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푸르덴셜생명 인수 후폭풍

산업 / 신유림 / 2020-04-20 17:17:27
"지나친 인수비용, 결국 그룹에 부담으로 작용"
고금리 고정상품 역마진 우려
KB금융 본사. (사진=연합뉴스)
KB금융 본사.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고 ‘리딩뱅크’ 도약을 선언한 KB금융지주가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1조8000억원을 제시한 MBK파트너스, 2조원을 제시한 한앤컴퍼니를 제치고 약 2조3000억원에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기로 했다.


푸르덴셜생명은 지난해 매출액 2조2598억원, 당기순이익 1407억원을 기록했으며 지급여력비율(RBC)은 지난해 말 기준 425%로 보험업계 1위를 달성할 만큼 좋은 평판을 받고 있다.


또한, 무리한 해외 투자를 지속하던 다른 생명보험사들에 비해 푸르덴셜생명은 해외 투자가 없어 업계에서 실적과 자본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KB금융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저성장 단계에 접어든 보험업이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글로벌 기준금리 인하로 위기에 처한 가운데 KB금융이 지나치게 높은 인수비용으로 적지 않은 부담감을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푸르덴셜파이낸셜은 코로나19 여파와 신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낮은 가격에도 푸르덴셜생명을 매각했을 것”이라며 “KB금융 측의 조바심으로 급하게 올린 인수가격이 결국 그룹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일각에서는 6년 후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상당수 보유한 푸르덴셜생명의 투자이익률 또한 빠르게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로 우려를 표했다.


또한, 푸르덴셜생명의 당기순이익은 2017년 1759억원, 2018년 1644억원, 2019년 1407억원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여기에 2023년 도입될 IFRS17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 금리인하에 따른 자산운용수익률 저하 등으로 업계가 위축될 거라는 전망도 더해졌다.


또 종신보험 특화 보험사인 푸르덴셜생명의 고정금리형 상품 비중이 94.3%에 달한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제로금리가 장기화할 경우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적립금의 이자율이 운용자산수익률을 웃도는 역마진이 발생해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그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KB금융 사외이사들이 이 같은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실제 윤종규 회장은 지난 9일 사전 간담회와 10일 이사회 이전부터 인수에 부정적인 사외이사를 만나 설득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사회 당일까지도 일부 사외이사가 “보험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2조원이 넘는 인수가는 그룹에 부담”이라며 반대를 표명했다.


또 지난달 20일에는 KB금융 정기 주주총회에서 윤 회장은 김대성 KB손해보험 노조위원장과 푸르덴셜생명 인수 문제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윤 회장은 강한 의지로 이사들을 설득하며 푸르덴셜생명 인수 결정을 관철하는 데 성공했으나 실적 여하에 따라 큰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또한 이사회 역시 윤 회장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는 또 있다. 푸르덴셜생명 직원들과 보험설계사들이 윤 회장에게 반기를 든 것이다.


특히 고소득 설계사들의 엘리트 모임인 ‘백만달러 원탁회의(Million Dollar Round Table, MDRT)’소속 설계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 한국 법인 소속 직원들은 인수하기로 했지만, MDRT 소속 설계사들은 인수 조건에서 제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에 한 보험설계사가 인수합병에 항의하며 푸르덴셜생명이 죽었다는 의미로 ‘근조(謹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푸르덴셜생명의 MDRT 설계사는 총 308명으로 이는 전체 설계사 중 15%를 차지한다. 비중이 높진 않지만, 영업력으로 따졌을 때 이들이 이탈할 경우 인수 효과가 반감될 전망이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국감 쟁점] 국감 증인석 엇갈린 유통가…CJ제일제당·MBK 나오고 GS리테일·CJ ENM 빠져

    [국감 쟁점] 국감 증인석 엇갈린 유통가…CJ제일제당·MBK 나오고 GS리테일·CJ ENM 빠져

    국정감사 개막을 닷새 앞두고 유통·식품업계 주요 기업인의 출석 여부가 갈리고 있다.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식품 원재료 거래 문제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홈플러스 사태로 국감장에 선다. 반면 GS리테일·롯데홈쇼핑·CJ ENM 대표에 대한 출석 요구는 철회됐다.1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오는 7일

    2
    금융위, 금융사 외부접속 '원칙 차단'…KB국민·NH농협 등 보안점검 강화

    금융위, 금융사 외부접속 '원칙 차단'…KB국민·NH농협 등 보안점검 강화

    금융당국이 금융권 연쇄 침해사고에 대응해 불필요한 외부접속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했다. 이미 공유된 공격정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유사 사고가 발생하면 금융회사에 책임을 묻기로 했다.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과 금융보안원, 금융업권별 협회, 주요 금융회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 금융권 긴급 점검

    3
    한화투자증권, 9000억 자본확충…종투사 직행 아닌 ‘이중 포석’

    한화투자증권, 9000억 자본확충…종투사 직행 아닌 ‘이중 포석’

    한화투자증권(대표 장병호)이 최대 90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선다. 다만 전액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에 필요한 자기자본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5000억원 유상증자로 종투사 진입 기반을 넓히고, 최대 4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으로 재무 완충력을 보강하는 구조다.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5000

    4
    포스코이앤씨, 역촌역세권 5874억 수주…도시정비 4조4565억

    포스코이앤씨, 역촌역세권 5874억 수주…도시정비 4조4565억

    포스코이앤씨가 서울 은평구 역촌역세권 재개발 시공권을 확보하며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남은 승부처는 목동과 오금현대 등 4분기 서울 대형 정비사업이다.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역촌역세권(대조동) 장기전세주택 도시정비형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이날 임시총회를 열고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최종 선정했다. 시공사 선정 안건에는 287명이

    5
    현대차 신형 투싼, 美·英 매체 호평…“콘셉트카 아닌 양산차”

    현대차 신형 투싼, 美·英 매체 호평…“콘셉트카 아닌 양산차”

    현대자동차가 신형 투싼의 글로벌 사양을 공개하자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자동차 매체들이 과감한 디자인과 넓어진 공간, 개선된 하이브리드 효율에 주목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3일 현대차와 외신을 종합하면 현대차는 지난 1일 미국 뉴욕에서 5세대 신형 투싼을 공개했다. 2004년 첫선을 보인 투싼은 지금까지 글로벌 누적 판매 1110만대를 넘어선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