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7:2로 간통죄 폐지 결정

문화·라이프 / 김형규 / 2015-02-26 15:33:35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토요경제=김형규 기자] 간통죄가 62년 만에 폐지된다.


헌법재판소는 26일 형법상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그동안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 침해 논란이 있었던 간통죄는 형법이 제정된 1953년 이후 62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헌재는 이날 간통 혐의로 기소된 심모씨(52·여) 사건을 심리하던 의정부지법이 직원으로 위헌제청을 한 사건을 비롯해 모두 17건의 간통죄 위헌법률심판 제청과 헌법소원심판 사건에 대해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간통죄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 헌법상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사적 영역에 대한 공권력의 과도한 개입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에 반한다”고 이 같이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번 판결에서 9명의 재판관 중 7명이 위헌 의견을 냈고, 2명이 합헌 의견을 내놨다.


다수 의견인 위헌 의견은 박한철 헌재소장, 이진성·김창종·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이 냈다. 위헌 의견을 낸 이들 재판관은 “국가가 간통을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한 지에 대해 더 이상 국민의 인식이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며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 간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해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다”고 위헌 의견을 밝혔다.


반면 이정미, 안창호 재판관은 소수 의견으로 간통죄 존치를 주장해다.


합헌 의견을 낸 이들 재판관은 “간통은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훼손하고, 가족공동체의 유지 및 보호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 영역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간통죄를 폐지할 경우 혼인관계에서 오는 책임과 가정의 소중함은 뒤로 한 채 오로지 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만을 앞세워 수많은 가족공동체가 파괴되고 가정 내 약자와 어린 자녀들의 인권과 복리가 침해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될 것이 우려된다”며 간통죄 합헌을 주장했다.


간통죄는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한 때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벌금형이 없이 징역형만 규정하고 있어 양형이 무거운 편이다. 1953년 형법에 규정된 이래 간통죄로 처벌받은 사람은 10만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혼인관계, 가족생활, 건전한 성 문화와 사회질서 보호에 필요하다’는 의견과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한다’는 의견이 맞서며 위헌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간통죄는 앞선 네 차례(1990년, 1993년, 2001년, 2008년)의 헌재 결정에서 모두 살아남았다. 지난 네 차례 결정에서의 합헌과 위헌 비율은 ‘6대3, 6대3, 8대1, 4대5’였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려면 재판관 3분의 2(6명) 이상의 위헌 의견이 필요하다.


이날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그 동안 간통죄로 사법처리된 5400여명이 공소취소나 재심 청구 등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들 중 어느 정도가 실제 재심 절차를 밟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5월 헌재법이 개정되면서 마지막으로 합헌 결정이 있었던 2008년10월30일 이후 간통죄로 재판에 넘겨져 형이 확정된 이들은 재심이나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한편, 간통죄 폐지로 형사처벌이 사라지는 대신 이혼소송에서의 정신적 손해배상 등 민사상 책임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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