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불황에 현금확보 사활, 대기업대출 8조 증가"...3월 은행권 대출 20조↑

산업 / 최봉석 / 2020-04-02 09:53:55
지난 달 주요 5대 은행의 원화 대출이 20조원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지난 달 주요 5대 은행의 원화 대출이 20조원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지난 달 주요 5대 은행의 원화 대출이 20조원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2월 증가 규모(5조 5천억원)와 비교하면 거의 4배 가까이 증가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지난 달 원화 대출 잔액은 1천170조 7천335억원으로 전달보다 19조 8천688억원 늘었다. 이는 지난 2015년 9월 이후 최대 규모다.


5대 은행의 원화 대출이 10조원 이상 늘어난 경우는 2015년 10월(14조 2천840억원)과 11월(13조 1천99억원), 2019년 10월(10조 4천353억원) 등 3차례 밖에 없을 정도로 드문 일이었다.


그만큼 은행권 대출이 대폭 증가했다는 것은 '코로나 충격을' 빚으로 버티고 있는 의미다. 너도 나도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인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현금확보 수요가 몰린 것은 물론이고 가계대출도 크게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먼저 원화 대출 가운데 기업대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기업대출의 지난 달 증가액이 13조 4천568억원으로 전월(3조 6천702억원)의 4배 가까이에 이른다.


여기엔 이례적으로 대기업 대출이 8조949억원이나 늘었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쌓아둔 현금이 많은 대기업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은행에 손 벌리는 경우가 많지 않고, 부실로 인해 자금이 필요하더라도 통상 1조~2조원 안팎에서 움직였는데 8조까지 대출이 늘었다는 것은 코로나 사태 이후를 대비한 행보로 해석된다.


가장 현실적인 이유로는 회사채 시장이 나빠지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만기 연장이 안 될 경우를 대비, 분기말 하청업체에 미지급금을 주기 위해 대기업의 한도대출이 늘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 대출도 많이 증가했다. 전월 대비 5조 3천619억원 늘었다.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은행권에서 대출 문턱을 낮춘 영향 때문이다.


가계대출 증가세도 상당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달에 6조 6천801억원 늘었다.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지난달 4조 6천88억원이나 늘었다. 이는 주택 구매 수요가 전세 수요로 전환되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려 전세자금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로 생활안정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수요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장사가 어려워진 소상공인 역시 직원 월급이나 운영비를 조달하기 위해 대출을 늘린 것으로 관측된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폭락장을 투자 기회로 이용하려는 '빚 투자' 직장인이 증가하면서 대출이 증가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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