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소낙비
정진선
손등에 난 작은 상처처럼
알싸하게
오래된 친구 바라보기를 한다
친구가
야당 역 호수공원을 마음 가득 옮겨 놓자
어두워지며 찾아오는 회상을
사선으로 조각내는
소낙비가 쏟아진다
혼자 만지던
감미로운 아픔을 떠올리나 하더니
뭐라 흥얼거리기 전에
그 맘 따라
먼저 반응하는
술잔
같이 있어
더 외로운 시간이다
비가 오는 날 우울해지는 걸 느낀 건 사춘기가 지나고서 같다. 그 이전 기억에 있는 어릴 적 비 오는 날은 진탕 장난치며 놀던 즐겁던 기억이 많다. 장마 두꺼비라고 혼은 많이 났지만.
친구가 혼자 지내는 걸 모른 척하다가 어렵게 만났다. 쓸 데 없는 이야기도 쓸모 있는 것처럼 이야기기하고 들어주고 그러다 아니라고 시비 걸어 주는 것도 친구끼리라서 다 좋다.
비가 주먹만 하게 떨어진다. 그러다 그런 비에 금새 적응했는데 갑자기 서로 말이 없다. 한숨도 나온다. 그래 사는 게 뭐 있다고 이리 지낼까.
소낙비는 잠시라서 후욱 지나갔는데도 기분이 계속 그렇다.
지금 내리는 비가 우울을 부른다면
그대는 겨울나무처럼 지나간 시간을 많이 달고 있는 사람이다.
| 시인 정진선 (한국문인협회 회원, 2013년 시집 그대 누구였던가로 등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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