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앓는 아시아나 매각] 코로나19 때문에....'승자의 저주' 우려 속 시험대 오른 HDC

기업분석 / 최봉석 / 2020-03-04 17:59:55
HDC현대산업개발, 유상증자 등 자금조달 마무리…기업결합심사 진행 중
일각에선 '승자의 저주' 우려…"4월 말 인수 완료 목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결국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지 제공=연합뉴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지 제공=연합뉴스)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HDC현대산업개발(회장 정몽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업계 전체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가운데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키로 결정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작업'이 성사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수 작업은 곧바로 '구조개편'을 의미한다. 인력 구조조정과 관련된 소문도 무성하다.


인수 작업에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면서 업계 안팎으로 '인수 무산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달 초중순부터 본격 준비 작업에 착수, 4월을 목표로 차질없이 인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게 HDC현대산업개발 측의 일관된 설명이다. 지난해 말 인수 계약을 체결한 HDC현대산업개발이 상황 변경으로 고심하고 있다는 일각의 관측은 '사실무근'이라는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4월 말 완료를 목표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수 예정일은 4월 30일이다. HDC는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경쟁 회사였던 애경그룹 계열 제주항공보다 무려 1조원 비싼 가격을 써내, 인수자로 선정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국내 2위 대형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품고 '종합 모빌리티그룹'으로의 자리매김한다는 각오다.


재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4천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위해 소매를 걷어 올렸다. 2조 5천억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조달의 첫 관문이다. 악재에도 실탄 조달을 강행하겠다는 각오다.


HDC현산은 유상증자를 위해 오는 5~6일 이틀간 주주를 상대로 청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새로 발행할 주식 물량은 2196만 9110주로 현재 유통주식(4392만 8750주)의 절반에 달한다.


유상증자 규모는 당초 4천75억원에서 3천987억원으로 88억원 감소했는데, 이 회사는 일단 이번 증자를 통해 3천987억원이라도 확보하겠다는 바람이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사용한다.


이 회사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2조 5천억원 중 2조 101억원을 대기로 했다. 나머지 4천899억원은 컨소시엄을 맺은 미래에셋대우가 맡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번 유상증자와 4월 약 3천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포함한 약 1조 1천억원 규모의 금융권 차입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월 30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기업결합 신고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합병 대상 2개사 가운데 한쪽의 자산 총액이나 매출이 3천억원 이상이고, 나머지 한쪽의 자산이나 매출이 300억원 이상이면 반드시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 기간은 신고일로부터 30일이며, 필요한 경우 90일 범위에서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다만 이는 자료 보정에 드는 기간이 제외된 순수한 심사 기간으로 자료 보정 기간을 포함하면 실제 심사 기간은 120일을 초과할 수도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외국 경쟁 당국에도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HDC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이 회사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드을 포함해 5~6개국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했다.


문제는 가진 자금과 대출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지만, 만약 아시아나가 제대로 사업을 펼치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되느냐는 것이다. 이미 인수 결정 당시보다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통매각한'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모두 재무 상황 등이 더 악화됐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별도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영업손실이 3천683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지난해 매출액은 5조 9천538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 올해 예상 적자가 7천억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에어부산도 지난해 영업손실 505억원을 기록했다. 아직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에어서울 역시 비슷한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대상은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계열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금호리조트 등이다.


HDC입장에선 아시아나항공만 사들이는데도 벅찬 상황이다. 업계의 불황 속에서 기존 아시아나항공과 관련된 자산까지 사들여야 하는 상황인 까닭에 인수 과정 자체가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체를 시장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시그널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항공업계가 초토화되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은 당장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를 넘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당분간 항공업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인수를 강행할 경우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연일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승자의 저주란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승리를 위해 과도한 비용을 치름으로써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되거나 커다란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오는 4월을 목표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빠르게 마무리하고 그룹 계열사간 시너지를 꾀해야 할 HDC그룹 입장에서는 이같은 '승자의 저주'를 나몰라라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다양한 시나리오 속에서 이에 맞대응하기 위해 여러가지 카드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것.


코로나 정국 속에서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이게 된 아시아나항공은 임금삭감 등 자구책을 이어가고 있다. 일단 '스스로' 허리띠를 더 졸라매기로 했다. 지난달 18일 비상경영을 선포한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지난 2일 모든 직원에게 이달 중 무급 휴직 10일을 실시하도록 하고 아예 3월 급여에서 전 직원의 급여 33%를 일괄 차감하는 자구책 강화안을 내놨다. 이달부터 사장이 급여 100%를 반납하고 임원은 50%, 조직장은 30%를 각각 반납하기로 하는 등 급여 반납 비율도 높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유상증자를 통해 2조원이 넘는 '실탄'을 확보하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 등에 쏟아부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도 300%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공급 과잉에 처해있던 업계 조직 및 인력 구조조정이 포함될 전망이다.


이는 항공업계 2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선이다. 이미 3위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결정하면서 아시아나항공과의 격차를 좁히고 맹추격 중이다.


정몽규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차질없이 마무리해 빠른 안정화와 통합을 이뤄내는데 집중해야 한다"며 "아시아나 항공 인수는 HDC그룹에 있어서 다시 오지 않을 터닝 포인트"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오는 4월께 인수절차가 마무리될 경우 HDC그룹은 재계 30위권에서 10위권으로 도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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