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家, 또다시 시작된 ‘집안싸움’···이번엔 ‘조카의 난’

산업 / 신유림 / 2021-01-28 10:12:48
왼쪽부터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 (자료=금호석유화학)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또다시 경영권 분쟁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2009년 친형 박삼구 아시아나그룹 회장과의 분쟁에 이어 이번엔 조카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의 도전이다. 박 상무는 박찬구 회장의 형인 고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외아들이다.


최근 건설사인 IS동서가 지난해부터 금호석화 주식 약 1000억 원어치를 매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돌았던 ‘IS동서와 박 상무와의 사전 교감설’이 현실화한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박 상무는 27일 ‘기존 대표보고자(박찬구 회장)와의 공동보유관계 해소에 따른 특별관계 해소’를 공시했다. 금호석화 지분 10%를 보유, 최대주주에 올라 있는 박 상무가 공개적으로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현재 금호석화 지분은 박 상무 외에 박 회장 6.69%, 박 회장의 아들 박준경 전무 7.17%다. IS동서가 가진 지분은 3%대로 추산된다. 그동안 박 회장은 지분이 상대적으로 낮아 경영권 방어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었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향배도 관심거리다. 7.91%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 역시 박 회장에 우호적이지 않다. 국민연금은 2019년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박 회장의 연임을 반대한 바 있다.


당시 박 회장이 130억 원의 업무상 배임혐의로 5년 집행유예의 실형을 받았다는 것과 회사의 배당성향이 지나치게 낮다는 이유에서였다. 소액주주들 역시 박 회장의 퇴임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기도 했다.


박 상무와 IS동서, 국민연금의 지분을 더하면 20%가 넘는다. 여기에 소액주주들의 표심까지 더해지면 박 회장은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 관심이 집중된다. 박 상무는 배당 확대와 사외이사 교체요구를 담은 주주제안서를 이미 사측에 전달했다. 7명으로 구성된 사외이사 중 4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물을 추천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 갈등의 시작은 2009년으로 올라간다. 박찬구 회장은 당시 아시아나그룹을 이끌던 박삼구 회장과 회사 현안을 놓고 최악의 관계로 치닫고 있었는데 박 상무가 박삼구 회장 편에서 박찬구 회장을 비난하면서 악연은 시작됐다.


이어 금호그룹이 경영악화로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금호석화가 계열 분리되면서 박 상무는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박찬구 회장은 그를 받아들여 회사의 요직에 앉히며 갈등은 봉합되는 듯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인사에서 박찬구 회장의 아들 준경씨가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고 박 상무가 배제되면서 문제가 재발했다.


일각에서는 박 상무가 애정을 가졌던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고 금호석화가 금호리조트 인수를 결정한 것도 갈등의 원인으로 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호그룹 형제의 난이 박삼구 회장의 대우건설, 대한통운 인수에 반기를 든 박찬구 회장으로부터 시작됐다는 걸 생각하면 박 상무가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금호리조트 인수에 불만을 품고 시작된 조카의 난은 오마주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박삼구 회장이 운영하던 금호리조트를 인수해 형제간 화해와 그룹 재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던 박찬구 회장의 의도가 오히려 역효과를 낸 셈이다.


업계에서는 박 상무의 도전이 결국 실패로 끝날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찬구 회장의 탁월한 경영능력을 신뢰하는 우호 세력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만일 박찬구 회장이 형 대신 아시아나항공을 맡았다면 건실한 회사로 키웠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그의 경영능력은 검증을 받았다”며 “박 상무가 주주들의 마음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상무는 자신을 받아줬을 뿐만 아니라 계열사 하나를 맡겨 분리시킬 계획까지 가졌던 숙부를 향해 칼을 겨눈 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영권 분쟁 소식이 알려진 후 금호석화 주가는 오히려 올랐다. 이날 종가는 전날보다 4500원 오른 22만5000원으로 마쳤다. 이틀 연속 상승세다.


애초 증권가에서는 사측이 금호리조트 인수비용 2500억 원 부담으로 배당을 줄이지 않겠냐는 분석이 우세했으나 이날 터진 악재로 인해 오히려 회사가 주주 친화 정책을 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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