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남의 카드에 발목 잡혀…해킹 사태에 속 타는 심정 (2부)

유통·소비재 / 최성호 / 2025-09-21 10:22:52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이사가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해킹 사고로 인한 고객 정보 유출사태에 대해 대고객 사과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롯데그룹은 2019년 롯데카드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금융 계열사를 보유할 수 없게 되면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롯데’라는 이름은 카드사에 그대로 남았다. 소비자는 여전히 롯데카드를 그룹 계열사로 인식했고, 카드 사용처와 혜택은 유통·호텔·면세점 등 계열사와 긴밀히 연결돼 있었다.


문제는 소유와 지배력은 사라졌는데, 책임은 여전히 롯데가 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점이다. 이번 해킹 사태는 이러한 아이러니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그룹은 경영에 일절 관여할 수 없는데도 브랜드 가치 훼손이라는 가장 큰 피해를 떠안고 있다.

곤혹스러운 롯데, 속이 타들어 가는 현실

롯데 내부는 “속이 타들어 간다”는 표현이 나올 만큼 곤혹스럽다. 카드사 운영은 MBK가 맡고 있지만, 소비자는 롯데 전체를 향해 불신의 시선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소비자와 매일 접점을 갖는 롯데에게 신뢰는 곧 매출이다. 그룹 관계자는 “회복하기 어려운 브랜드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면세점, 롯데호텔 등 소비자 접점이 넓은 계열사들은 이번 사태의 불똥이 언제 옮겨붙을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이 “롯데라는 이름이 붙은 서비스 전반이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룹 입장에서 치명적이다. 신뢰 하락은 할인 쿠폰이나 프로모션으로 메울 수 없는 영역이다.

롯데는 이번 사태가 장기적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한다. 그룹 차원의 항의와 롯데카드의 사과문 발표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롯데카드는 롯데 계열사가 아니다”라는 설명을 반복하지만, 소비자의 인식은 단순히 브랜드를 기준으로 움직인다.

실제로 롯데카드는 여전히 그룹 임직원 전용 카드를 발급해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임직원의 개인정보도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입장에서는 협력사 문제가 아니라 내부 보안 관리에도 금이 간 셈이다. 유통 현장에서 소비자에게 신뢰를 팔아야 하는 그룹으로서는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롯데 내부에서는 “어떻게든 브랜드를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지만, 해법은 뚜렷하지 않다. 브랜드 사용 계약을 재검토하자니 카드사와의 관계와 시장 혼란이 부담이고, 당장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그룹은 책임질 권한은 없는데, 손해는 고스란히 떠안는 답답한 구조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브랜드 공유 구조를 방치한 결과 롯데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몰렸다”며 “향후 다른 대기업들도 브랜드와 소유 구조를 분리할 때 관리 권한을 어떻게 조율할지 과제를 던져 주고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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