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광석에서 미래를 뽑아내다…첨단 기술로 세계를 제련하다”(1부)

산업 / 최성호 / 2025-10-28 09:49:09
AI 자동화·다금속 회수율 세계 최고…‘조용한 강자’의 진면목초고순도 복합제련 기술로 글로벌 1위 수성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미국 워싱턴 DC 윌라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및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 기념 촬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료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한국 산업의 뿌리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챔피언’이 있다. 홍보 한 줄 없이도 세계 비철금속 시장 정상에 오른 기업, 바로 고려아연이다. 자원 빈국에서 출발해 반세기 만에 제련 기술의 세계 표준을 세운 이 기업은, 이제 단순한 제련회사를 넘어 첨단소재 산업의 심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세계 비철금속 시장에서 기술 하나로 정상을 지켜온 기업, 바로 고려아연이다. 자원 빈국 한국에서 시작된 이 회사는 50년 만에 세계 제련산업의 기준을 다시 세웠다.

 

1974년 설립된 고려아연은 울산 온산제련소를 중심으로 아연·연·은 등 주요 비철금속을 생산하며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연간 아연 64만톤, 연 45만톤, 은 2천톤을 정제하는 규모는 단일 제련소 기준으로 세계 최대 수준이다. 

 

설립 초기만 해도 기술과 자본이 부족했지만, 독자적인 제련공정 개발과 설비 국산화를 통해 해외 의존도를 끊었다. 지금은 기술 역수출까지 이뤄지는 반전의 역사를 썼다.

고려아연의 핵심 경쟁력은 ‘복합제련’ 기술이다. 이는 하나의 광석에서 아연, 납, 은, 금, 인듐, 비스무트 등 10여 종의 금속을 동시에 추출하는 공정으로, 전 세계에서도 불과 몇 곳만이 보유한 고난도 기술이다. 

 

그중 고려아연은 회수율과 순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아연은 99.995%의 초고순도로 정제되고, 인듐 생산량은 세계 시장의 15%를 차지한다. OLED와 반도체 산업에 쓰이는 인듐은 사실상 고려아연이 공급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

이 회사는 제련 과정의 자동화와 인공지능 제어 시스템을 통해 효율을 극대화했다. 

 

온산제련소의 제어실에서는 공정별 온도, 압력, 황산농도 등이 실시간으로 분석되어 최적의 조건으로 유지된다.

덕분에 불량률이 0.01% 미만으로 줄었고, 단위당 에너지 사용량은 경쟁사 대비 20% 이상 절감됐다. 일본 미쓰비시머티리얼이나 스위스 글렌코어보다 원가경쟁력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또한 부산물을 자원으로 전환하는 공정 혁신도 빼놓을 수 없다.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황산은 화학비료와 정밀소재의 원료로 다시 판매되고, 은·금 등 귀금속은 정제 후 전자산업용 소재로 수출된다. 불순물까지 경제적 가치로 바꾸는 이 구조는 ‘자원 최대화’라는 고려아연식 경영철학의 실현이다.

이 같은 기술력은 숫자로도 입증된다. 2024년 기준 고려아연의 매출은 12조6천억 원, 영업이익은 1조3천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제련기업 중 독보적 수치다. 수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해외 60여 개국에 공급된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을 “보이지 않는 산업의 챔피언”이라 부른다. 화려한 홍보 대신, 기술력으로 세계의 공장과 전자제품을 움직이는 ‘조용한 엔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마트폰, 전기차, 태양광 패널, 반도체 등 현대 산업의 거의 모든 분야에 고려아연의 금속이 사용되고 있다.

고려아연의 제련공장은 이제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라, 첨단소재 산업의 심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과 효율, 그리고 혁신으로 세계 제련산업의 표준을 바꾼 기업. 고려아연의 기술은 오늘도 묵묵히 ‘산업의 뒷면’을 빛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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