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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총회 연설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공 |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회기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개막했다. 강대국 간 대립과 미국의 지원 중단으로 ‘존립 위기’에 몰린 유엔을 향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능하고 부패하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같은 날 연단에 선 이재명 대통령은 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를 3축으로 한 ‘END 이니셔티브’를 제시하며 한반도 냉전 종식과 국제사회 기여 의지를 밝혔다.
올해는 유엔 창립 80주년이 되는 해다. 그러나 회의 분위기는 기념일의 무게감보다는 위기감이 짙게 깔렸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아프리카 수단 내전 등 세계 곳곳에서 무력 충돌이 이어지는데도 유엔의 역할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개막 연설에서 “세계는 무모한 파괴와 끝없는 고통의 시대로 들어섰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제 규범을 무시하고 자기들에게만 예외를 인정하는 국가들을 보게 된다”며, 유엔이 해야 할 역할과 실제 수행 능력 간 괴리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전통적 첫 연설 브라질, 반민주주의 경고
일반토의 첫 연설자로 나선 것은 브라질이었다. 브라질은 과거 어느 나라도 첫 발언을 원치 않았던 시절, 자진해 첫 연설을 맡으면서 오늘날까지 전통이 이어졌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전 세계적으로 반민주 세력이 자유를 억압하려 한다”고 경고했다.
이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쿠데타 모의 혐의 재판과 이를 ‘마녀사냥’이라 규정한 트럼프의 압박 조치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트럼프 유엔의 의미 지적
이어 등단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의 존재 의미 자체를 겨냥했다. 그는 “내가 집권 2기 동안 7개의 분쟁을 중재하며 전쟁을 멈추는 동안 유엔은 어디에도 없었다”며 “유엔의 목적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유엔을 “잠재력은 크지만 실제로는 강경한 어조의 편지만 보내고 행동은 없는 기구”라고 비판했다. “공허한 말로는 전쟁을 막을 수 없다”며 “전쟁을 멈추는 것은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의 유엔 분담금 삭감과 지원 축소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강대국 간 이해 충돌로 안보리 개혁조차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의 공개 비난은 유엔 체제 전반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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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에서 연설하는 이재명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공 |
이재명 대통령, ‘END 이니셔티브’ 제시
이날 7번째 연설자로 나선 이재명 대통령은 정반대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END 이니셔티브’로 한반도 냉전을 끝내겠다”며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를 축으로 대화를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상대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도 적대행위도 추구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이는 북한과 국제사회에 동시에 전하는 신호로,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 고리를 끊자는 제안이다.
그는 또한 “남북 관계 발전뿐 아니라 북미 간 대화, 국제사회와의 관계 정상화도 적극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 문제에 대해선 “단기간 해결은 어렵지만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실용적 접근을 제시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팔레스타인 문제가 국제사회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엔총회장에서 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 논의를 주재하며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선언했다. 캐나다, 호주, 영국, 포르투갈, 몰타 등이 연이어 팔레스타인 승인에 동참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미국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이런 움직임이 문제 해결을 오히려 지연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총회를 둘러싼 주요 강대국의 입장차는 여전히 뚜렷하다.
북한은 고위급 회기 마지막 날인 29일 차관급 인사가 연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경 외무성 부상이 대표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과거 리수용·리용호 외무상이 직접 총회에 참석했던 것과 달리, ‘하노이 노딜’ 이후인 2019년부터는 대사급 인사만 발언을 이어왔다.
이번에도 북한이 미국과 한국의 메시지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관전 포인트다.
올해 유엔총회 첫날 연단에서 국제사회가 들은 메시지는 극명하게 갈렸다. 트럼프는 유엔의 무능을 지적하며 ‘행동 없는 말잔치’를 비판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실질적 대화 구상으로 평화와 협력을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발언이 유엔 분담금 축소와 다자주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반면 이 대통령의 구상은 한반도 평화와 국제사회 협력을 잇는 연결고리를 제시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북한의 반응, 미국 대선 정국, 미중 갈등 등 외부 변수가 여전히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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