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이질문화 노사갈등 키웠다

산업 / 장해리 / 2007-07-16 00:00:00
기독교 문화 대표 기업…합병 후 서로 다른 문화로 충돌..노측, 까르푸 인수 조건 “100% 고용승계” 약속 불이행
▲ 지난 10일 오후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갈등을 겪던 이랜드 노사교섭이 결렬된 가운데 서울지방노동청에서 노조 측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오른쪽)과 최종양 뉴코아 대표(왼쪽)가 각각 협상장을 나서고 있다

새로운 유통공룡 이랜드가 비정규직법에 따른 노사갈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현재 이랜드 계열사 홈에버 상암동지점과 뉴코아 강남지점에서 700여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집결해 매장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이 때문에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이달부터 비정규직법이 시행됨에 따라 이랜드그룹은 정규직화 대신 외주용역으로 대체하면서 홈에버와 뉴코아 계산대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근로자를 계약 해지하고 해고했다.

이에 따라 일부 매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며 노사가 서로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사측의 강경한 대응으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사갈등은 비정규직법이라는 계기가 있었을 뿐 이미 예견돼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유통업의 후발강자 ‘거침없이 고성장’

지난해 4월 글로벌 유통기업 까르푸가 한국 철수를 발표하면서 까르푸 인수전에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할인점 업계 1~3위를 차지하는 업체들이 뛰어들었지만, 이랜드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까르푸를 인수하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7년 전 이화여대 앞에서 작은 옷가게로 시작한 이랜드는 1980년대 의류업계에 프랜차이즈를 도입하고 중저가 캐주얼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1994년 백화점식 할인점인 ‘2001 아울렛’ 당산점을 오픈하면서 유통업에 본격 진출했으며 1996년에는 호텔사업에도 뛰어드는 등 새로운 사업에도 눈을 돌렸다.

이후 2003년부터 패션업체 (주)데코와 (주)뉴코아를 인수하면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주력했으며 해태유통, (주)네티션닷컴, 콘도 운영업체인 삼립개발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이러한 M&A 전략으로 2003년 1조2700억원대였던 기업 전체 매출이 1년 사이 2조원대를 돌파했으며 이어 2005년에는 2조7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이렇게 몸집 키우기 전략에 주효한 이랜드는 지난해 까르푸가 철수하면서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당시 인수업체로 가장 유력시 됐던 롯데마트를 제치고 까르푸의 새 주인이 됐다.

이랜드는 인수 희망가로 1조7500억원을 제시했고 롯데마트는 이보다 500억원에서 1500억원 많은 1조8000억원~1조9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롯데마트가 꺼려한 100% 고용승계 등을 수용한다는 매각조건을 상당 부분 받아들이면서 막판 역전에 성공했다.

이로써 이랜드는 현재 59개의 패션 브랜드와 전국에 백화점, 아울렛, 대형마트 등 유통매장 61개를 운영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유통?패션 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특히 지난해에는 홈에버의 매출 1조9000억원을 제외하고도 총 2조66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 이랜드 노사갈등 ‘예견돼 있었다?’

이렇게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랜드지만 노조 문제는 이전부터 미온적인 자세로 임해왔다.

여기에 현재 농성을 벌이고 있는 홈에버와 뉴코아는 이랜드 순수 계열사가 아니어서 더욱 마찰이 있다는 후문이다. 또한 까르푸 인수 당시의 매각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점도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수 합병 전에도 이랜드 노조는 장기 파업을 벌여왔다. 지난 2000년~2001년에는 비정규직 근로자 처우 개선 등을 조건으로 무려 265일 동안 파업을 벌인 바 있으며, 뉴코아와 홈에버를 인수할 때에도 노조와의 마찰이 있었다.

특히 이랜드는 국내의 대표적인 기독교 기업으로써 기독교 문화가 자연스럽게 기업 문화가 됐으며, 이런 기독교적 기업 문화는 뉴코아가 합병된 뒤 설치된 기도실을 폐쇄하는 등 새로 합병된 기업의 문화와 섞이지 못하고 잦은 충돌을 빚어왔다.

그룹 내에서 기업들마다 서로 다른 경영 스타일이 분쟁의 빌미가 됐으며, 올해 초 홈에버 노조가 사측이 24시간 연장영업을 전국 점포에서 실시하는데 반발한 것도 이질적인 기업 문화와 근로 여건에서 기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랜드는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인수를 성공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인수할 당시의 조건을 거의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랜드 노조측은 “회사가 까르푸를 인수하면서 고용보장을 약속했다”며, 지난해 까르푸 인수 후에 권순문 이랜드개발 대표이사가 “100% 고용승계”라고 재확인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랜드측은 “계약이 만료돼 해지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랜드 노조는 지난 10일 교섭 결렬을 계기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농성 등 투쟁을 벌일 매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홈에버 목동점과 방학점, 면목점에 도착해 비노조원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선전전을 펼치고 있고 홈에버 측은 안전상의 이유로 목동점과 방학점에 대해 영업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이날 "교섭을 다시 하자고 했으나 사측이 거부하고 있다"며 "하루에 한개 매장씩 찾아가 선전전이나 농성을 하는 등 투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랜드 사측 또한 노조의 불법점거 농성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노조원들에 대한 법적 대응을 계속할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이랜드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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