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대신 백화점으로…외국인 쇼핑 지도가 바뀐다

유통·소비재 / 김은선 기자 / 2026-08-05 10:26:54
상반기 3사 외국인 매출 1.7조 돌파…명동·여의도·센텀 등 도심 관광 거점이 흡수

백화점 3사의 올해 상반기 외국인 매출이 1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숫자보다 주목할 대목은 소비 동선의 변화다.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수요가 면세점 중심에서 명동, 여의도, 부산 등 도심 백화점으로 옮겨가고 있다. 백화점이 내국인 소비에 의존하던 유통 채널을 넘어 관광객을 붙잡는 쇼핑 인프라로 바뀌는 흐름이다.

 

▲ 한국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 [연합뉴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외국인 매출은 롯데백화점 6400억원, 신세계백화점 5800억원, 현대백화점 약 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3사 합계는 1조7200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외국인 매출 2조800억원의 80%가량을 반기 만에 채운 규모다.

 

롯데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25% 늘었다. 본점은 140%, 부산본점은 150%, 롯데몰 동부산점은 170% 증가했다. 명동 본점 중심의 관광 상권이 부산과 동부산으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롯데는 명품과 패션 품목에서 외국인 매출이 크게 늘었고, 외국인 전용 멤버십 발급도 7개월 만에 13만건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백화점은 외국인 매출의 점포별 집중도가 더 뚜렷했다. 본점과 강남점, 센텀시티점이 전체 외국인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금액으로는 최소 5220억원이다. 본점 외국인 매출은 220%, 센텀시티점은 230% 늘었다. 본점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29.2%에 달했다.


현대백화점의 상반기 외국인 매출은 약 50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외국인 매출 약 7000억원의 71% 수준까지 올라왔다. 더현대 서울의 외국인 매출은 상반기 기준 134% 늘었다. 올해 1~7월 기준 더현대 서울과 무역센터점의 외국인 매출 증가율은 각각 138%, 134%였다. 두 점포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20% 수준이다.

외국인 매출 증가는 단순 환율 효과만으로 보기 어렵다.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관광은 단체 면세 쇼핑보다 개별 관광객 중심으로 바뀌었다. 이들은 명품만 사는 것이 아니라 K패션, 뷰티, 식음료, 팝업스토어, 캐릭터 상품을 함께 소비한다. 백화점이 쇼핑과 체험을 한 공간에 묶어 제공하면서 면세점이 흡수하던 소비 일부를 가져오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다만 외국인 특수가 백화점 전체 실적을 바꿨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초 백화점 3사의 평균 외국인 매출 비중을 5% 안팎으로 추산했다. 이후 비중이 6% 안팎까지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외국인 매출 증가율은 크지만 전체 백화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제한적인 수준이다.

결국 관건은 외국인 매출의 확산성이다. 지금까지의 성장은 명동 본점, 더현대 서울, 신세계 센텀시티, 롯데몰 동부산점처럼 관광객 동선에 들어간 점포가 이끌었다. 롯데와 현대는 외국인 매출 상위 점포가 전사 외국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공개하지 않았다. 관광 거점 밖 기존 점포까지 외국인 소비가 확산됐는지는 아직 확인하기 어렵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전략도 달라진다. 외국어 안내, 즉시 환급, 알리페이·위챗페이 등 간편결제, K패션 편집매장, 식음료 콘텐츠, 팝업스토어 운영이 매출 경쟁력이 된다. 과거 백화점의 핵심 지표가 내국인 VIP와 명품 매출이었다면, 앞으로는 외국인 관광객을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하고 여러 상품군으로 소비를 넓히느냐가 중요해진다.

외국인 소비가 백화점의 새 성장 요인으로 떠오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1조7000억원이라는 숫자만으로 업계 전반의 회복을 말하기는 어렵다. 백화점 외국인 특수의 본질은 매출 총액보다 쇼핑 채널의 이동이다. 면세점 중심이던 외국인 쇼핑 수요를 백화점이 얼마나 더 흡수하고, 관광 거점 점포의 성공을 다른 상권으로 확산할 수 있을지가 다음 경쟁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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