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열풍을 지칭하는 '동학개미운동'의 영향으로 키움증권의 지난달 계좌개설 건수가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키움증권은 지난 6일 "지난달 신규 개설된 계좌가 43만 1천개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월 기록한 종전 최대치(14만 3천개)의 3배를 넘는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가운데 우량 종목을 저가에 매수하려는 개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 덕분에 발생한 현상이다.
주식을 하는 개미들이 늘고 있다. 쪽박이냐, 인생 역전이냐. 개미들이 증시로 몰려드는 아주 간단한 이유다. 최근 취업에 성공한 새내기 직장인 최모(26)씨는 당장이라도 주식 투자에 올인해볼까 고민 중이다. 요즘 가족은 물론이고 주변 친구나 회사 동료들이 모였다 하면 주식 이야기에 열을 올리는 탓이다. 최근 주가지수가 급락하면서 일명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식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향후 주가 반등을 노리고 일시적으로 투자에 뛰어드는 것이다.
지난달 개미들의 순매수 행진이 집중된 삼성전자의 경우 주가가 일주일 새 12.46% 반등하며 투자자들에게 모처럼의 수익을 안겨줬다. 지난 1월 기록한 종가 기준 연고점(6만 2천400원)과 비교하면 아직 한참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주가 폭락기에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라면 일단 두 자릿수가 넘는 짭짤한 수익을 올린 셈이다.
'동학개미운동'. 요즘 인스타그램이나 맘카페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신조어다. 최근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에서 개미들의 순매수 행렬을 일컫는다. 외국인이 주식을 대규모로 팔고 떠나는 상황에서 오히려 개인 투자자들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을 빗댄 것이다. 코로나 정국 속에서 좀처럼 '믿을 구석 없는' 개미들이 조금씩 모아뒀던 쌈짓돈을 쏟아내고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안 투자대기자금 성격의 투자자예탁금은 29조 8천599억원(1월 2일)에서 43조 8천29억원(3월 31일)으로 13조 2천230억원 급증했다. 지난 달 26일엔 45조원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투자자예탁금이 40조원을 웃도는 건 사상 최초다. 주식거래 신규 계좌 증가폭도 눈부실 정도다. 3월 동안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전월 대비 86만 2천개 증가해 3월 말 기준 3076만 9천개로 나타났다. 증가 규모는 2009년 4월 이후 최대치다.
한달 동안 13조원 가까운 주식을 사들인 '동학개미운동'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 '고난의 행군길'을 경험하던 증권사들은 모처럼의 호실적에 웃음을 지었다. 주식카페를 보면 코로나 확산으로 국내증시가 급락하자 자녀를 위해 주식을 사놓으려는 부모들의 의지가 담긴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지역 엄마들의 인터넷 '맘카페'에서도 자녀를 위한 주식 매수를 문의하는 글들이 상당수 올라와 있다. 물론 이 또한 '동학개미운동'의 일환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지난 3월말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의 신규 계좌 개설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대 5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통해 간편하게 증권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되면서 신규 계좌 개설은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여론조사도 나왔다. 성인 10명 중 6명이 최근 한 달 동안 주식투자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지난 6일 인크루트에 따르면 이 회사가 30대 이상 회원 544명을 대상으로 '주식투자 경험'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55.7%가 최근 한 달동안 주식투자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성인 절반 이상이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화제가 되고 있는 '동학개미운동'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가 각각 순매수, 순매도하며 치고받는 상황을 지난 1884년 반봉건·반침략을 목표로 일어난 농민들의 사회개혁운동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말이다.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동학농민운동 때 영문도 모른채 몰살된 민초들에 비유하며, 지금 매수하는 개미에 대해 본능적으로 연민(憐憫·불쌍하고 가련하게 여김)의 마음으로 보는 시각에서 나온 시대상황적 아픔이다. 그만큼 주식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부득이하게, 운명적으로,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절박한 시기라는 뜻이다. 주식의 문외한도 단순 호기심으로 주식에 기웃거리고, 주식을 아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는, 그런 사회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경제적 궁핍함의 시기다.
우리나라는 그간 '주식'이라는 단어만 꺼내면 솔직히 '긍정적 판단' 보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연상됐다. 주식으로 전 재산을 날렸고, 주식투자를 했다가 쫄딱 망했으며, 주식으로 원금조차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됐고, 늘 그렇지만 다른 사람은 잘도 하는데 나만 주식에만 투자하면 망한다는, 아주 오래된 교과서 같은 이야기를 마치 주입식 교육처럼 듣고 또 들으며 세뇌당했다.
그러나 시대는 달라졌다. 은행 대출 창구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로 북새통을 이루며 누구든 순식간에 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주식은 건전한 투자"라는 '명제'를 머릿속에 입력시켜야 하는 때와 만났다. 즉 '주식은 인생폭망의 지름길'이라는 오래된 편견은 아예 뜯어고쳐야 한다는 시대와 접촉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0.75%로 떨어졌고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업계에 금리를 내리라는 인하 압박을 연일 가하고 있다.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위기라는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소비자 물가는 상승세를 타면서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집 안에서 음식을 해먹는 식재료와 가공식품 가격은 큰 폭으로 오른 반면, 월급은 몇년 째 그대로다. 위기에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안일한 시기는 결코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연일 매스텀을 통해 쏟아진다.
자본 시장의 체력이 약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급기야 코로나 사태로 많은 굴곡을 만났고 급기야 멀쩡한 경제는 크게 뒤틀리고 있다. 투자에 있어 꽤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도 이제는 매일 장을 보며 모골이 송연해지는 하루를 보낸다고 하더라도, 주식시장에 생존적 측면에서 투자하기로 결심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만났다. 일본정부에 의해 쓰러져 간 동학농민군은 대체로 30만 명에 이르렀다. 이 피 튀기는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동학개미는 과연 얼마나 될까. 다만 전쟁에서 굳이 선봉설 필요 없다는 철학 속에서, 주식을 통해 현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면 향후 어떤 쓰나미가 밀려와도 버틸 수 있는 강력한 백신을 맞는 효과를 얻을 수 있진 않을까. 동학개미운동의 생존자가 넘쳐나길 바라고 또 바라본다. 비록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하더라도 합리적인 투자습관을 유지한다면, 믿지 못할 기적이 또다시 그려질 수 있겠다.
짧은 시간에 사고파는 '단타' 거래에 대해 말도 많지만 그것도 능력이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 수 있다고 했다. 개인들은 영리해지고 똑똑해졌다. 예전과 다르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향후 주가가 다시 하락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일 수 있겠지만, 주식 투자 열풍에서 개미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바람이 불길 바라본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토요경제人] 유창수 유진증권 부회장, ‘자산 10조원·자본 1조원’ 동시 달성](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0331/p1065609257520316_491_h.jpg)

