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재벌 봐주기?’···이재용 연내 석방 가능성↑

산업 / 신유림 / 2021-01-19 09:31:12
이 부회장 86억 횡령·뇌물에 징역 2.5년···삼성물산 10억원 횡령범은 4년
파기환송심 “소극적 뇌물”→대법 “적극적 뇌물”
시민단체 “솜방망이 처벌···삼성 미래? 불안해할 필요 없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지난 18일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이를 둘러싼 이견이 충돌하고 있다.


재계와 다수 언론은 “갈 길 바쁜 삼성의 발목을 잡았다”는 의견인 데에 반해 시민사회는 “재벌 봐주기에 불과한 판결”이라는 주장이다. 어느 쪽이건 법원의 판단을 문제 삼는 건 마찬가지인 셈이다.


◆ 쟁점은 뇌물의 성격과 액수


지난 2017년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공여한 뇌물을 총 89억원이라고 봤다. 승마지원금 72억원 중 용역대금으로 지급한 36억원과 말 구입비 34억원, 말 보험료 2억4000만원, 영재센터 출연금 16억원 등이다. 당시 이 부회장은 5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바 있다.


그러나 2018년 열린 2심에서는 용역대금 36억원만 뇌물로 인정, 이 부회장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어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는 말 구입비 34억원과 영재센터 16억원에 대해 유죄취지로 파기환송 했다. 이에 따라 총 뇌물액은 86억원으로 늘었다.


만일 자본주의가 뿌리내린 해외 선진국이었다면 이 부회장의 형량은 어땠을까. 아마도 엄청난 액수의 벌금은 물론 평생을 감옥에서 살아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파기환송심에서는 이 뇌물의 성격이 ‘적극적’인 것이었다는 대법원의 판단과 달리 ‘소극적’이었다고 판단, 집행유예 선고 당시의 2년 6개월을 유지했다. 최고 권력자의 강요에 어쩔 수 없이 응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전 금감위원장)은 한 방송에서 이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 소장은 “당시 이 부회장으로선 재산 및 경영권 승계가 현안이었고 이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에게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뇌물을 줬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라며 “어쩔 수 없이 준 게 아니라 본인의 이익을 위해 뇌물을 준 것,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법원에서 박근혜·최서원에게 중형이 선고된 것도 이 뇌물이 적극적 성격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참여연대 역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참여연대 측은 이날 “재판부는 여전히 이 사건을 정경유착이라는 쌍방의 범죄행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소극적으로 응한 것이라는 잘못된 사실관계에 기초해 양형 판단을 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해당 범죄가 우리 경제 질서에 미친 영향과 기업을 동원한 범죄행위의 중대성과 반복성, 국정농단과 탄핵으로 야기됐던 사회적 혼란, 대법원의 파기환송취지 등을 감안하면 2년 6개월의 징역형은 매우 부당한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 선처해달라?···재벌공화국의 민낯


이번 재판을 앞두고 재계와 언론에서는 이 부회장을 선처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기업은 물론 상공회의소, 심지어 중소기업도 마찬가지였다.


김 소장은 이에 대해 “우리나라 재벌총수가 구속될 때나 혹은 재판받을 때 선처해야 한다는 주장이 안 나온 적이 없다”며 “재벌공화국 답다”고 꼬집었다.


그는 “삼성물산 직원은 10억원 횡령으로 징역 4년을 받았다”며 “그런데 86억을 횡령해서 뇌물로 줬는데도 2년 6개월이라면 이게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것이냐”고 목소리를 냈다.


특히 “이런 재계의 주장은 결국 재벌 총수들이나 재계가 ‘우리도 늘 위법행위를 하고 있는데 이렇게 세게 처벌하면 안 됩니다’라고 얘기하는 꼴”이라며 “선진자본 국가에서는 특히 뇌물죄라든가 분식회계 같은 반시장적 범죄에 대해서는 선처해달라는 이야기는 안 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후진적인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 삼성의 자충수···집행유예 기회 스스로 걷어찼다


1년 6개월 넘게 이어진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삼성과 이 부회장에 훈수를 두기도 했다. 삼성 측 자구안인 ‘준법감시위원회’가 그것이다. 즉 ‘삼성이 이제부터 잘 하면 선처해주겠다’는 공개적 언질이였던 셈이다.


하지만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과정에서 증거인멸 혐의로 처벌받은 회사 관계자가 복직한 데 이어 승진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문제가 됐다. 준법감시위원회를 이유로 집행유예를 판결할 명분이 사라진 것이다.


참여연대 측은 더 나아가 “삼성은 지난해 9월에서야 해외 컨설팅 회사에 발생 가능한 위험을 유형화하는 용역을 맡겼을 뿐 준법감시시스템 구축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며 “준법감시제도를 양형에 반영한다는 잘못된 법리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은 이마저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비난의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 이재용과 삼성의 미래는?


이 부회장의 미래는 분식회계 등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재판 결과에 달려있다. 만일 여기서도 혐의가 밝혀지면 이 부회장의 죄는 더 무거워진다. 상황에 따라 ‘이재용’ 없는 삼성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삼성의 미래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이 소장의 주장이다.


그는 “삼성의 올해 경영계획이나 투자계획은 이미 다 확립돼 있다”며 “이번 판결이 삼성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악습을 과감하게 덜어내는 계기로 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그동안 삼성은 정치나 사법, 언론 위에서 권력자 노릇을 했다”며 “이제 말 그대로 기업 경영을 통해서 국가에 답을 하겠다는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삼성은 휴대폰과 반도체 외엔 새로운 미래 먹거리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더구나 휴대폰 분야는 부진한 상황이다. 이는 SK나 LG가 공격적인 투자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것과 대비된다는 것이다.


그는 “그런 점에서 삼성의 미래는 이재용의 거취가 아니라 얼마나 미래 먹거리에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경영적 결단을 하느냐, 그런 정도의 능력을 보여주느냐 거기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개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재판을 떼어 놓고 본다면 이 부회장은 올해 안에 석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가석방 요건은 형기의 3분의 2를 채울 경우인데 2년 6개월의 형량을 받은 이 부회장은 지난 1심 결과로 당시 1년간 복역해 앞으로 8개월이 지나면 이 요건을 채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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