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하무인 아워홈 ‘구본성’, ‘장남승계’ 한계 드러나다

기자수첩 / 양지욱 기자 / 2024-09-27 01:34:39
▲ 토요경제 양지욱 산업부장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의 안하무인한 태도가 LG그룹 ‘승계 제도’까지 소환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고(故) 구인회 LG 초대 회장의 셋째 아들 고 구자학 아워홈 창업주의 장남이다. 범 LG 일가 오너 3세이면서, 국내 급식업계 2위 기업 ‘아워홈’ 전 대표이사다.
 

그런데 지난 25일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을 향해 보여준 그의 모습은 재계 고위층 인사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보는 이를 부끄럽게 했다.

이날은 구 전 부회장이 아워홈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수십억 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회사로부터 고발 당해 1심 선고를 받는 날이다.

구 전 부회장은 불법 행위를 했음에도 취재진을 보자마자, 자신의 휴대폰으로 취재진의 영상을 찍으면서 영어로 폭언을 내뱉었다.

취재진의 질문엔 “내가 왜 낯선 사람하고 얘기해야 해?″라고 거칠게 반응하며 취재진을 밀치거나 카메라를 때리는 등 불편한 심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각종 혐의로 법원에 출두했던 그룹 총수나 기업 대표들의 차분한 모습이나 취재진을 피하려는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구 전 부회장의 교만한 당당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러면서 LG의 ‘장자 승계 원칙’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0년 고 구자학 회장이 설립한 아워홈은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장녀 구미현 씨가 19.28%, 차녀 구명진 씨가 19.6%, 삼녀 구지은 부회장이 20.67%의 지분을 갖고 있다.

2015년까지 고 구 회장의 후계 구도는 막내 구지은 부회장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구 부회장은 오너 4남매 중 유일하게 2004년부터 아워홈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으며, 크고 굵직한 성과로 입지를 다져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6년 장남인 구 전 부회장이 차기 대표에 선임된다.

이는 구 전 부회장이 ‘장자승계원칙’을 주장하면서 경영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유교정신에 바탕을 둔 LG그룹은 종법 질서인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후계자는 반드시 장남으로 정하고 있다. 장남이 없으면 입양해서라도 장남을 만드는 가문이다.

‘장자승계’가 경영권 갈등을 사전에 차단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인성과 경영 능력이 부족함에도 장남이라는 이유로 후계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스러운 면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났다.

구 전 부회장은 코로나19 시기 회사가 적자임에도 자신의 보수액을 올리기 위해 주주 반대를 무릅쓰고 셀프 인상 했으며, 임직원용 상품권을 현금화 해 개인 용도도 사용 하는 등 사익만 추구한 오너였다. LG 일가 장남이 아니었다면 아워홈 대표로 선임되긴 힘들었을 것이다.

 

가업 승계는 기업을 지속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이 받는 게 마땅하다. 기업은 나 혼자만의 사업이 아니라 직원과 그들 가족과 연결된 사회 결합체이다. 선대 회장의 뜻을 받아 ‘장자승계원칙’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지만, 인물이 되는 그릇 인가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

 

결국 아워홈은 ‘보복운전’과 ‘운전자 폭행’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구 전 부회장을 2021년 해임시키고, 구지은 대표 체제로 전환하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지난해는 창사 이후 최대 매출인 1조9834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4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배당 문제에 불만을 가진 언니 구미현씨가 구 전 부회장과 손을 잡으면서 구지은 부회장을 포함한 기존 사내이사 재선임 안을 부결시켰다. 대신 미현씨 본인과 그의 남편 이영열 전 한양대 의대 교수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그리고 5월 31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구 전 부회장의 장남 구재모씨를 신규 이사로 선임했다.

아워홈은 또다시 구 전 부회장 체제로 리턴하게 됐다. 아워홈 1만여명 직원들의 걱정스러운 한숨이 들리는 듯하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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