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에피소드 9 - 지평선에 펼쳐지는 순례길 일출

문화·라이프 / 강세훈 / 2019-03-29 17:12:21

순례길은 길고 긴 여행이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걷는 것이 일상이 되는 특별한 여행이다. 그래서 아침에 해뜨고 해지는 모습, 밥먹고, 사람들 만나는 평범한 생활속에 새로움이 첨가되는 장소가 순례길이다.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길을 나서면 제일 먼저 마주하는 장면은 해가 떠오르는 일출이다. 비행기를 환승하기위해 도착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활주로 건너편에서 떠오르는 해도 보았고, 피레네를 비춰주는 햇빛이 가득한 아침의 모습도 보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만보고 가기때문에 일출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 왜냐하면 걷다가 뒤를 돌아봐야 지평선에 걸쳐진 해를 볼 수 있는데 그저 앞만보고 걷기때문이다.


순례길에서 가장 멋진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을 꼽으라면 메세타평원 지역일 것이다. 피레네를 넘을때는 뒤에 산이 있어 해뜨는 순간을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 설사 해뜨는 풍경을 본다고 해도 산위에 걸치는 모습이라 환하게 동튼 후 아쉬운 느낌만 가질 뿐이다. 하지만 메세타 평원은 끝없는 평원위에 동그랗게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할 수 있다.



"당신이 뒤돌아볼 잠깐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높은 산도 없고, 밀밭이 가득한 평지에서 보는 일출은 바다위에서 바라보는 일출가 다르지 않다. 부르고스를 지나면서 일부러 일출과 깨끗한 하늘에서 은하수를 보기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걸은적이 있는데 구름끼고 흐린 날이어서 은하수와 일출을 놓친 경험이 있었다. 다시 한 번 폰세바돈을 넘어갈 때 시도하였고 마음에 드는 은하수와 일출을 만났다. 같은 하늘위에서 바라보는 일출이지만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맑은 하늘에 붉고 푸른빛이 그라데이션처럼 칠해진 풍경부터 음침한 구름의 모습뒤로 햇빛이 퍼져 나오는 아침의 풍경까지 날마다 다른 모습을 조우했다.


나는 걷다가 가끔 뒤돌아 본다. 앞만 보고 걸으면 길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뒤에서 보는 풍경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르막을 오르거나 내리막길에서 자주 뒤돌아 본다. 그러면 생각하지도 못했던 모습을 마주했을때 느끼는 희열은 꽤나 달콤하다.


아침 일출이 시작될때 일행들에게 항상 얘기했었다. 뒤돌아 보라고, 그리고 일출 풍경을 보라고... 한 두번은 뒤돌아 일출을 보더니 그 이후에는 뒤돌아 보지 않는다. 같은 일출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난 매일 다른 아침을 맞이하고 다른 일출의 모습을 본다고 생각한다. 오늘이 어제와 같지 않고 마을 풍경이 다르기 때문에...


메세타를 벗어나 산을 넘어 갈리시아 지방에 들어서면 들판에 뜨는 해를 보기 어렵다. 언덕과 산이 이어진 지대이다 보니 일출 보다는 새벽 여명의 시간을 본다. 붉은 빛이 푸른색으로 변하는 그러한 하늘의 모습을 말이다. 그리고 안개 자욱한 아침이거나 낮게 구름이 깔린 순례길을 걸어갈 때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아침 일찍 나섰기에 마주할 수 있는 모습이다.


늦게 길을 나섰더라면, 볼 수 없는 장면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것 같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순례길을 나서면서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일출과 안개 낀 풍경은 얻었지만 사람이 만들어낸 문화유적은 볼 수 없다. 그래도 나는 만족한다. 이곳에 와 있고, 내가 느낄 수 있기에...


길을 걷는 순례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앞만 보고 가지 말고 가끔은 뒤돌아 보세요 !


아직 멀었다는 생각보다 내가 이만큼 걸어왔다는 생각이 들겁니다. 그리고 보지못한 순


례길의 풍경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CJ, 중앙일보 인수전 막판 등판…이재현의 투자 공식과 다른 세 가지 변수

    CJ, 중앙일보 인수전 막판 등판…이재현의 투자 공식과 다른 세 가지 변수

    예비입찰에 불참했던 CJ그룹이 중앙일보 본입찰을 사흘 앞두고 다우키움그룹과 공동 인수를 추진하면서 막판 행보를 바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재현 회장의 기존 투자 결정 패턴에 비춰 새로운 제안이나 거래조건 변화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다우키움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오는 19일 중앙일보 인수 본입찰에 참

    2
    정의선 6년,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현대차 밖' 성장…현대제철·현대캐피탈 해외 확장

    정의선 6년,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현대차 밖' 성장…현대제철·현대캐피탈 해외 확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취임 6년 동안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주요 계열사의 사업구조도 달라졌다. 완성차 생산과 판매를 지원하던 계열사들이 외부 고객과 독자적인 시장을 확보하면서 그룹의 수익 기반을 넓히고 있다.14일 취임 6주년을 맞은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 주목할 변화는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가 새로운 성장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정몽구 명예회

    3
    정의선 6년, 현대차그룹 '추격자의 문법' 바꿔…공장, AI·로봇 키워

    정의선 6년, 현대차그룹 '추격자의 문법' 바꿔…공장, AI·로봇 키워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취임 6년의 핵심 변화는 자동차 제조기반의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는 데 있다. 기존 공장과 공급망을 인공지능(AI)·로봇 기술의 실증 및 사업화 기반으로 활용하면서 자동차 중심의 산업구조를 확장하고 있다.14일 취임 6주년을 맞은 정의선 회장은 2020년 10월 14일 정몽구 명예회장으로부터 그룹 경영을 이어받았다. 정몽구 체제가

    4
    SK하이닉스 솔리다임, 美 로비 2022년 종료 신고…신설법인은 해외투자 규제 대응

    SK하이닉스 솔리다임, 美 로비 2022년 종료 신고…신설법인은 해외투자 규제 대응

    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플래시 사업이 법인 재편을 거치면서 미국 정부 대응체계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과거 로비업체의 활동 종료 신고가 확인된 가운데 올해 신설법인이 체결한 계약에는 해외투자 규제 준수가 공식 의제로 등장했다.16일 토요경제가 미국 연방의회 로비활동 공개시스템(LDA)과 SK하이닉스 공시를 분석한 결과, SK하이닉스(대표이사 곽노정)의 미국

    5
    산은캐피탈·고팍스도 침해사고…금융사 130곳 보안관리 미흡

    산은캐피탈·고팍스도 침해사고…금융사 130곳 보안관리 미흡

    산은캐피탈과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에서도 침해사고가 확인됐다. 금융권 전반으로 사고가 확산하는 가운데 금융회사 자체점검에서도 보안관리 미흡 사례가 대거 드러났다.1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는 전날 오후 신진창 사무처장 주재로 '제2차 긴급 상황대응 회의'를 열고 금융권 침해사고 조사 결과와 보안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금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