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는 지금 ‘바이미 신드롬’...내 브랜드는 내가 만들고 바꾼다

산업 / 김시우 / 2020-02-18 10:05:38
소비의 패러다임이 ‘소유’, ‘경험’에서 ‘관여’로 바뀌어

[토요경제=김시우 기자] 유통업계는 바야흐로 팬슈머의 시대다. 무언가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뜻하는 ‘팬(Fan)’과 소비자라는 뜻의 ‘컨슈머(Consumer)’를 합성한 ‘팬슈머(Fansumer)’는 현재 유통업계에서 중요한 소비 트렌드의 한 축이 될 만큼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이는 ‘바이미(by-me) 신드롬’으로도 불리는데, 소비의 패러다임이 ‘소유’와 ‘경험’에서 ‘관여’로 바뀌어 가며 ‘나에 의해’ 브랜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효능감이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빠르게 트렌드가 변화하는 유통업계의 소비 주체가 제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활용하는 ‘모디슈머(modify+consumer)’를 넘어 현재의 팬슈머로 진화하면서 ‘바이미 신드롬’의 양상이 이전보다 다채로워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브랜드 팬슈머의 마케팅 참여, 제품 출시과정 관여, 지지 인플루언서의 모델화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소비자 관여를 높여 브랜드 충성도를 제고하는 동시에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로도 각광받고 있는 추세다.


◆‘펭집사 되고파’ 브랜드 애정 듬뿍 ‘고퀄’ 콘텐츠 줄이어


브랜드 제품뿐만 아니라 특유의 감성을 따르는 충성도 높은 팬슈머들은 자신의 ‘팬심’을 담은 수준 높은 콘텐츠를 제작해 브랜드와 함께 호흡하며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기여한다.


글로벌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자르트는 팬슈머들과 다방면으로 소통하기 위해 작년부터 스테디셀러 ‘세라마이딘’을 상징하는 ‘세라 펭귄’을 장인의 가마에서 도자기 모형으로 직접 구워내 제작해 이를 입양할 수 있는 ‘펭집사 이벤트’를 진행,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펭집사 이벤트 시즌2’의 일환으로 미니 사이즈의 ‘리틀 세라 펭귄’ 입양 기회가 주어지는 아트 공모전 '닥자랑 아트해세라'를 진행해 ‘금손’ 팬슈머들의 참여가 잇따랐다.


공모 주제는 ‘리틀 세라 펭귄과의 버킷 리스트’로,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응모 기간 동안 300개 이상 수준급의 콘텐츠가 다양하게 출품됐다.


닥터자르트 공식몰과 인스타그램 채널에서 최종 수상자 발표 이후, 현재 수상의 영예와 펭집사 자격을 동시에 얻게 된 팬슈머들이 SNS 내에 ‘리틀 세라 펭귄’과 입양증서, 닥터자르트가 보내온 손편지 등 리워드 사진을 게재하며 ‘성덕’ 인증을 이어가고 있다. 추후 닥터자르트는 심사부터 포장, 배송 과정, 수상자와의 인터뷰 등 펭집사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영상으로 제작해 팬슈머들과 긴밀히 소통할 계획이다.


◆팬슈머 입맛 맞춘 신제품 만들고 단종 제품 재출시


팬슈머들의 요청으로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된 제품이나 단종된 제품이 새롭게 출시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영화 '기생충'으로 재조명된 인기 레시피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속 너구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월 농심은 팬슈머들이 붙여준 별칭을 실제 제품에도 적용해 친근한 이미지를 더한 너구리 브랜드의 한정판 신제품 ‘앵그리 RtA’를 출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글을 읽지 못하는 해외 팬슈머들이 ‘너구리’를 ‘RtA’로 잘못 읽으며 화제를 모은 별칭을 실제 제품 개발에 반영한 것이다.


‘앵그리 RtA’는 최근 극강의 매운맛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에 착안, 더 굵어진 면발에 깊고 진한 해물 맛을 살리면서도 기존 너구리에 비해 약 3배 더 매운 맛으로 출시 2주만에 400만개 이상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오리온 ‘치킨팝’은 2016년 제품 생산 공장이 화재로 손실되며 판매가 중단됐었으나 팬슈머들의 줄기찬 요청으로 지난해 2월, 제품 판매가 중단된 지 3년만에 재출시 됐다. 기존 대비 양을 10% 늘려 선보인 치킨팝은 재출시 7개월 만에 누적판매량 2000만 봉을 돌파하며 재미와 가성비를 모두 만족시킨 인기 간식으로 자리매김했다.


◆내가 지지하는 셀럽이 모델이 되고, ‘랜선 언니’가 팬슈머 입장에 서기도


브랜드 모델도 팬슈머들의 취향에 맞게 바뀐다. 팬슈머들이 열광하는 인물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공감과 친근한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다.


롯데홈쇼핑은 가수 양준일을 유료회원제 서비스 엘클럽(L.CLUB)의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양준일은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해 ‘탑골 지디’ 등으로 회자되면서 1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세대를 아우르며 폭넓은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화제의 주인공이다.


공개된 광고영상은 히트곡 ‘리베카’를 개사한 뮤직비디오 형태로 데뷔 당시 패션과 안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선보였다. 롯데홈쇼핑은 앞으로도 다양한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하며 팬슈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서울스토어는 ‘마이큐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기본적으로 크리에이터가 ‘팬슈머’의 입장에서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큐레이션할 수 있도록 한다.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 유통과 홍보, 마케팅 영역 전반에 대한 자율성을 높이고 이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유튜브 크리에이터 ‘데일리제나’가 직접 취향대로 선택하고 큐레이션 해 영상 콘텐츠에 담았던 브랜드 앨리스 마샤의 제품 ‘첼시’와 ‘주디스’ 제품들이 2주간의 프로모션 기간 동안 매출 1억원을 달성했으며, 그의 구독자도 약 3만명 가량 증가했다. 이는 크리에이터가 팬슈머 입장에서 전반적으로 참여하고, 커머스 수익 창출은 물론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상생모델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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