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부딪친 플랫폼법…“독점적 반칙 막되 혁신·성장 위축 감안해야”

토요프리즘 / 이승섭 / 2024-01-31 10:38:24
벤처·IT업계, 혁신 의지·투자 위축 등 우려해 반대
미국 상공회의소, 한국 플랫폼법 추진에 반대 표명
공정위, “국내외 업계 의견 수렴해 법안 마련할 것”
▲공정회가 추진 중인 플랫폼법이 독점적 반칙 행위 규제라는 취지는 살리되 혁신과 성장 등을 취축시켜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작년 12월 추진하기로 밝힌 가칭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이 일시 벽에 부딪친 모습이다. 벤처·IT업계와 소상공인  등 국내뿐 아니라 미국 재계까지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탓이다.


벤체업계등은 “플랫폼법이 혁신과 투자를 위축시켜 성장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며 플랫폼법 마련을 반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 재계를 대표하는 미국 상공회의소가 29일(현지시간) 플랫폼법에 반대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 상의는 이날 플랫폼법을 서둘러 통과하려는 한국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미국과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국내외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입법을 추진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독점적 플랫폼 기업의 '반칙 행위'를 막기 위한 플랫폼법에 대한 윤곽이 정해지기도 전부터 난관에 처한 모양새다.

플랫폼에 대한 정부안이 내달 중 공개될 전망이지만, 아직 지배적 사업자 범위와 부당행위 금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으면서 여러 추축이 무성한 게 요인이다.

공정위가 플랫폼법 제정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 일부 대형 플랫폼의 지장 지배적 구조에 따른 불공정 거래를 막겠다는 의미다.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기업들의 반칙 행위를 막고, 시장 내 경쟁을 촉진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시장을 지배하는 소수 플랫폼의 반칙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가 적지 않다"며 플랫폼 제정 필요성을 강조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다만 다음 달로 예상되는 플랫폼법에 대한 정부안이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업계의 부정적인 기류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공정위는 플랫폼 윤곽이 만들어지면 당연히 업계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공정위의 플랫폼법 제정 기준이 마련돼 공개되기도 전부터 이 같은 불필요한 논쟁이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플랫폼법 입법에 반대하는 벤처·IT업계 

벤처기업협회는 지난 주 성명을 내고 공정위의 플랫폼법 제정 논의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 법안이 제정되면 벤처기업의 혁신 시도가 위축돼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성장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초기 창업기업에서 출발해 글로벌 거대 플랫폼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국내 플랫폼 시장에서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규제가 도입된다면 해외 투자자도 한국 시장을 외면할 것으로 우려한다.

스타트업계도 사단법인 스타트업 얼라이언스가 최근 스타트업 대표·(공동)창업자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플랫폼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어두운 인식을 드러냈다.

특히 응답자의 절반 정도는 이익이 나지 않는 스타트업이 거래 규모가 크거나 이용자 수가 많다는 이유로 규제받게 된다면 J커브를 그리던 성장동력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국내 플랫폼 기업이 규제받는 사이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국내 영향력이 더 커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 썪인 인식도 적지 않다.

이는 ‘플랫폼법이 중소 플랫폼 및 스타트업을 시장지배적 플랫폼으로부터 보호해 산업 생태계가 발전될 것’이라는 공정위의 생각과는 다소 괴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소상공인 업계가 반발하는 저변에는 일각에서 대형 플랫폼인 쿠팡과 배달의민족이 플랫폼법 적용을 받는 '지배적 사업자'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때문에 공정위가 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런 불신을 해소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상공회의소가 이날 통상문제까지 거론하면서 한국측에 법 제정을 서두르지 말 것을 요청한 것도 자국 플랫폼 기업들이 지배적 사업자 범주에 포함되지 않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업계의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논란이 거세질 수도 있다.

◇플랫폼법 추진 어떻게 추진행되고 있나

독점적 플랫폼 기업의 '반칙 행위'를 막기 위한 플랫폼법의 정부안이 2월 중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주요 쟁점은 '지배적 사업자' 지정이다. 일단 4∼5개 업체로 최소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국내외 업체 중 어느 업체가 대상이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인 셈이다. 가뜩이나 이날 미국 상공회의소의 플랫폼법 추진에 반대하는 입장을 나타내면서 카카오나 네이버, 쿠팡, 배민 외 미국 쿠글이나 애플, 넷플릭스 등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지 여부가 변수라고 볼 수 있다.

공정위는 플랫폼법 정부안에 들어갈 세부 내용을 결정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막바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업체를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4대 반칙 행위를 금지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부처 간 별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출액과 시장 점유율, 이용객 수 등 정량적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정성 평가'를 실시해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플랫폼법 추진을 둘러싸고 업계의 지나친 불안과 우려를 없애기 위해 정부안에 대한 부처 간 협의가 끝나는 대로 이를 발표하겠다는 방침은 긍정적이다. .

플랫폼법 정부안이 마련된다고 해도 지배적 사업자가 바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법안의 국회 통과와 하위 법령 제정을 감안할 경우 법이 시행되려면 1년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고려하면 지배적 사업자 지정도 법이 시행되는 시점에 맞춰지거나, 시행 이후 논의를 통해 이뤄질것이라는 분석이다.

◇독과점 피해 막되 생태계 위축 안 되게 해야

공정위의 플랫폼법 추진 취지는 옳다. 다만 업계를 중심으로 우려하는 시선이 강한 것은 부담이다. 법안 마련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그동안 치열한 경쟁 속에 성장해 왔는데, 규제를 받게 될 경우 혁신과 생태계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업계의 지적에 일리가 있기 떄문이다.

더구나 국내 온라인 플랫폼 업체는 미국 등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력에서 비교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크게 뒤진다.. 공정위가 독점에 따른 소비자들의 폐해를 막겠다는 플랫폼법의 추진 의도는 공감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국내 업계의 혁신을 위한 의지나 성장의 발목을 잡아서는 곤란하다.

또 이번에 미국 상공회의소가 낸 성명대로 라면 자칫 미국과 외교·통상 마찰까지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만큼 휘발성이 크다. 공정위는 앞으로 미국측의 의견을 적극 듣겠다고 하는 데, 국내 관련 업계 의견도 충분히 수렴해 이들의 우려와 불안을 덜어줘야 플랫폼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토요경제/ 이승섭 대기자 sslee7@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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