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내새끼 '골든키즈'로 키운다

산업 / 토요경제 / 2013-05-20 11:02:19
초고가 아동용품, 불황 속 ‘승승장구’

[토요경제] 한 가족 당 아이들의 숫자는 줄어드는 반면, 맞벌이 가족이 많아지면서 가계 소득이 올라가자 유아ㆍ아동용품의 ‘프리미엄’ 시장이 전성기를 맞았다.
연간 27조 원에 달하는 ‘키즈 시장’은 불황 속에도 홀로 성장하는 중이다.
“내 씀씀이는 줄여도 자녀를 위한 투자에는 아끼지 않는다”는 신세대 엄마들의 트렌드를 살펴봤다.

▲ 끝이 보이지 않는 장기 불황 속에서도 유아ㆍ아동용품 ‘프리미엄’ 시장은 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사진은 프리미엄 아동의류 매장 ‘분주니어’의 모습.
◇ 젖병에서 침대까지 ‘명품만 써요’
6살배기 딸을 키우고 있는 전업주부 A씨는 감싸기만 하면 5분 안에 아기가 잠든다고 해서 엄마들 사이에선 '기적의 속싸개'로 통하는 미국산 스와들미(3만원), 100% 실리콘 재질로 만들어져 인체에 무해하다는 마마치 젖병(5만원)과 크리스찬 디올 로고가 새겨진 디올 베이비 젖병(6만원)을 쓴다.

기저귀는 천연 옥수수 성분으로 만들어 피부 자극이 적은 프랑스산 비오베이비(3만원)를 사용하고 치아발육기(치발기) 과자로는 영국산 빅키페그(1만3000원)를 먹였다. 아기를 낳기 전부터 가장 고민을 많이 한 유모차는 친정어머니에게서 스토케(169만 원)를 선물 받아 해결했다.

돌잔치 때에는 톰 크루즈의 딸인 수리 크루즈가 5번째 생일 때 입어 더 유명해진 비스코티의 레드 드레스(12만 원)를 입혔고 아기 침대는 북유럽산 소나무를 사용한 덴마크 수입 가구 플렉사의 미끄럼틀 공주 침대 세트(355만3000원)를 들여놓았다.

요즘에는 한남동 유엔빌리지 내에 유명 스타들의 아이들도 다닌다는 영어 유치원에 아이를 입학시켰고 평일 낮에는 이태원의 유명한 디저트 카페에서 최근 새로 운영하기 시작한 ‘베이비 디저트 카페’에 가서 브런치를 즐기며 엄마들과 육아 정보를 공유한다.


◇ 손주 선물에 할머니 지갑 ‘활짝’
경기 불황조차 비켜가는 이 시장은. 바로 ‘키즈 소비 시장’이다. 국내의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약 1.22명(2010년 기준)이지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엔젤 시장’은 업계 추산 약 27조 원에 달한다. 2002년에 비해 약 10배 정도 그 몸집이 커졌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가정의 소득이 높아지고 저출산으로 가정마다 자녀를 1~2명만 두게 되자 ‘내 아이에게 최고의 것을 주고 싶다’는 심리가 유아ㆍ아동 시장에 엄청난 돈을 흘러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키즈 시장의 범위는 패션ㆍ식품ㆍ건강ㆍ교육 등 광범위하다. 업계에서는 자녀와 관련된 것만큼은 관대하게 지갑을 여는 이른바 ‘골드 키즈 맘’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이미 구찌ㆍ버버리ㆍ아르마니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명품 의류 브랜드는 저마다 아동복인 '키즈 라인'을 출시하며 쏠쏠한 재미를 거두고 있다.

