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스타벅스커피 한잔으로 읽는 경제학

산업 / 송현섭 / 2006-09-01 00:00:00
중고차시장에는 쓸 만한 차가 없다

이론의 여지가 있겠지만 소득수준은 낮은데 사치스런 생활에 젖은 젊은 여성들을 비웃는 ‘된장녀 논쟁’을 불러일으킨 한 권의 책이 있다. 경제분야 베스트셀러이기도 한 팀 하포트의 경제학콘서트는 ‘스타벅스커피는 왜 비쌀까?’라는 단순하고 재미있는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상품은 가격이 비싸면 당연히 소비자들은 그 물건을 사지 않는다. 비교하기 곤란할 수도 있지만 동전 몇 개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자판기 커피와 스타벅스커피의 가격차는 정말 엄청나다. 실제로 스타벅스커피는 왜 다른 커피에 비해 비싼 가격을 받으면서도 버젓이 영업이 잘 된다.

자, 생각해보자! 우선 품질이 좋은 원두를 포함한 고급원재료로 만들어서 그럴 수도 있다. 지하철역 근처 유동인구가 많은 목이 좋은 곳에 위치한 매장 때문에 높은 임대료가 포함돼서 그럴지도 모른다. 직영매장을 고집하며 파트타임 종업원에 대해 지급하는 임금 역시 커피가격에 포함돼있어서 높은 가격을 받아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기타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지만 저자 팀 하포트가 내린 결론은 가격에 둔감한 소비자들 때문에 하찮은 커피 한 잔에도 높은 가격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장을 펼쳐보자. 우리는 종종 새차를 구입하기 보다 중고자동차를 사야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막상 중고자동차시장에서는 쓸만한 차를 찾기가 쉽지 않다. 왜 그런 것일까? 보다 좋은 가격을 받으려는 고약한 브로커들의 농간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차피 시장에서는 상품이 소비자들에게 팔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저자가 이 책에서 제시하는 결론 역시 단순하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중고차시장에서 쓸만한 차들을 사라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는 복잡하고 다양한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을 단순화해서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시장매커니즘은 효율적인 생산과 분배를 원하는 경제학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럼 중고차시장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먼저 다수의 판매자와 소비자로 구성된 중고차시장에서 판매자는 품질과 성능을 비롯해 상품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보다 월등히 많이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구매자는 아무리 자동차에 대한 뛰어난 식견이 있어도 상품정보를 판매자보다 더 알 수는 없다.

간단히 말하자면 쓸만한 차는 그냥 사용하지 중고차시장에 내놓고 팔겠다는 판매자가 없어진다는 말이다. 결국 시장이 아무리 경쟁적인 상황이라도 정보비대칭으로 인해 시장기능의 실패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팀 하포트는 또 가난한 나라들은 대개 도로와 공장 등 시설이 부족하고 인재가 없는데다가 기술적인 노하우가 없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일부 반자본주의자들의 경우 선진국이 후진국의 자원과 부, 노동을 약탈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숨겨진 내막은 어떨까? 팀 하포트는 명쾌하게 답변을 제시한다. 가난한 나라 국민들을 착취하는 주체는 바로 그 나라의 정부와 공무원들이라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에 산업화를 위한 막대한 원조와 투자가 이뤄지더라도 독재권력과 그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부패는 곧 그 나라 국민들을 가난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경제학콘서트에는 이밖에도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진지한 경제학도라면 숫자와 통계자료, 수식이 나오지 않는 흥미위주 경제학 이야기를 가볍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의 놀라운 직관력은 200여년 경제학의 역사에서 도출된 원리들을 통해 예리하게 관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제학콘서트의 원제는 Undercover Economist(스파이 경제학자쯤 될 것이다) 팀 하포트 지음, 김명철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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