![[토요경제人] ‘연중 최저가’의 굴욕을 딛다…정용진號 이마트, 고진감래 오다](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0213/p1065625143194333_904_h.jpg)
![[토요경제人] 김성환 한투증권 사장, ‘경계 확장’으로 아시아 무대 겨냥](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0203/p1065597828625342_694_h.jpg)

![[토요경제人] ‘오너 3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금융부문 ‘글로벌 전략가’ 부상](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210/p1065603950795624_514_h.jpg)
![[토요경제人] 배성완 하나손보 대표의 ‘장기보험’ 전략…흑자 전환 가시화](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118/p1065604432549726_833_h.jpg)
![[토요경제人] 문화재 수장고 혁신 ‘K-스토리지’ 이끄는 대원모빌랙 ‘이종진 대표’](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121/p1065587223127645_833_h.gif)
![[토요경제人] '아트경영’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예술로 기업을 키우다](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025/p1065597154733467_413_h.jpg)
![[토요경제人] 하림 김홍국 회장, 생산에서 유통까지 ‘가치사슬 경영’의 설계자](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028/p1065602999871188_165_h.jpg)

![[토요경제人] "지역 살리고, 소비 돕고"...NH농협카드 이민경 사장 전략 '결국' 통했다](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0722/p1065597998198081_664_h.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