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왜 ‘모험자본론’을 꺼냈을까

경제·금융 / 임종호 기자 / 2026-07-08 04:11:47
은행 순익 둔화·비은행 확대·생산적 금융 압박이 맞물린 사업모델 전환 신호
▲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모험자본’을 전면에 꺼낸 것은 단순한 스타트업 지원 선언이 아니다. 은행 대출 중심의 성장 공식에서 벗어나 투자·비은행·자본시장형 금융그룹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신호다.

임 회장은 7일 서울 중구 우리금융 본점에서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주관으로 열린 ‘2026 WFRI 콘퍼런스’에서 “금융은 단순한 자금 공급을 넘어 미래의 가능성에 투자하는 ‘투자형 생산적 금융’으로 진화해야 하며, 그 중심에 모험자본이 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이날 스타트업 발굴부터 후속 투자, 스케일업, 기업공개(IPO)까지 이어지는 ‘연속형 모험자본 공급 체계’를 제시했다.

발언의 1차 배경은 정책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생산적 금융을 핵심 과제로 내걸고 금융권 자금이 부동산과 담보대출에 머물지 않고 첨단산업, 벤처기업, 지역경제로 흘러가야 한다고 주문해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금융업권 생산적 금융협의체’를 정례화했고, 4월에는 은행·보험 자본규제 합리화를 통해 생산적 분야 자금공급 여력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했다.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정책 대응만으로 끝낼 수 없는 문제다. 은행 중심 수익구조의 한계가 이미 실적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의 올해 1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은 603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9% 줄었다.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순익 둔화는 그룹 전체 성장성에 부담이 된다.

반면 비은행과 비이자 부문은 커지고 있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의 이자이익은 2조3032억원으로 2.3% 늘었고, 비이자이익은 4546억원으로 26.7% 증가했다. 수수료이익은 5768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룹 순이익에서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1분기 8.8%에서 올해 1분기 23.5%로 확대됐다.

이 수치가 임 회장의 모험자본론을 설명한다. 예대마진 중심 은행업만으로는 성장성과 주주가치를 동시에 설득하기 어렵다. 반면 증권, 벤처캐피털, 사모펀드, 캐피탈, 자산운용을 연결하면 기업 성장 단계마다 투자 수익을 만들 수 있다. 모험자본은 사회공헌이 아니라 우리금융의 비은행 수익 기반을 키우는 사업 전략이다.

우리금융이 제시한 실행 구조도 이 방향에 맞춰져 있다. 우리금융은 5년간 총 90조원 규모의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7조원을 생산적 투자 부문에 배정했다. 올해 1~5월에는 우리PE자산운용, 우리투자증권, 우리자산운용, 우리벤처파트너스, 우리금융캐피탈 등을 통해 7325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디노랩은 이 전략의 앞단이다. 우리금융은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 디노랩을 통해 지금까지 스타트업 231곳을 발굴·육성했고, 그룹 누적으로 4700억원을 투자했다. 초기 기업은 디노랩이 발굴하고, 후속 투자는 CVC 펀드와 우리벤처파트너스가 맡는다. 스케일업과 상장 전후 단계에서는 우리투자증권이 기업공개와 자본시장 조달을 연결한다.

지역 메시지도 계산된 발언이다. 임 회장은 2024년 이후 우리금융이 발굴한 기업의 66%가 비수도권 기업이라고 밝혔다. 디노랩은 서울 외에 경남, 충북, 부산, 전북 등 지방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요구하는 생산적 금융의 방향, 즉 수도권과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지역과 혁신기업으로 돌리겠다는 정책 기조와 맞물린다.

시장 환경도 나쁘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규 벤처투자는 3조318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4.1% 증가했다. 벤처펀드 신규 결성액은 4조3652억원으로 30.7% 늘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중소·벤처기업 투자까지 합치면 1분기에만 5조원 이상의 성장자금이 중소·벤처기업에 공급됐다.

다만 모험자본은 말처럼 쉽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벤처투자 전체 규모는 늘었지만 3년 이하 초기기업 투자액은 1분기에 오히려 9.5% 줄었다. 자금이 초기기업보다 딥테크와 성장 후기 기업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금융의 모험자본 전략이 성과를 내려면 단순한 투자 규모보다 기업 선별, 후속 투자, 회수시장 연결, 손실 관리 능력이 중요하다.

결국 임 회장의 발언은 세 방향을 동시에 겨냥한다. 정부에는 생산적 금융 정책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신호다. 시장에는 우리금융이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비은행·비이자 수익을 키우겠다는 메시지다. 스타트업과 지역 기업에는 대출기관을 넘어 성장 단계별 투자 파트너가 되겠다는 제안이다.

관건은 실행이다. 모험자본은 위험을 떠안는 자본이다. 공급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회수 가능한 성장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우리금융의 7조원 투자 계획이 정책 구호에 그칠지, 그룹 체질 전환의 계기가 될지는 디노랩에서 발굴한 기업이 우리벤처파트너스와 우리투자증권을 거쳐 실제 자본시장 성과로 이어지는지에 달려 있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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