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배의 可타否타]산자부의 무리한 '한전 구하기'

이중배의 可타否타 / 이중배 / 2022-05-27 09:22:07
▲ 한국전력공사가 18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전력그룹사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재무 개선 대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한전 비상대책위원회 모습.

 

산자부가 위기에 빠진 한전을 구하기 위해 SMP(전력도매단가)상한제라는 무리한 제도를 꺼내 들어 빈축을 사고 있다.

 

발전사들로부터 전기를 매입하는 SMP가격이 급등해 한전의 누적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더 이상 SMP 단가가 올라가지 못하도록 법으로 막아 어떻게든 적자를 줄여보겠다는 계산인데, 효과도 미미할 뿐만 아니라 마치 풍선효과처럼 발전사들에게 미치는 역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돼 새로운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입장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은 있다. 한전의 적자 규모가 1분기에만 7조원을 훌쩍 넘길 정도로 한전의 경영에 빨간불이 켜진 것을 수수방관만 할 수 없는 게 정부다. 한전은 매우 중요한 공기업이다. 자칫 한전의 경영 상태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린다면 심각한 후유증이 불가피할 지도 모른다.


한전을 살리는 또 하나의 방법은 전기요금을 올리는 일인데, 이 또한 만만치 않다. 전기요금의 인상은 물가에 직결되기에 전국민적 원성을 살게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가뜩이나 각종 원료 값 폭등으로 장바구니 물가가 비상이 걸린 마당에 대표적인 공공재인 전기요금의 인상은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전기요금의 인상은 비단 가계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전기요금의 인상이 산업계의 원가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출범하자마자 재계와의 스킨십을 강화하며 친기업형 실용정부를 몸소 실천 중인 정부로선 한층 좋아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지금은 전기요금 인상을 검토할 시점도 아닌듯하다. 무엇보다 6월1일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를 거대 야당의 폭주를 막을 절호로 기회라고 여기는 새 정부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집권세력의 견제를 위해 거대 야당을 밀어주자는 여론 보다는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여당 쪽을 밀자는 여론이 우세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 굳이 국민적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전기요금 인상안을 들먹일 시점이 아니라 판단할 법도하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것이 SMP상한제 인데, 그 타이밍이 좋지 않아 보인다. 정책의 실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한 법이다. SMP상한제와 같은 극약 처방은 더욱 그렇다. 타이밍이 맞지 않는 처방전은 약효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후유증만 양산하게 마련이다. 한전을 구한다는 명목 아래 정부가 내놓은 SMP상한제는 실제 한전의 경영 개선엔 큰 보탬이 안 되면서 이로인한 불똥이 발전 업계로 번질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정부가 물가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전기요금을 건드리지 않고 위기에 봉착한 한전을 살려야한다는 절박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 대책이 왜 SMP상한제여야 하는 지 되묻고 싶다. 국제 원자재 값 급등에서 비롯된 한전의 대규모 적자의 책임을 구조적 약자인 발전사에게 떠안기는 상황을 미리 예측했어도 문제가 아니어도 문제다. 

 

한전도 중요하지만, 발전사들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에서 좀 더 고민한 후에 대책을 내놨어야 옳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스, 석탄, 석유 등 모든 원료가 예외 없이 폭등하는 작금의 상황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유사시에 나타나는 이상 급등이다. 역으로 최근의 원자재 값은 우-러 전쟁이 종식된다면 단기간에 정상화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정부가 굳이 SMP상한제를 도입해 한전의 부담을 덜어주려면 훨씬 이전에 추진했어야 했다. 작년과 올해까지 한전의 누적적자가 13조원을 넘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가만히 있다가 이제와서 SMP상한제를 끄집어내는 것은 사후약방문과 같다. 작년 하반기부터 올 4월까지 이어진 대선 정국에서 정부가 쉽게 내놓기 어려운 문제였다면,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할 일도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SMP단가가 가스공사의 가격 인하로 이달 들어 20% 가량 급락했다.


전기 매입업체인 한전과 전기 공급업체인 발전사들의 관계는 철저한 갑과 을의 관계다. 국내 생산되는 전기의 대부분을 한전이 매입하는 상황에 한전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할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구조다. 산자부와 한전이 SMP상한제를 밀어붙이자 발전사들은 속앓이만 하는 게 현실이다. 한전의 경영 개선을 위해 왜 자신들이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지 이해하지 못하는 발전사들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 토요경제신문 이중배 산업에디터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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