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P&G, 생리대·기저귀 애벌레 발견 논란

산업 / 장해리 / 2006-12-04 00:00:00
P&G "유통과정서 유입됐을 것" … 세스코에 조사 의뢰 발표, 피해자 "청결하야 할 제품 이럴 수가" …사후 조치도 분통, 식약청 "벌레 유입 원인 밝혀 행정처

가장 위생적이고 깨끗해야 할 생리대와 기저귀에서 애벌레가 발견돼 논란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달 10일 서울에 거주하는 전시내씨는 "위스퍼 생리대를 펼쳤는데 애벌레가 나왔다"며 "처음엔 죽은 벌레인 줄 알았는데 살아서 꿈틀거려 소름이 끼쳤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14년 동안 위스퍼만 이용한 전시내씨는 "화가 나고 회사에 배신감이 든다"며 "청결하게 만들어야 할 제품을 어떻게 이런 식으로 만들 수 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살아있는 벌레가 나와 문제가 된 생리대는 한국 P&G에서 생산하는 위스퍼 '소프트 클린 울트라 오버나이트'.
아직 신혼인 전시내씨는 "그 이전에도 벌레가 한번 나왔지만 그때는 집에 있는 벌레인 줄 알고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이번엔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생각이 달라져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생리대에 이어 아기 기저귀에서도 벌레가 나왔다. 이 제품 역시 한국P&G의 '큐티'로 한 회사의 제품에서 잇따라 벌레가 발견된 것이다. 경북 경산에 살고 있는 이영진씨는 "한국P&G에서 생산한 '큐티' 기저귀에서 벌레와 나방이 나왔다"며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가 나왔다"고 밝혔다.

1개월 된 아기를 둔 이영진씨는 지난 7월 인터넷으로 구입한 아기 기저귀에서 벌레와 나방을 발견했다. "장모님이 큐티 기저귀를 뜯었는데 벌레 한 마리가 나왔다"며 "처음엔 한 마리 정도야 있을 수 있겠지 하고 넘겼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가 발견됐으며, 기어다니다 죽은 벌레도 있었다며 나중에는 나방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P&G측은 해당 제품을 수거해 해충처리 전문업체 세스코(CESCO)에 조사를 요청했다며, 세스코의 조사 결과 "제조 공정 이후 발생한 것 같다"며 그 결과를 공개했다.
먼저 한국 P&G측은 '애벌레 생리대'와 관련해 "제품에서 발견된 벌레는 저장된 곡식에서 발생되는 '줄알락명나방' 종령유충으로 추정된다"며 "제품에서 종령유충과 약간의 배설물만 발견된 것으로 볼 때 제조시 유입된 것보다 유통 보관중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명했다.

한국P&G측 또 "제품 제조일자인 2006년 7월 유입됐다면 발견 시점에서 나방 성충으로 발견되거나 또는 4개월 동안 성장하면서 발생된 탈피껍질이 2∼3개 정도는 발견돼야 한다"며 "제품 내부 포장지에는 천공이 발생돼 있는 것으로 판단할 때 제조 이후 포장지를 뚫고 벌레가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나방이 발견된 기저귀에 대해서는 "제품에서 발견된 벌레는 저장곡물해충에 포함되는 화랑곡나방 성충"이라며 "만약 제조공정중 살아있는 상태로 유입됐다면 여러 개의 탈피 껍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P&G측은 "기타 흔적이 없는 것으로 미뤄 먹이를 충분히 섭식한 화랑곡나방 유충이 완제품 내부로 유입해 번데기를 형성하고 제품 구매 시점에서 성충이 된 것으로 사료된다"며 '제조 과정 유입설' 을 일축했다.

