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정국 속, 관심 1순위 떠오른 '재난 기본소득'…현실화 될까

산업 / 최봉석 / 2020-03-11 12:29:02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진제공=연합뉴스)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진제공=연합뉴스)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국민 1인당 10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고 고소득층의 경우 내년에 지급한 금액만큼 세금으로 다시 거두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8일 정부와 국회에 이 같이 제안했다.


그는 당시 "1인당 100만 원을 지급, 이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고 재정부담은 내년도 조세 수입 증가를 통해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전문가들에 의하면 재난기본소득을 시행할 경우 조세수입이 8∼9조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경수 도지사의 이 같은 생뚱맞은(?) 제안은 최초 SNS을 중심으로 '갑론을박'의 대상이 됐지만, "현실성이 너무 없다"는 비판적 여론에 직면하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다.


누가 먼저 시작했나


사실 김경수 지사가 언급한 '재난기본소득' 제안은 이재웅 쏘카 대표가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재난기본소득 50만원을 어려운 국민에게 지급해달라'는 제안을 올리면서 대중적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김경수 지사보다는 일찍 이러한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 배를 타면서 단순한 '흥미 위주의' 키워드가 아닌 '정치경제적 이슈'로 바뀌었고, 논의의 '판'은 커졌다.


이 지사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금 코로나19 피해자는 특정 업종만이 아닌 거의 모든 도민들로, 특정 업체만 특별한 지원을 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면서 "경제가 멈추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재난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에 고개를 끄덕인다. 광역지방자치단체장으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이어 세 번째다.


박 시장은 10일 유튜브 채널 서울라이브로 진행한 영상 브리핑에서 전국의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 상품권 60만원어치씩을 주는 내용을 포함한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 시행을 정부에 건의했다.


박 시장은 "코로나19 피해 확산으로 매출 급감, 실직, 무급휴직 등을 겪으며 생계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정부 추경의 지원 대상엔 포함되지 못한 사각지대를 촘촘히 메우기 위한 것"이라고 이 제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11일에도 기자회견 및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제안에 맞장구를 쳤다.


각자 구체적인 '해법'은 다르지만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지사는 기한 내 써야 하는 지역화폐 형태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입장이고,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국민에게 1인당 재난기본소득 100만원을 지급하자는 입장아다. 다만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려면 지급액 50% 이상을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제공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김 지사는 부연했다.


정치권도 동참


일부 정치권도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민생 피해 비상대책회의'에서 "전국적으로 한꺼번에 다 주는 것에 무리가 있다"라며 "그렇다면 대구·경북 지역에 1인당 10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고, 다른 지역은 당장 피해를 입는 노동자, 자영업자, 돌봄 가족 등에게 직접 지원을 강화하는 추경 수정안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등이 제안한 '재난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같은 의견"이라고 했다.


수십조 원의 나랏돈이 투입되는 '재난 기본소득'은 기본적으로 '누구 돈으로 나눠줄 것인지'와 직면하게 되는 고차원적 문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산사태로 국민이 받는 경제적 타격이 워낙 큰 까닭에 일부에서 시작된 의견제시의 '장'은 이제 정치권으로 확산되는 등 '판'이 커지는 모양새다.


'기본소득'은 남녀노소 연령에 상관없이 모든 시민에게 일정 금액의 생활비를 주기적으로 지급해 안정적 생활을 보장하자는 정책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재난 기본소득'은 이러한 기본소득보다는 코로나 정국에서만 지급하는 '일회성 현금 복지'다.


