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헬로비전 간접고용 설치기사 사망 '후폭풍'..."과중한 업무환경 때문에 발생한 참사"

기업분석 / 최봉석 / 2020-01-10 11:30:42
지난달 부산 해운대구 한 가정집에서 케이블 작업을 하다가 의식을 잃고 사망한 LG헬로비전 부산 서부해운대고객센터 설치기사는 위험과 과중한 업무환경 때문에 발생한 참사라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제공=희망연대노동조합 제공)
지난달 부산 해운대구 한 가정집에서 케이블 작업을 하다가 의식을 잃고 사망한 LG헬로비전 부산 서부해운대고객센터 설치기사는 위험과 과중한 업무환경 때문에 발생한 참사라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제공=희망연대노동조합 제공)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지난달 부산 해운대구 한 가정집에서 케이블 작업을 하다가 의식을 잃고 사망한 LG헬로비전 부산 서부해운대고객센터 설치기사는 위험과 과중한 업무환경 때문에 발생한 참사라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와 노동건강연대는 지난 8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LGU+ 본사 앞에서 LG헬로비전과 LGU+에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허가를 받아 CJ헬로를 인수, LG헬로비전으로 재출범시켰다. 노동계는 당장 LG유플러스를 향해 하청 비정규직의 직접고용을 촉구했다.


희망연대노조와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5시 30분께 LG헬로비전 비정규직지부 해운대서부지회 소속 김모씨(45)가 고객 건물 옥상에서 의식과 호흡을 잃은 채 발견됐다. 김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 진단을 받았다.


이와 관련 이들 단체는 이 자리에서 "LG헬로비전은 지난해 말 LG유플러스에 매각되기 전부터 LG헬로비전 고객센터에 실적 압박을 가했다"라며 김씨의 사망 원인은 과도한 업무할당 때문에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사업주 의무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며 LGU+와 LG헬로비전을 비판했다.


노조 측은 "고인이 된 김씨는 LG헬로비전 고객을 대면하며 케이블방송과 인터넷을 설치·애프터서비스(AS)·철거하는 업무를 해왔다"라며 "회사는 '30분 간격'으로 업무를 배정하고, 김씨는 하루 평균 14건의 업무를 처리해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인은 하루 평균 13집, 한 집에서 3~40분 내로 작업을 완료해야 했다. 원청인 LG헬로비전이 설치건수 기준으로 하청업체에 수수료를 지급하기 때문에 더 많이, 더 빨리 일을 해야만 했다"라며 특히 "함께 작업하는 동료라도 있었더라면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노동자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전했다.


LG헬로비전 하청업체 노동자인 김씨가 2인 1조 작업으로 이뤄지는 '정규직 직원'이 아니어서 사고 직후에도 사실상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희망연대노조 측 주장에 따르면 LG헬로비전 현장 기사들은 원청의 지표, 실적 압박으로 강도 높은 노동으로 내몰리고 있다. 중복할당에 추가할당, 개인할당까지 건당 30, 40분을 배정받아 업무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부 관계자는 "회사는 대면업무, 기술서비스노동의 특성을 무시하고 업무건수로 노동자들을 줄 세우는 방식으로 실적을 압박했다"라며 "LG헬로비전과 서부해운대고객센터는 사고 당일 고인을 98%까지 쥐어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사장인 LG헬로비전, 모회사인 LG유플러스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희망연대노조와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5시 30분께 LG헬로비전 비정규직지부 해운대서부지회 소속 김모씨(45)가 고객 건물 옥상에서 의식과 호흡을 잃은 채 발견됐다. 김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 진단을 받았다. (사진제공=희망연대)
희망연대노조와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5시 30분께 LG헬로비전 비정규직지부 해운대서부지회 소속 김모씨(45)가 고객 건물 옥상에서 의식과 호흡을 잃은 채 발견됐다. 김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 진단을 받았다. (사진제공=희망연대)

지부는 또 "LG그룹 방송·통신 비정규직 노동자가 작업 중 사망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재작년에는 LG헬로비전 비정규직 노동자가 쓰러져 죽었다. 하지만 산재처리조차 이뤄지지 않았으며 불과 몇 달 전에는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가 떨어져 죽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희망연대노조는 앞서 지난 3일 LG헬로비전 측에 '고객센터 노동안전 실태 공동조사'를 제안한 상태다. 또한 고인과 유족에 대한 도의적·사회적 책임을 위한 협의를 제안했다.


희망연대노조는 그러나 "원청인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은 그러나 아직까지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고 심지어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라며 "고객서비스 업무는 하청업체에서 수행하기 때문에 본인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매년마다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고 쓰러져도 안전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다하지 않고 있다"라며 "업계 내 다른 기업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면서 현장안전을 책임져 나가는 상황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여전히 하청업체들의 실적을 저울질하며 노동자들을 죽음의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골적인 노조탄압과 인권유린을 자행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부 측은 "열악한 노동환경을 바꿔내기 위해 노조를 설립했지만, '같이 교도소를 가자' '너희는 양아치' 등의 노골적인 노조 탄압과 인권유린을 자행했다"라며 "노동조합의 문제제기와 직접고용 요구에 LG헬로비전은 12월부로 또 다른 하청업체에 센터 운영을 위탁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유가족과 함께 고인의 죽음 원인을 밝히고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며 "원청인 LG헬로비전과 모기업인 LG유플러스는 하청업체 뒤에 숨지 말고 실제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는 10일 저녁 부산 시민장례식장과 LG유플러스 초량사옥 앞에서 영결식 및 노제를 진행한다.


LG헬로비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고인과 유가족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협력사와 논의해 도의적 차원에서 고인과 유가족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LG유플러스는 방송과 통신의 융·복합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앞서 CJ헬로를 인수해 LG헬로비전을 최근 출범시킨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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