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의선 체제, '생존전략' 찾기 위해 거침없이 주사위 던졌다

기업분석 / 최봉석 / 2019-11-08 17:25:41
현대차 정의선 체제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연일 뜨겁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취임한 지 1년을 넘으면서 그가 그린 '큰 그림'의 결과물이 하나 둘 빛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 정의선 체제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연일 뜨겁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취임한 지 1년을 넘으면서 그가 그린 '큰 그림'의 결과물이 하나 둘 빛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제공=현대차)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현대차 정의선 체제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연일 뜨겁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취임한 지 1년을 넘으면서 그가 그린 '큰 그림'의 결과물이 하나 둘 빛을 보고 있기 때문.


재계 안팎에선 '보수적이던' 기업 문화의 상징이었던 현대차그룹이 180도 달라졌다는 평가를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취임 14개월을 맞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있다.


직원 수 14만명에 이르는 거대 공룡 그룹사가 짧은 기간 '확' 달라진 이유는 이른바 '혁신'으로 요약된다. 그룹 안팎에서도 "일하는 방식마저 새로워진 그 '혁신'마저 또다시 진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가 이처럼 바꿔진 까닭은 그룹의 A부터 Z까지 '올 체인지'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딱딱한 기업 문화를 유연하게 만들었고, 더딘 의사결정 시스템을 빠르게 탈바꿈 시켰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처음 주재한 시무식에서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며 "새로운 시도로 이질적인 것과의 융합을 즐기자"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그렇게 지난 14개월간 기존과 사뭇 달라진 새로운 형태의 '조직 룰'을 그려냈다. 이는 과거의 성장 방식을 버리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미래를 위한 발걸음'에 구시대적인 발상과의 작별을 고한 것이다.


혹자의 표현대로 현대차그룹에서 이른바 '정의선식(式) 혁신'의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이유는 현대차가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정보통신기술) 업체처럼 변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존립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불도저식의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식 경영은 한때 '성장을 위한 교과서'에 가까웠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미국의 보호무역, 반복되는 노사 분규, 품질 문제에서 비롯된 리콜 사태, 기술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그룹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여기에 본격적으로 자율주행, 커넥티드카(통신망에 연결된 자동차), 수소연료전기자동차(FCEV) 등 미래차 이슈가 '글로벌 시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그룹은 진정한 '위기'와 마주치게 됐다.


'제2의 창업'에 준하는 정의선 부회장의 달라진 리더십과 젊어진 해법이 연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유다.


지난해 10월 현대차그룹은 2010년 이후 실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10%를 넘나들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1%대로 주저앉았다. 2010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최저치인 1.2%를 기록한 것이다. 당초 9000억원대로 예상되던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3분의 1 토막이 난 것인데, 현대차의 경영 환경이 더욱 불확실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내려졌다.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과 신규 디자인을 적용한 신차들도 '빛을 발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평가도 내려졌다. 안팎에선 "미래 대응력이 약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정의선 체제'가 들어선 뒤 현대·기아차가 확실히 전보다 젊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영에서 바깥의 우려와 달리 순발력 넘치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제품도 진보적으로 변화하면서 소비자들도 반색하고 있다. 과거에 겪었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를테면 '1세대 경영인'이 물러난 고위직에는 외부의 피가 투입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9월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본부 조직을 대폭 개편했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자동차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동시에 자동차 품질과 신뢰성 향상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었는데 알버트 비어만 차량성능담당 사장이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임명된 것은 이른바 '순혈주의'의 파괴로 그룹에서 볼 때는 혁명적 변화였다.


심지어 경쟁사인 닛산의 호세 무뇨스 최고성과책임자(CPO)를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하기도 하는 등 "변해야 생존한다"는 기본적이고 생존적 분모는 그룹을 지배하는 좌우명이 됐다.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와 고객 요구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연구개발 환경과 협업 방식의 변화를 통해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미래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래차의 '가치'에 대해서도 뒤늦게 눈을 뜨기 시작했다.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에는 지분을 과감하게 투자했다. 또 지난해 동남아 최대 라이드셰어링업체 그랩에 2억 7500만달러를 투자했으며 올해는 인도 차량공유서비스 시장을 주도하는 올라에 3억달러를 투자했다.


미래 전기차 경쟁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충전속도 우위 확보를 위한 발 빠른 행보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유럽의 전기차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 전문 업체 '아이오니티(IONITY)'에 전략 투자를 단행하며 유럽 내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클린 모빌리티(Clean Mobility)'로의 전환을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그룹의 의지로 보인다.


조직 문화도 달라졌다. 완전 자율복장제도를 도입하며 현대차를 '인간 중심'의 회사로 변모시켰다. 그러면서 내부 직원들을 향해선 과감한 변화를 주문 중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임직원과 진행한 타운홀 미팅에서 "과격하게 변화하면 피로할 수 있지만, 필요에 의해 변화 중이다. 앞으로 변화는 더 많아질 것이고 지금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우리의 능력을 200~300% 발휘할 수 있도록 모든 포커스를 맞춰 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은 곧바로 이러한 기업의 변화를 현실감 있게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연내 출시 예정인 현대차 '더 뉴 그랜저'와 기아차 'K5'에 '정의선 표' 디자인 경영이 투영됐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 산업구조 변화라는 근본적 원인 속에서 한국의 경제 위기라는 2차적 악재까지 겹쳐 한국의 자동차 산업 생태계는 "새로운 산업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오랜 휴식을 끝내고 '반격'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 생존전략을 찾는 중심에는 누가 뭐래도 '젊은'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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