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이 쏘아올린 '신약 주권' 신호탄 …국내 첫 신약 독자개발

기업분석 / 최봉석 / 2019-11-22 16:40:41

SK바이오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 FDA 승인…독자개발 신약으로 한국 최초
성공확률 낮지만 혁신신약 ‘한우물’…”최 회장 비전과 지속 투자 없었다면 불가능”
신약개발부터 글로벌 마케팅까지 수행하는 종합제약사 도약…“‘신약주권’ 실현할 것”


22일 SK그룹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사진제공=SK)
22일 SK그룹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사진제공=SK)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지난 1993년, SK가 '신약개발'에 도전한 이후 수많은 실패 경험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추진한 결과물이 마침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통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독자적으로 해내는 성과를 일궈냈다.


22일 SK그룹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엑스코프리의 개발과 허가까지의 '전 과정'은 최 회장의 뚝심과 투자 철학이 없었다면 빛을 볼 수 없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신약개발은 통상 10년~15년의 기간과 수천억 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고도 5000~1만개의 후보물질 가운데 단 1~2개만 신약으로 개발될 만큼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데다 경영진의 흔들림 없는 육성 의지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기업들은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실패 가능성이 낮은' 복제약 사업에만 올인 할 때 SK는 '혁신 신약개발'에 계속 매달렸다.


지난 2016년 6월 최태원 회장은 경기도 판교 소재 SK바이오팜생명과학연구원을 찾아 "20년 넘도록 혁신과 패기, 열정으로 지금까지 성장해 왔다. 글로벌 신약개발 사업은 시작할 때부터 여러 난관을 예상했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꾸준히 투자해왔다"라며 "혁신적인 신약 개발의 꿈을 이루자"고 말하며 구성원들을 격려했다.


그로부터 3년이 22일 새벽,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XCOPRI®, 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신약승인을 받으면서 SK바이오팜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개발, 신약허가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국내 최초의 제약사가 되는 새로운 역사를 서술했다.


독자적으로 개발된 신약 하나 없는 한국에서 SK가 '신약 주권'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SK그룹이 신약개발에 관심을 표명하기 시작한 출발점은 선대 최종현 회장이 대덕연구원에 관련 팀을 구성하면서부터였다.


SK는 1993년 대덕연구원에 연구팀을 꾸리면서 불모지와 같았던 제약사업에 발을 들였다. 인구 고령화 등으로 바이오?제약 사업은 고부가 고성장이 예상되는 영역인데다, 글로벌 시장에 자체개발 신약 하나 없던 한국에서는 ‘신약주권’을 향한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SK 측은 "대부분의 국내 제약사들이 실패 확률이 낮은 복제약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SK바이오팜은 오직 혁신신약개발에만 매달렸다"라며 "단기 재무성과에 목마른 기업 입장에서 큰 결단이었는데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 최 회장의 비전과 확고한 투자 의지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998년 9월 최 회장은 취임을 하자마자, 선대의 '정신'을 이어받고 그 뿌리를 내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SK에 따르면 2002년 최 회장은 바이오 사업의 꾸준한 육성을 통해 2030년 이후에는 바이오 사업을그룹의 중심축 중 하나로 세운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신약 개발에서 의약품 생산, 마케팅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통합해 독자적인 사업 역량을 갖춘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을 키워낸다는 비전이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생명과학연구팀, 의약개발팀 등 5개로 나누어져 있던 조직을 통합, 신약 연구에 집중케 하는 한편, 다양한 의약성분과 기술 확보를 위해 중국과 미국에 연구소를 세웠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에도 신약개발 조직을 따로 분사하지 않고 지주회사 직속으로 둬 그룹 차원에서 투자와 연구를 지속하게 한것 역시 최 회장의 신약 개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약개발이야말로 단기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투자와 장기적인 비전이 담보돼야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SK는 최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수 천억 규모의 투자를 지속했다. 임상 1상 완료 후 존슨앤존슨에 기술수출 했던 SK의 첫 뇌전증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가 2008년 출시 문턱에서 좌절했을 때에도 최 회장의 뚝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해에 SK바이오팜의 미국 현지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의 R&D 조직을 강화하고 업계 최고 전문가들을 채용함으로써 독자 신약 개발을 가속화 했다. 이때 역량을 강화했던 SK라이프사이언스가 이번에 FDA 승인을 얻은 엑스코프리의 임상을 주도했고, 발매 이후 미국 시장 마케팅과 영업까지 도맡을 예정이다.


