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직업병 범위’ 논란…과로사 속출 ‘택배‧온라인 유통사’ 웃고, 노동계 울고

기업분석 / 김동현 / 2021-07-05 14:46:56
시행령 초안, 뇌심혈관‧근골격계 질환 법 적용 대상서 제외…노동계 “법 실효성 저하 우려”
정부, 의견 수렴 곧 마무리 후 입법예고…의무 범위 과도한 축소시 시행령으로 법 무력화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김동현 기자]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령에 노동자 과로사와 직결되는 뇌심혈관계 질환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과로에 의한 질병 사망이 끊이지 않는 택배회사와 온라인 유통업체 등이 중대재해법으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이에 노동계는 법의 실효성을 저하시키는 조처라며 반발하고 있다.


5일 노동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 초안을 놓고 노사 양측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의 마무리했다.


정부는 최종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인 시행령 제정안에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직업성 질병에서 뇌심혈관계 질환과 근골격계 질환 등은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제정안을 확정해 곧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대표이사 등 경영 책임자와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으로,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시행령은 법이 위임한 사항 등을 구체화하게 된다.


정부는 시행령 제정안이 마무리 단계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조심스런 입장을 내놨지만 시행령이 어떻게 제정되느냐에 따라 법 적용 양상이 달라질 수 있어 노사 간 첨예한 쟁점이 되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동일한 유해 요인에 따른 직업성 질환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할 경우 중대 산업재해로 보고 구체적인 질병은 시행령으로 규정하도록 했다. 뇌심혈관계 질환이 중대 산업재해에서 제외되면 노동자가 과로에 따른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지는 사고 등이 잇달아 발생하더라도 중대재해법으로 처벌할 수 없게 된다.


이는 경영계의 주장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간 경영계는 뇌심혈관계 질환 등은 업무와 상관없는 개인적 특성도 발병 원인이 될 수 있어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노동계는 과로사가 한 해 수백 건에 달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뇌심혈관계 질환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면 법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시행령 제정안은 또 경영 책임자와 사업주에게 적용되는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과 이행 의무도 노동계 요구보다 상당 부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는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과 이행 의무에 하청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 과로사 방지를 위한 적정 인력 확보, 산재 예방에 대한 노동자 참여 보장 등을 폭넓게 명시할 것을 요구하지만, 경영계는 인력과 예산의 적정성 확인 등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시행령은 경영 책임자와 사업주의 안전보건 관련 법규상 의무 이행 여부에 관한 점검을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동계는 경영 책임자 등이 책임을 회피하는 데 악용이 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 책임자와 사업주의 의무 범위를 과도하게 축소해 처벌 가능성을 줄일 경우 시행령으로 법을 무력화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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