결국 천문학적인 돈이 복지에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갑론을박의 중심에 서는 구조다. 반대론자들은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김 지사의 제안대로 국민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할 경우 51조원에 이르는 재원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반드시 돈 때문에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미래통합당 심재철 "4.15총선용 현금 살포"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모든 국민에게 100만원씩 퍼주자'는 말이 '재난기본소득'이라는 명분으로 선동되고 있다"라며 "이것은 한마디로 4·15 총선용 현금 살포"라고 비판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이른바 기본소득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등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떠벌리고 있는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재정이고 뭐고 상관없이 현금을 살포하자는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심 원내대표는 "국가에서 퍼주는 돈은 결국 국민 세금에서 나온다. 그런 만큼 국가에서 1인당 100만원씩 퍼주겠다는 것은 결국 국민 1인당 100만원씩 부담시키겠다는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우리 세대가 내지 않으면 결국 우리 자녀들인 미래세대가 갚아야 하는 돈이다. 무려 51조원이나 드는 막대한 돈을 코로나19 핑계를 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기본소득실험은 핀란드에서는 도입 1년 만에 폐기했다. 스위스에서는 국민투표로 부결됐다. 이미 실패가 입증된 것"이라며 "국민 세금을 풀어 표를 도둑질하려는 시도는 꿈도 꿔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렇다고 미래통합당 내부에서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같은 당 김순례 의원은 "맞벌이 등의 이유로 아이를 돌보기 힘든 집을 선별해 현금으로 50만 원을 주는 게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당내에서도 서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어쨌든 '현금을 줘서 경제를 살리자'는 일각의 의견은 단순한 포퓰리즘으로 보기엔 경제 상황이 너무 심각해지고 있어 한시적으로라도 '정부가 뭔가 액션을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 쪽으로 통일되는 그림이다. 실제로 중소상인, 영세자영업자들의 공통적인 피해사례는 '매출 저하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빚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자영업자들은 '엎친데 덮친 격'이라며 아우성이다. 상가 공실률이 매우 늘어나고 있다"며 "그러한 것들을 촘촘히 살펴보고 영세 상인들에 대한 지원도 한시적으로나마 현재 가게 문을 열기도 힘든 상황에 대해서는 사업자에게 노동자에 대한 지원 등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지금 시기에 각종 공과금에 대한 한시적 지원 등 실생활에서 어려움을 갖고 있는 상인들에게 구체적으로 와 닿는 선제적이고 치밀한 대책들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최근 국회에서 열린 긴급비상대책회의에서 말했다.


정부는 이번 추가경정예산에 한국형 기본소득제가 제한적으로나마 담겼다는 입장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한 방송에서 "(이번 추경을 통해) 취약계층 580만명에게 2조 6천억원의 자금을 풀어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줬다"며 "이것이 기본소득제의 취지를 현실에서 가장 신속하고도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검토한 적이 없다'며 재난 기본소득 도입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해외는 어떠할까


세계 각국은 코로나 사태로 위축된 경기에 활기를 불어 넣기 위한 다양한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홍콩,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코로나19로 인해 침체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현재까지 각국이 내놓은 대책 규모를 합치면 이미 53조원이 넘는다.


여러 정책 가운데서도 18세 이상 영주권자에게 1만 홍콩달러(약 155만원)를 지급하기로 한 방침이 가장 눈에 띈다. 현금 지급 대상자는 약 700만명, 소요 예산 규모는 710억 홍콩달러(약 1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팩트북에 따르면 홍콩 인구는 750만명(2019년 7월 기준)이다.


공공 주거 시설에 사는 저소득층 세입자를 위해 한 달 치 월세를 정부가 내주고, 홍콩의 수능에 해당하는 시험의 응시료도 면제한다. 부진을 겪고 있는 사업체를 돕기 위해 최대 200만 홍콩달러까지 저금리에 3년 만기로 빌려주는 융자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가운데서는 말레이시아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관광업 등 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2020 경기 부양 패키지'를 발표하고 200억 링깃(약 5조7천억원)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버스·택시기사 등 대중교통업계 종사자에는 단발성으로 600 링깃(약 17만 2천원)을 지원하고 의사와 보건업계 종사자에는 매달 400 링깃의 특별수당을 준다.


호텔과 여행사, 항공사, 쇼핑몰 등에는 전기세를 15% 깎아주는 한편 납세 의무도 6개월 유예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은 국채를 발행해 조달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는 10조 3천억 루피아(약 9천억원) 규모의 부양책을 발표했다. 부양책은 관광업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싱가포르는 836억 싱가포르 달러(72조 6천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발표하며 이 가운데 56억 싱가포르 달러(약 4조 8천600억원)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영향 최소화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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