이후 SK는 신약 개발 사업의 집중 육성을 위해 2011년 사업 조직을 분할해 SK바이오팜을 출범시켰다.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한 신뢰와 지원을 이어온 덕분에 FDA가 요구하는 엄격한 기준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임상 전 단계를 수행할 수 있는 독보적인 노하우와 경험이 SK바이오팜에 축적될 수 있었다는 평가다.


2018년 61억달러(약 7조 1400억원) 규모인 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2024년까지 70억 달러(약 8조 2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출처: Frost & Sulllivan, 2019) SK는 엑스코프리로부터 발생되는 수익을 기반으로 제2, 제3의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을 지속할 방침이다.


최 회장은 의약품 생산 사업에도 공을 들였다. 최 회장은 2015년 SK바이오팜의 원료 의약품 생산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SK바이오텍을 설립했다. SK바이오텍의 전신인 원료의약품 생산사업부가 1998년부터 특허 만료 전의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을 글로벌 제약사들에 수출해온 경쟁력에 주목한 것이다. SK바이오텍은 2017년 글로벌 메이저 제약사인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통째로 인수했다.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 기업이 해외 생산설비를 인수한 최초 사례였다.


지난해에는 SK㈜가 미국의 위탁 개발?생산 업체인 앰팩(AMPAC) 지분 100%를 인수하는 글로벌 M&A에 성공하면서 국내 제약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인수 1년만인 지난 6월 앰팩 버지니아 신생산시설 가동을 시작되면서 한국-미국-유럽의 글로벌 생산기지가 모두 전면 가동에 돌입했다.


지난 10월 SK㈜는 의약품 생산법인 세 곳을 통합해 SK팜테코를 설립했다. SK바이오텍과 SK바이오텍 아일랜드, 앰팩 등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던 의약품 생산사업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시너지와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포석이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이항수 PR팀장은 “SK의신약개발 역사는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 혁신을 이뤄낸 대표적 사례”라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사의 등장이 침체된 국내 제약사업에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국감 쟁점] 국감 증인석 엇갈린 유통가…CJ제일제당·MBK 나오고 GS리테일·CJ ENM 빠져

    [국감 쟁점] 국감 증인석 엇갈린 유통가…CJ제일제당·MBK 나오고 GS리테일·CJ ENM 빠져

    국정감사 개막을 닷새 앞두고 유통·식품업계 주요 기업인의 출석 여부가 갈리고 있다.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식품 원재료 거래 문제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홈플러스 사태로 국감장에 선다. 반면 GS리테일·롯데홈쇼핑·CJ ENM 대표에 대한 출석 요구는 철회됐다.1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오는 7일

    2
    금융위, 금융사 외부접속 '원칙 차단'…KB국민·NH농협 등 보안점검 강화

    금융위, 금융사 외부접속 '원칙 차단'…KB국민·NH농협 등 보안점검 강화

    금융당국이 금융권 연쇄 침해사고에 대응해 불필요한 외부접속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했다. 이미 공유된 공격정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유사 사고가 발생하면 금융회사에 책임을 묻기로 했다.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과 금융보안원, 금융업권별 협회, 주요 금융회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 금융권 긴급 점검

    3
    한화투자증권, 9000억 자본확충…종투사 직행 아닌 ‘이중 포석’

    한화투자증권, 9000억 자본확충…종투사 직행 아닌 ‘이중 포석’

    한화투자증권(대표 장병호)이 최대 90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선다. 다만 전액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에 필요한 자기자본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5000억원 유상증자로 종투사 진입 기반을 넓히고, 최대 4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으로 재무 완충력을 보강하는 구조다.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5000

    4
    포스코이앤씨, 역촌역세권 5874억 수주…도시정비 4조4565억

    포스코이앤씨, 역촌역세권 5874억 수주…도시정비 4조4565억

    포스코이앤씨가 서울 은평구 역촌역세권 재개발 시공권을 확보하며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남은 승부처는 목동과 오금현대 등 4분기 서울 대형 정비사업이다.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역촌역세권(대조동) 장기전세주택 도시정비형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이날 임시총회를 열고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최종 선정했다. 시공사 선정 안건에는 287명이

    5
    현대차 신형 투싼, 美·英 매체 호평…“콘셉트카 아닌 양산차”

    현대차 신형 투싼, 美·英 매체 호평…“콘셉트카 아닌 양산차”

    현대자동차가 신형 투싼의 글로벌 사양을 공개하자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자동차 매체들이 과감한 디자인과 넓어진 공간, 개선된 하이브리드 효율에 주목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3일 현대차와 외신을 종합하면 현대차는 지난 1일 미국 뉴욕에서 5세대 신형 투싼을 공개했다. 2004년 첫선을 보인 투싼은 지금까지 글로벌 누적 판매 1110만대를 넘어선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