또, 요즘 한 아이를 위해 부모ㆍ친조부모ㆍ외조부모 등 6명의 어른들이 지갑을 연다는 이른바 ‘식스 포켓(six pocket)’ 현상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관련 시장을 급성장시켰다. 요즘에는 수입이 좋은 30~40대의 결혼하지 않은 이모ㆍ고모ㆍ삼촌 등이 가세하면서 조카들을 위해 거금을 쓰는 ‘세븐, 에잇’ 포켓 등의 용어도 마케팅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 고소영ㆍ김희선 쇼핑에 엄마들 ‘쫑긋’
최근의 키즈 마케팅은 몇 가지 트렌드가 있다. 명품 구입을 자주 해 온 20~30대가 부모 세대가 되면서 자녀들에게도 고가의 수입 제품이나 명품 제품을 사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 없고 할리우드 스타를 표방하며, 기능과 디자인 모두를 중요시 여긴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주부 B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의 옷을 사기 위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내에 있는 분 주니어를 자주 찾는다.
분 주니어는 6세에서 12세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편집매장(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해외의 명품 브랜드 제품들을 조금씩 소량을 직수입하여 판매하는 매장)으로 몽클레어, 돌체앤가바나 칠드런, 스텔라 맥카트니, 모스키노, 마르니 밤비노, 주니어 고티에, 골든 구스 등 40여 개의 브랜드로 구성돼 있다. 여러 브랜드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일명 ‘패딩계의 샤넬’로 불리는 몽클레어로, 분 주니어 전체 매출의 30%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엄마들의 반응이 뜨겁다.

몇 해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손녀가 착용해 ‘고가 논란’을 일으켰던 옷으로도 알려진 몽클레어 패딩은 한 벌 당 수십만 원을 호가한다. 이처럼 고가인 몽클레어 패딩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것은 몽클레어 브랜드 자체의 인기 때문이다. 최근 3~4년 동안 강남 등을 중심으로 일어난 몽클레어 열풍이 자연스레 ‘키즈 라인’에까지 이어졌다는 것. 패딩을 먼저 입어본 엄마가 자녀들 것까지 사가는 패턴인 셈이다. 현재는 60만~70만 원대의 봄여름 시즌용 패딩(구스)과 70만~80만 원대의 바람막이 재킷, 20만 원 안팎의 피케 셔츠가 반응이 가장 좋다.

골드 키즈 시장의 격전지는 역시 유모차다. 유아ㆍ아동 용품 가운데에서도 바깥 노출이 잦고 워낙 고가인데다 남과 비교가 쉽게 되다 보니 엄마들이 신경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유모차가 ‘패션’의 일부로 인식되면서 ‘기능과 디자인’이 더욱 꼼꼼하게 고려된다. 엄마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수입 유모차는 일명 ‘고소영 유모차’로 통하는 미국산 오르빗(G2, 145만 원), ‘유모차계의 벤츠’로 불리는 노르웨이산 스토케(익스플로리, 169만 원), 영국의 왕세자비인 케이트 미들턴이 선택한 네덜란드산 부가부(카멜레온3, 159만 원), 기능 대비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이탈리아산 잉글레시나(트릴로지, 98만 원), 네덜란드산 퀴니(무드, 158만 원) 등이다.

물론 리안(스핀2012, 69만 원), 페도라(S9, 59만 원) 등 국산을 선호하는 엄마들도 많다. 수입 제품보다 가격 면에서 경제적이고 다세대주택이나 빌라 등이 많은 국내형 주거 환경에 맞춘 기능들이 탑재돼 있기 때문이다.

의류 역시 명품이나 수입을 선호하는 편이다. 해외여행이나 유학 등으로 외국 브랜드가 익숙하고 명품 소비 경험이 활발한 20~30대가 부모 세대가 되면서 자녀들의 옷 또한 ‘고급’을 추구하는 것이다. 명품은 엄마ㆍ아빠의 옷을 작게 만든 이른바 ‘미니미’식 디자인이 인기다.

현재 전국의 주요 백화점과 아울렛 등 22군데에 매장을 가지고 있는 버버리 칠드런의 한 관계자는 “성인 라인의 디자인과 비슷한 게 많다. 여자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액세서리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성인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은 미니 크로스 핸드백이 선물 아이템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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