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청노동자’도 진짜 노동자…사람답게 살 권리 ‘노란봉투법’

기자수첩 / 양지욱 기자 / 2025-09-06 16:05:56
▲ 토요경제 양지욱 산업부장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2004년 최초 발의 됐지만 21년 간 표류했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지난 2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오랜 숙원이 이뤄졌다. 더 나은 노사 문화가 자리잡게 됐다 ”며 환영을 표시한 반면, 재계와 경제 단체는 “산업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할 거다”라며 극과 극의 입장을 나타냈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재계 입장을 대변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그럼에도 노란봉투법 시행이 반가운 것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노동 현실을 비추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법 제정의 뿌리는 ‘사회적 공감대’에 있다.

 

이번 노동법 개정의 가장 큰 의미는 사용자성 확대다. 기존에는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없었으나 앞으로는 근로 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원청 사용자와 직접 협상할 수 길이 열렸다.

 

이는 단순한 법 조항의 변화가 아니라 그동안 협상 테이블 밖에서 배제돼 온 하청노동자들이 ‘사람답게 살 권리’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된다.

 

두 번째는 정당한 노조 행위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사업장 피해에 대해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한 것이다.

 

2009년 쌍용자동차 대량 해고 사태 이후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로 이해 30명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포기한 것을 포함해 국가와 기업이 2009년부터 2020년까지 노조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150건이 넘었다. 같은 기간 총 소송금액은 3000억원에 육박했다. 

 

‘노란봉투법’ 이름도 2009년 100억원대 손배 소송을 당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시민들의 모금 운동에서 비롯됐다. 당시 무급 휴직자였던 임무창 씨 부부가 손배 청구액의 부담을 이기지 못한 채 차례로 세상을 등지며, 과도한 손배소가 사람의 삶을 파괴한다는 현실에 사회가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이 비극적 사례가 사회적 각성과 입법 필요성을 불러일으켜, 이후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법안 개정을 강력히 요구하게 된 배경이 됐다.

 

최근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은 파업 주도 하청노동자 5명을 상대로 470억원 손배소를, 현대자동차와 현대제철도 각각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수십억 원대 손배소를 냈지만, 최근 모두 소를 취하했다. 

 

이는 노란봉투법 통과로 법적 환경이 바뀔 것을 의식한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법의 방향성을 사회가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노란봉투법이 목적을 달성하기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원청-하청 복수 노조가 교섭 과정에서 충돌할 수 있고, 노사 갈등이 노노 갈등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재계가 우려하는 “정당 행위를 가장한 불법 파업이 늘면서 기업재산권 행사마저 제약받게 됐다”는 헌법상 재산권 침해 논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회적 약속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싸워도 일단 만나야 한다. 사회 안전망 문제, 기업의 부담 문제, 고용 안정성과 유연성 문제를 터놓고 한 번쯤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듯이 ‘갈등’은 회피할 수 없지만 대화를 통해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 권리 보장을 넘어,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선택할 것인가를 묻는 법이다. 이는 하청노동자도 인간답게 살 권리를 가진다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에 국민 다수가 공감했기에 가능했던 변화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원청·하청 노동자를 구분해 대우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사회적 차별이다. 노란봉투법은 기업은 사용자 책임이 간접고용 노동자에게까지 미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법을 현장에 뿌리내리게 하는 일이다. 법은 첫걸음에 불과하다. 그 걸음을 이어갈 몫은 우리 사회 전체에 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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