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주 외면하는 얌체 부자들

산업 / 황지혜 / 2006-11-06 00:00:00
20억대 재산 보유, 납부능력 있어도 고의 체납 건축가, 의사 등 전문직 53억대 건강보험료 체납

프로 스포츠선수, 연예인, 펀드매니저, 의사, 건축사가 한 자리에 모인다면? 이들이 나눌 수 있는 대화 중 최고의 화제 거리는 단연 세금 절약에 대한 정보일 것이다. 세금을 줄여볼 요량으로 소득을 낮게 신고하는 것은 애교에 불과하고 자신들의 필요와 이익에 따라 보험료를 고의로 냈다 안냈다 하는 이들의 부도덕한 얌체짓은 끝이 없다.

# case 1 -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체납은 기본
이들이 돈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가장 먼저 꼽은 것은 공적부담금인 국민건강보험료 와 국민연금 체납.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이 관리하고 있는 건축가,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의 체납 인원은 9,350명이고, 총 53억2,800만원의 보험료를 체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연예인, 프로 스포츠 선수, 펀드매니저의 체납도 만만치 않은데, 프로 스포츠선수인 김 모씨의 경우 1989년 8월부터 2006년 4월분까지 무려 152개월 동안 704만8,510원의 건강보험료를 체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대개 "연봉이 줄었다", "현재 소득이 없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보험료 납부를 미루고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 공단 역시 적극적인 징수에 나서지 않고 오랜 기간동안 체납 문제를 방치해두고 있어 체납자중 보험료를 2년 이상 미루고 있는 이들이 5명중 2명에 이른다.

징수 과정이 제대로 진행이 되고 있는지는 물론 징수 의지가 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에 공단 측 관계자는 "아무래도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수익도 많고, 어쩌다 체납을 하더라도 몇 개월 후에 다 갚는 사람이 더 많다"면서 "일단 체납자에게 체납 사실 고지 한 후에 스스로 납부하도록 권하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국민연금도 같이 체납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료 체납으로 인해 특별관리하고 있는 프로 스포츠선수, 연예인, 펀드매니저 1,124명 중 513명, 즉 절반 이상이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을 동시에 체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들 상당수가 수억대 자산을 가지고 있어 충분히 납부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체납하고 있다는 것이다.

체납자 명단에는 △과표기준 3억원 이상(시가10억이상) 보유한 사람 18명 △1억원이상~3억미만 보유한 사람이 53명으로 총 71명이 과표기준으로 1억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심지어 20억원대 자산가도 있었다. 한 마디로 애당초 납부의사가 없는 '고의적 체납자'였던 것.

국민연금법 제 79조에 따라 국민연금 체납자에 대해서 체납금을 강제 징수 할 수 있음에도 이들의 변명은 3년이 넘도록 통해 체납을 미룬 장기 체납자도 수두룩하다. 재산보유 현황만 해봐도 이들이 고의 체납자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도 국민연금에서는 관련 자료를 확보하지 않고 있다.

# case 2 - 국민연금은 꼬박, 건강보험료는 체납하는 얌체
그러나 이들의 얌체짓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민연금은 꼬박꼬박 내면서, 건강보험료는 납부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외과의사인 김 모씨의 경우, 4개월간 건강보험료를 990만원 체납하는 동안에도 국민연금은 최고 등급인 45등급 (월 신고소득 360만 원 이상)으로 소득 신고 후 한 번도 납부를 미루지 않았다. 또 연예인 김 모씨의 경우, 5개월간 624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체납했지만 6월말까지 단 한차례의 체납 사실이 없었다.

"그나마 국민연금은 나중에 돌려 받을 수 있으니 꼬박꼬박 납부하지만 건강보험은 한 번 내면 없어지는 일회성이기 때문에 낼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펴며, 고의로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

이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는 심각한 문제지만 국민연금 조회만 하더라도 이들의 고의 체납 혐의를 확인 할 수 있는데도 건강보험공단 측은 단 한번도 국민연금 조회 요청을 하지 않았다.

공단 측은 오히려 일부 고소득 장기 체납자들에게 체납액을 탕감해 주기까지 했다. 지난해 10월 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료 체납자중 총 74만6,245세대, 총 3,190억7,800만원의 보험료를 탕감해 줬는데, 이들 중 총 8,136명은 국민연금을 2006년 5월까지 연체없이 납부해 왔으며, 45등급 가입자가 408명, 월 100만원 이상 소득자만도 4,305명이나 됐다.

납부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보험료를 탕감해 준 셈이다. 결국 그들의 체납 비용은 부담은 고스란히 그 동안 성실하게 납부를 해온 저소득층에게 떠넘겨 졌다.

# case 3 - 국민연금은 높게, 국세청은 낮게 소득 신고
국민연금 가입자중 고소득 전문직종의 신고소득을 확인한 결과, 국세청 신고 소득 161만2,872원에 비해 국민연금 신고 소득이 44만원 정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세금을 적게 내려고 국세청에는 실질 소득보다 줄여서 신고를 하지만 국민연금의 경우, 연금혜택을 받을 때 더 많은 금액을 받기 위해 실질 소득보다 국민연금공단에 더 많은 금액을 신고, 납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현행 '국민연금법' 시행령상에 "국민연금 지역가입자의 신고소득은 가입자의 실제소득보다 더 높게 신청할 수 있다"는 조문에 근거, 불법이 아니다.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의 박준태 비서관은 "공단에서는 일단 연금이 많이 들어오니까 큰 돈 가지고 투자를 다양하게 해볼 수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기금의 안정화라는 차원에서 오히려 이를 장려하고 있는 분위기"고 전했다.

자금의 안정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 무리한 조항을 규정, 고소득 전문직종의 소득 이중 신고를 정부가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또 저소득층의 '납부예외자'와 13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해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이 전체 지역 가입자의 71%인 644만여 명이나 되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이 사실상 현재 여유있는 사람들에게 제한해, 여유있는 노후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제도로 변질되고 있다.

이에 안명옥 의원은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신뢰도도 낮은 현실에서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전문직 종사자를 미롯한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의 자세가 필수적이다"라면서 "납부율 증가와 실제 소득과 신고 소득의 일치하도록 인식을 정립할 필요가 있고, 사회 및 국민감시체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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