일뱅크도 매출 7조7155억원으로 8.3% 늘었다. 반면 에쓰오일은 같은 유가 상승 국면에서도 외형 성장을 만들지 못했다. 고유가가 이익은 키웠지만 매출 성장은 견인하지 못했다.

에쓰오일(S-OIL)은 정기보수 영향으로 가동률이 낮아졌다고 설명할 수 있다. 실제 회사 자료상 원유정제시설 가동률은 지난해 평균 96%에서 올해 1분기 85%로 떨어졌다. 그러나 정기보수를 감안해도 매출 감소와 이익 급증이 동시에 나타난 구조는 불편하다. 영업활동의 확장보다 회계상 재고이익이 실적을 더 크게 끌어올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문제는 더 선명하다. 정유 부문은 매출 7조1013억원, 영업이익 1조390억원을 냈다. 전체 영업이익의 84.4%가 정유에서 나왔다. 에쓰오일의 1분기 흑자는 사실상 정유 부문 하나가 떠받친 성적표다.

반면 비정유 부문은 약했다. 석유화학 부문 매출은 1조1044억원으로 전년보다 2.1% 줄었다. 영업손익은 255억원 흑자로 전환했지만 영업이익률은 2.3%에 그쳤다. 윤활 부문 매출도 7370억원으로 6.8% 감소했다. 윤활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보다는 늘었지만 직전 분기보다 18.1%나 줄었다. 정유 외 사업이 실적 변동성을 낮춰주는 버팀목 역할을 하지 못했다.

환율도 이익을 갉아먹었다. 에쓰오일의 1분기 금융 및 기타손익은 2397억원 손실이었다. 이 가운데 순환차손실은 2012억원이었다. 순환차손실은 원·달러 환율 변동으로 외화 자산·부채와 외화 거래에서 발생한 손익을 합산했을 때 손실이 더 큰 상태를 말한다. 원유를 달러로 사들이는 정유사는 유가뿐 아니라 환율에도 실적이 크게 흔들린다.

결국 에쓰오일의 1분기 실적은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영업이익은 1조원을 넘겼지만, 영업외 단계에서 환율 손실이 발생했고, 최종 당기순이익은 7210억원으로 줄었다. 유가가 영업이익을 밀어 올렸고, 환율은 그 이익의 일부를 다시 걷어갔다. 정유사의 구조적 변동성이 그대로 드러난 분기였다.

에쓰오일도 위험을 인정하고 있다. 회사는 유가가 하락하면 재고 관련 손실이 발생해 영업이익 변동성과 하방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흑자를 만든 재고효과가 다음 분기에는 반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적을 끌어올린 요인이 곧 실적을 흔들 위험 요인이기도 한 셈이다.

문제는 에쓰오일이 이런 구조 속에서 대규모 투자 국면에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기계적 준공을 앞두고 있다. 정유 실적은 유가와 환율에 흔들리고, 석유화학과 윤활 매출은 줄었는데 회사는 석유화학 확장으로 가고 있다. 1분기 흑자가 클수록 이익의 질을 더 엄격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에쓰오일의 1분기 성적표는 축포보다 경고음에 가깝다. 매출은 줄었고, 이익의 절반 이상은 재고효과였다. 비정유 부문은 약했고, 환율은 영업외 손실로 돌아왔다. 경쟁사들이 매출 증가를 동반한 것과 달리 에쓰오일은 외형 성장 없이 이익만 급증했다.

1조2311억원이라는 숫자는 크다. 그러나 그 숫자가 곧 에쓰오일의 체력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번 실적이 보여준 것은 강한 회사가 아니라 유가에 크게 흔들리는 회사의 민낯이다. 에쓰오일의 흑자는 분명했다. 하지만 에쓰오일의 1분기 흑자는 회사가 스스로 만든 실력이라기보다, 유가가 잠시 빌려준 이익에 가까웠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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