한국 P&G 관계자는 "유충의 발견시점이나 (살아있는)상태로 봤을 때 유통 보관상 유입됐을 가능성이 절대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생리대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벌레가 유입될 수 없다"며 "설령 있다 해도 커다란 롤러기계로 성형, 압축, 고열처리하기 때문에 유입됐다 하더라도 살아있는 상태로 유통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천안공장에서 제품을 만들고 일본수입 물품을 보관해 조사했지만 공장 주변과 보관 창고에는 같은 종류의 유충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 P&G측은 "창고는 항상 전후 방제한다. 주기별, 계절별로 방역하며 특히 벌레가 많이 나오는 시즌에는 더 자주한다"며 "당일 유통량만 창고에서 나올 수 있고 싣는 트럭도 방제 조사한다. 지저분한 트럭엔 제품 싣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시내씨와 이영진씨를 화가 나게 한 것은 한국 P&G측은 무성의한 태도였다.
전시내씨는 애벌레를 본 뒤 한국 P&G측과 통화를 했고 이에 대해 한국 P&G측은 택배기사를 보낼테니 애벌레가 든 제품을 본사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전시내씨는 "어떻게 일처리를 그렇게 할 수 있냐"며 "지금 장난하냐 며 항의하니까 그때서야 직접 찾아오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 P&G는 지난 14일 전시내씨의 휴대폰에 사과 메시지만 남겼고 다음 날 연락준다고 하던 한국P&G는 15일까지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나는 심각하게 생각하는데 회사측은 너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영진씨 또한 한국 P&G측의 무성의한 태도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상담자가 별일 아니라는 것처럼 아기 기저귀에 벌레가 생길 수 있다" 고 했다. 너무 화가나 책임자가 직접 전화하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는 것. 또한 그 이후 본사 고객센터에 이메일을 보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고 말했다.

사건이 터진 지 10일이 지나서야 한국 P&G측은 이영진씨에게 전화를 해 기저귀를 수거해 검사하겠다고 했으며 이에 그는 제3의 검사기관에 조사를 맡기자고 했지만 한국P&G측은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영진씨는 "객관적으로 검증받고 싶어 제 3검사기관에 맡기자고 했지만 한국 P&G는 기어코 세스코에 맡긴다고 했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 소비자보호원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소비자보호원측은 업체와 합의하라고 권유할 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영진씨는 "한국P&G의 요구한대로 응했더니 유통과정중에 생긴 벌레니 본사에서 책임을 질 수 없다고 했다. 어떻게 유통과정에서 벌레가 들어갈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소비자 입만 막아버리면 끝난다는 주먹구구식 대처 방식에 너무 화가 난다"며 무책임한 업체의 태도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기저귀는 면역력이 약한 아기들이 쓰는 위생용품인데 벌레가 서식할 정도로 항균, 항충처리가 안 된다면 문제"라며 "어떤 사람이 들어도 이해할 수 있는 답변을 원했는데 소비자를 무시하는 대기업의 행태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 P&G측은 "택배회사에서 주문을 잘못하는 바람에 일 처리가 늦어졌다. 이후 고객이 계속 전화를 안 받아서 직접 방문을 못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세스코에 조사를 요청한 것에 대해 "우리나라에 해충관련업체가 전무하다. 내부에도 조사기관이 있지만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외부업체인 세스코에 맡기게 됐다"며 "소비자의 오해를 풀고 한국 P&G의 입장이 해명되기 위해 해충전문업체에 맡긴 것"이라고 밝혔다.

계속되는 애벌레 사건에 대해 지난 22일 식약청이 자체조사에 들어갔다.
식약청의 한 관계자는 "벌레가 유통과정에서 생겼는지 제조과정에서 생겼는지 조사한 후 업체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되면 행정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국 P&G 관계자는 향후 대책에 대해 "유통보관중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지만 정확히 어디서 유입이 됐는지 모르고 소비자 또한 어느 매장에서 구입했는지 몰라 확실한 대안책을 세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의 박스를 종이 이외의 것으로 만들면 소비자에게 비용면에서 피해가 간다. 현재 당장의 기술적인 대안은 고안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 P&G는 피해자 보상에 대해 소비자 피해보상규정에 따라 구입한 제품과 관련해 보상했으며, 업체측에서 별도의 보상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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