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신세계 향해 닻 올린 ‘정용진號’… “업무방식 다 바꿔라”

체크Focus / 이슬기 기자 / 2024-03-29 15:30:20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신세계그룹>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혁신해야 한다. 조직, 시스템, 업무 방식까지 다 바꿔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경영전략실 전략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세계그룹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8일 정용진 총괄 부회장은 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는 2006년 부회장으로 선임된 이후 18년 만에 승진 인사다. 모친인 이명희 회장은 총괄회장으로 그룹 경영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동생인 정유경 총괄사장도 백화점 부문을 맡아서 관리하는 ‘남매 경영’ 형국도 유지된다.

업계는 이번 정 회장의 승진 배경을 그룹의 경영악화를 극복하기 위한 인사라고 풀이한다. 신세계그룹 측은 “이번 인사는 정용진 회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유통 시장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위기 요인이 쏟아지고 있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유통업계는 몇 년 새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전략적인 적자 전력을 펼쳤던 쿠팡은 지난해 첫 연간 흑자전환에 선공하며 유통업계의 선두에 올랐다. 

 

또한 최근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초저가 전략을 앞세워 빠르게 국내 유통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이마트는 창립 이래 첫 연간 적자를 기록하며 희비가 엇갈린 상황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29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거두면서도 신세계건설의 대규모 손실로 연결 기준 영업손실 469억원, 순손실 1875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 별도 기준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7.3% 줄어든 188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이마트와 신세계를 합친 매출 합산액도 35조8292억원으로 2022년(37조1452억원)보다 1조원 넘게 줄었다. 경쟁 관계에 있는 쿠팡의 지난해 매출(31조8298억원)과 비교하면 외형성장률도 턱밑까지 추격 당한 상황이다.

지난 13일 정 회장은 승진 이후 첫 경영 행보로 내부 시스템 개혁에 나섰다. 이번 개혁의 핵심은 성과에 따른 임원진의 수시 인사다. 신세계그룹은 내부적으로 마련한 핵심성과지표(KPI)를 토대로 기대 실적에 못 미치거나 경영상 오류가 발생하면 최고경영자(CEO)도 수시로 교체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11월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경영전략실을 개편하고 당시 부회장이었던 정 회장이 경영전략실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정 회장은 인사제도 개편을 위해 ‘KTF(K태스크포스)’와 ‘PTF(P태스크포스)’ 등 두 개의 전담팀을 꾸려 새로운 핵심성과지표(KPI) 수립을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이때부터 정 회장의 승진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 제도는 성과에 맞는 보상과 신상필벌을 반영해 그룹의 위기를 헤쳐 나가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와 신세계건, SSG닷컴‧G마켓 등 이커머스 계열사가 첫 타깃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어 지난 25일 이마트는 전사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정 회장 체제로 들어선 지 약 2주 만이다. 이마트가 점포별이 아닌 전사적인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은 1993년 설립된 이래 처음이다.

이번 희망퇴직은 수석부장‧부장‧과장급 중 근속 15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월 급여 24개월치의 특별퇴직금과 2500만원의 생활비를 지급하는 조건이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이날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통해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이번 조치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최근 신용평가사 3사는 일제히 이마트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나섰다. 지난 27일 한국기업평가는 이마트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신세계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기업어음 등급을 A2에서 A2-로 하향했다.

지난 22일에는 나이스신용평가가, 26일에는 한국신용평가가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하향조정에 나섰다.

한기평은 “이마트의 주력인 대형마트는 높은 대형마트는 높은 온라인 침투율과 근거리·소량 구매 패턴 정착 등으로 인해 업태 매력도가 저하됐고 가양점, 성수점 등 주요 점포 매각·폐점도 이익창출력 약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1년 이베이코리아(3조6000억원)와 W컨셉코리아 인수(2616억원), SCK컴퍼니 지분 추가 취득(4860억원) 등 투자자금 소요로 약 4조4000억원의 순차입금 증가 효과가 발생한 데 이어 2022년 이후에도 미국 와이너리 취득, 부동산 개발 등의 자금 소요가 계속되면서 재무부담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마트의 신사업 발굴은 정 회장의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동안 수차례에 걸쳐 신사업을 실패한 정 회장의 경영능력이 기업의 위기를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한편 지난 27일 정 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의 2개의 게시물을 제외한 모든 게시물을 삭제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표현한 활발한 SNS 활동으로 ‘오너리스크’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다만 소개란을 뒤집으면 보이는 ‘멸공’이란 단어는 삭제하지 않은 상태다.

 

토요경제 / 이슬기 기자 ls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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