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안 세월호 문제에 대해 언급을 회피해온 박 대통령이 핵심 쟁점인 진상조사특위의 수사권 및 기소권 부여 문제에 대해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린 사안이 아닌 것”이라고 못박았다. 유가족들과 야당이 단식농성 등을 하며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해온 것에 대해 단호히 거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여당 지도부 역시 야당이 참여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더 이상 국회를 파행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단독으로라도 국회를 가동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한발 더 나아가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국회의사 일정을 확정했다. 세월호특별법 대치로 길어지는 파행 정국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여당 단독으로라도 국회를 가동하겠다는 것이 정 의장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국회는 야당이 불참하더라도 오는 26일 본회의를 열어 본회의에 상정된 91건의 법안부터 처리하게 된다.
원래 의사 일정은 여야 합의로 결정하는 게 통상적인 관례다. 국회의장이 직권을 행사해 강제로 본회의를 여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고 파행이라고 박에 이야기 할 수 없다.
한마디로 요약해 앞으로는 눈치보다는 ‘강경모드’로 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의 뜻대로 정국이 굴러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당장 새정치연합 측은 박 대통령의 세월호 특별법 언급은 사실상 진상규명의 가이드라인 제시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의장의 국회의사일정 직권 결정에 대해서도 최근에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내부 분란이 변수이나 새정치연합의 거센 저항은 불 보듯 뻔하다. 최근 세월호 대치 정국에 대한 피로도가 점증하고 일하지 않은 국회에 대한 원성이 높다 해도 청와대와 여당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을 일반 국민들이 곱게만 볼 리는 없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향후 동향도 청와대와 여당의 정국 정면돌파 시도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다.
특히 세월호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이 유가족들과의 대화 등 사전 노력 없이 돌연 충격요법 카드를 빼든 것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둘러싼 세월호 특별법 갈등의 근본 뿌리는 불신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유족들이 품고 있는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진정성 있게 노력을 했다고 할 수 없다.
오죽하면 정국 파행의 해법을 찾기는커녕 자기 의견만 고집하는 정치권을 향해 씨름협회장이 국회 행사장에서 “입씨름만 할 게 아니라 씨름대회를 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어떠냐”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국민은 박 대통령의 성공을 원한다. ‘대통령의 실패’는 곧 ‘국민의 실패’가 되는 까닭이다. 박 대통령에게 있어 유일한 버팀목은 국민이다. 깊어지는 국민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할 해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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