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AI 수출 엔진 커져…삼성·SK하이닉스엔 수요, 현대차·LG엔솔엔 압박

국제 / 최은별 기자 / 2026-09-09 10:14:53
FT “한국산 수입 월간 최대”·WSJ “중국 수출, AI 구축이 지지”…반도체 호황 뒤 제조업 가격 경쟁 확대
▲ 중국 동부 장쑤성 쑤저우항에서 수출 대기 중인 전기차들 [연합뉴스]

 

중국의 수출 급증은 한국경제에 호재와 경고를 동시에 던졌다. 9일 오전 외신과 공식 통계를 종합하면 중국의 AI·첨단 제조 수요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출을 밀어 올리고 있다. 반면 중국의 자동차·배터리·태양광·소재 수출 확대는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한화솔루션 큐셀, 석유화학·철강업계의 제3국 가격 경쟁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

로이터는 전날 베이징발 기사에서 중국의 8월 수출이 달러 기준 전년 대비 25.0% 늘었다고 전했다. 수입은 28.2% 증가했고, 무역흑자는 1190억9000만달러로 확대됐다. 로이터는 중국 수출이 “고기술·AI 관련 제품에 대한 강한 해외 수요(strong overseas appetite for high-tech and AI-related products)”에 힘입었다고 전했다. 이는 내수 부진에 눌린 중국 경제를 수출이 떠받치는 구조다.

한국 반도체에는 우선 수요 호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날 보도에서 중국의 수입 증가 배경 중 하나로 한국을 지목했다. 이 매체는 “중국의 수입 증가는 AI 장비 붐을 위한 핵심 칩 공급국인 한국에서 일부 나왔다(China's rise in imports came partly from South Korea, a key supplier of chips for the AI-equipment boom)”고 전했다. 또 중국 해관총서 기준 8월 한국산 수입액은 321억달러로 월간 최대를 기록했고, 전년 대비 108% 늘었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 통계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1일 8월 수출이 전년 대비 68.7% 증가한 982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수출은 466억5000만달러로 209.0% 늘어 역대 최대치를 새로 썼다. 산업부는 반도체 수출 호조의 배경으로 구글·아마존 등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견조한 AI 인프라 수요”를 들었다. 대중 수출은 241억달러로 119.3% 늘었다.

이 지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가장 먼저 수혜권에 선다. 두 회사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핵심 기업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일 한국의 8월 수출을 두고 “반도체 주도 수출 급증세가 이어졌고, AI가 만든 칩 수요가 식고 있다는 신호는 거의 없다(South Korea’s semiconductor-led export surge extended into August… showing few signs that artificial-intelligence-driven demand for chips is cooling)”고 보도했다. WSJ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강한 AI 인프라 수요 속에 공급이 빠듯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수출 급증은 한국 제조업 전체에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로이터는 중국의 1~8월 고기술 제품 수출액이 42.9% 증가했고, 반도체 수출액은 두 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자동차 수출도 금액과 물량 모두 50% 넘게 증가했다. 전기차, 태양전지, 리튬이온배터리 수요도 중국 수출을 떠받쳤다. 이는 현대차·기아의 해외 판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배터리 수주, 한화솔루션 큐셀의 태양광 사업에 가격 경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전날 중국의 8월 수출이 시장 예상보다 더 늘었고, “글로벌 AI 구축(global AI build-out)”이 이를 지지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해외 출하 급증이 교역 상대국과의 불균형 논란을 키울 수 있다고 짚었다. WSJ는 중국의 1~8월 누적 무역흑자가 8055억달러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무역흑자가 커질수록 미국과 유럽은 관세, 수입쿼터, 원산지 규정 강화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 반도체와 중간재를 공급하는 한국 기업도 최종 시장 규제의 간접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석유화학과 철강은 수요보다 가격 압박을 먼저 봐야 한다. 중국 내수가 약한 상태에서 수출이 생산능력을 흡수하면, 아시아 시장에는 저가 물량이 더 많이 풀릴 수 있다. LG화학·롯데케미칼은 중국발 공급 확대가 제품 스프레드에 미치는 영향을 봐야 한다.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도 중국 철강재 수출, 유럽 수입쿼터, 미국 관세 흐름을 동시에 맞는다. 산업통상부도 8월 철강 수출과 관련해 EU 수입쿼터 도입으로 대EU 수출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중국 수출 급증의 본질은 한국경제의 ‘AI 의존 구조’를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점이다. 중국은 AI 하드웨어 수요를 타고 한국 반도체를 더 많이 사들이고 있다. 이 흐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강한 수출 동력이다. 동시에 중국은 같은 AI 붐을 바탕으로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태양광, 고기술 제품 수출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이 흐름은 한국의 나머지 주력 기업에는 더 센 경쟁으로 돌아온다. 한국경제의 다음 질문은 반도체 수출이 얼마나 더 늘어나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AI 붐이 한국 반도체를 밀어 올리는 동안, 중국의 제조 수출 엔진이 한국 산업의 어디까지 압박할지가 더 큰 화두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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