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비상등’…한국, 비축유 208일분으로 버틸까

기업분석 / 최성호 / 2026-03-05 07:52:33
정부 “단기 수급 차질 제한적”, 업계는 운임·보험료 ‘비용 충격’ 경계
중동 원유 의존 69.1%·대부분 호르무즈 해협 통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3일(현지사간) 필리핀 더 마닐라호텔에서 열린 제3차 중동상황 실물경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사실상 현실화되면서 국제유가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원유·석유제품을 합쳐 208일분을 비축했다”며 단기 충격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하지만, 봉쇄가 길어질 경우 ‘물량’보다 ‘가격’과 ‘물류’에서 먼저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긴급 관계부처회의에서 정부 비축 7648만 배럴과 민간 비축 7383만 배럴을 합쳐 즉시 사용 가능한 물량이 약 1억5700만 배럴 수준이며, 향후 3개월 내 추가 확보 가능 물량 3500만 배럴까지 포함하면 총 208일분 대응 여력이 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한국은 IEA(국제에너지기구) 기준 석유비축 지속일수에서 ‘세계 6위’ 수준으로 평가된다고도 했다. 문제는 한국의 구조적 의존도다. 지난해 기준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이 69.1%에 달하고, 그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협은 폭 55㎞ 가운데 유조선이 실제로 지나갈 수 있는 항로가 10㎞ 안팎에 불과하고, 통항 구간이 사실상 이란 영해에 걸쳐 있어 군사·정치 변수에 취약하다.

정부는 “비축이 충분해 단기 수급 차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비축일수’가 곧 ‘생활 충격 차단’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본다. 

 

원유가 들어오는 길이 막히면 유조선 운임과 전쟁위험 보험료가 먼저 뛰고, 정유·석유화학·항공·해운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비용이 빠르게 불어난다. 그 여파는 결국 휘발유·경유·항공권·택배비·생활물가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업계가 꺼내든 카드는 ‘대체 수입선’이다. 산업부는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중동 외 공급선 확보를 준비 중이며, 미국산 원유 수입 확대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천연가스는 중동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비축도 갖추고 있지만, 역시 장기화 국면에선 동남아·호주·북미 등으로 조달선을 넓히는 방안이 함께 검토되고 있다.

‘마지막 안전판’인 전략비축유 방출도 점검에 들어갔다. 한국석유공사는 수급 위기대응 상황반 회의를 열어 방출 가능성을 점검했으며, 정부가 전략비축유 방출을 결정한 사례는 1991년 걸프전, 2005년 카트리나, 2011년 리비아 사태, 2022년 유가 안정 공조(코로나19 국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총 다섯 차례로 전해졌다.

결국 관건은 “비축이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얼마나 비싸게, 얼마나 불안정하게” 버티게 되느냐다. 봉쇄가 단기간에 해소되면 비축유는 ‘안정 장치’로 기능하겠지만, 장기화할수록 한국 경제는 물류비·제조원가·생활물가의 연쇄 상승을 먼저 체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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