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주가 조작’이라면 범인은 누구인가

기자수첩 / 양지욱 기자 / 2025-02-15 07:33:27
▲ 양지욱 토요경제 산업부장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곧 산유국이 될 것처럼 대통령이 한껏 띄웠던 ‘대왕고래프로젝트’가 8개월 만에 알맹이 없는 빈 껍데기인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일 ‘대왕고래프로젝트’ 유망구조인 ‘영일만 심해’를 시추 탐사했지만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냈다. 1차 시추 탐사였음에도 추가 시추 탐사 계획은 불분명해졌다.


주식시장에선 관련주들이 일제히 급락해 지난해 6월 3일 주가보다 더 떨어졌다.

 

국민을 현혹했던 ‘대왕고래프로젝트’에 정무적 의도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대통령이 비상계엄도 모자라 대국민 주가조작을 한 것이냐”라는 격한 반응까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6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정 브리핑에서 “포항 영일만 심해에 원유 140억 배럴 정도의 막대한 양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깜짝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추정한 매장량 규모는 전 국민이 최대 29년을 사용할 수 있는 천연가스와 최대 4년을 쓸 수 있는 석유량이다”라고 덧붙였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술 더 떠 “이 매장량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삼성전자 시총(440조~450조원)의 5배 수준인 2200조원이다”라고 거들었다. 

 

이 발표의 근거는 미국의 ‘액트지오사’가 내놓은 물리 탐사 심층 분석 결과 보고서다. 영일만 심해에 많은 양의 가스·석유 자원이 묻혀있고 시추 성공률 20%’ 라는 것이다.


의혹투성이 근거에 언론과 관련업계에서는 액트지오의 실체와 대왕고래프로젝트 사업성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언론이 ’액트지오‘의 주소지가 일반 가정집이며, 세금 체납에, 직원도 없는 1인 컨설팅 업체라는 사실을 보도해도 정부는 ’액트지오‘를 두둔하기에 바빴다.

글로벌 기업 ‘우드사이드’사가 16년 동안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유전 개발 탐사를 진행했다가 경제성이 없다며 2022년 5월 사업 철수를 결정했던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국정 지지율이 20%대였던 윤 대통령에게 ‘대왕고래프로젝트’는 지지율 반등과 김건희 여사의 정치 리스크를 희석 시키기에 좋은 소재였다. 하지만 국가통수권자의 워딩을 그대로 믿은 국민과 주식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됐다.

2만9800원이던 한국가스공사는 6월 3일 3만8700원, 6월 24일에는 6만3500원까지 올랐다가 실패 소식이 나온 이달 7일 13.8% 급락 3만550원, 14일 종가 3만1600원으로 마감했다.


한국석유는 6월 3일 1만3800원으로 시작해 1만7950원, 다음날은 23300원가지 올랐다가 2월 14일 현재 종가 1만2580원으로 내려왔다.


690원이었던 ’동양철관‘ 주가는 6월 3일부터 개장일 기준 3일 연속 상한가를 찍으며 1527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2월 14일 현재 종가는 626원으로 8개월 전보다 더 떨어졌다.


한국ANKOR유전은 343원에서 445원, 578원 연속 상한가를 찍었다가 2월 14일 종가는 295원으로 급락했다.


금융감독원에서는 회사의 주요주주나 임직원들이 주가에 영향을 주는 주요 정보를 이용해 주식에 투자하거나 매도하는 것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로 보고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대왕고래프로젝트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가 조작도 가능한 모델이다. 개미 투자자들이 손해를 본 만큼 막대한 이익을 얻은 개인이나 집단이 있을 것이다. 이번 발표는 이례적으로 개장 시간에 발표함으로써 증권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유전 개발 사업을 검증이 필요하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일사천리로 진행한 대왕고래프로젝트를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매장 확률 20%를 근거로 국민에게 기대감을 주고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을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

 

정부 대신 국회와 금융감독원은 대왕고래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철저히 검증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국민에게 신뢰를 잃은 정부는 대왕고래프로젝트가 시작된 시점부터 액트지오 선정 과정 등 사업과 관련된 거짓 없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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