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3월의 세금폭탄'…근로자 분노는 폭발직전

산업 / 송현섭 / 2015-01-23 15:09:32

[토요경제=송현섭 기자] 해마다 연말연시가 돌아오면 근로자들은 연말정산을 준비한다. 1년간 신용카드 사용내역도 꼼꼼히 체크하고 그동안 들었던 의료비나 교육관련 지출내역 등 증빙서류도 챙기기 바쁘고 공제항목에서 중복되거나 빠진 것은 없는지 국세청에 간이세금 조회도 하면서 말이다.


사실 근로자 입장에서 매달 붙은 세금은 불만이지만 매월 지급되는 급여에 대해 회사에서 원천 징수하는 근로소득세가 과세하는 정부의 세수관리 측면에서 보면 정말 효자다. 교과서적으로 보면 세금은 반대급부 없이 정부의 예산수요에 맞춰 걷어 가는 금전급부가 아닌가?


월급통장과 급여명세표를 들여다보면서 피땀을 흘려가며 번 근로의 대가에 과감하게 세금을 붙이는 것이 야속하다가도 연말정산이 있어 행복하다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기에 '13월의 보너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지만, 올해는 '13월의 세금폭탄'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평범한 근로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덜 내고 덜 돌려받는'식으로 세제가 개편돼서 고소득 근로자를 제외하면 세부담이 줄었다고 하지만 당장 연말정산을 해서 환급액이 거의 없어지거나 오히려 세금을 더 내야 하는 많은 근로자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세금 걷기가 부담스러운 정부가 눈치를 보면서 개편한 세제가 그동안 말없이 꼬박꼬박 세금을 물어온 평범한 근로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나온 대책이란 것이 올해 연말정산은 그대로 하고 내년부터 조정하자는 것인데, 구렁이 담 넘어가듯 미봉책을 내놨다는 비난이 뒤따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의 세수 목표치 충족을 위해 마련된 세제가 과연 어려운 근로자들의 주머니 사정과 경제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느냐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서 국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한다는 미명으로 담배가격을 크게 올렸다. 소기의 성과를 거뒀는지 잘 모르겠지만 흡연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많은 국세부담까지 주면서 세수 확보에 열을 올린 것은 아닌지.


연말정산 역시 세수증대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아니라고 과연 장담할 수 있는지.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란 고사가 있다. 중국의 성현 공자가 어느 날 아버지와 남편, 아들까지 3대에 걸친 호환(虎患)을 당한 산골 오지의 과부를 만나 "왜 이렇게 위험한 곳에 사느냐. 사람들이 많이 있는 안전한 마을에 사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나온 과부의 대답이 그야말로 걸작이다. "이곳에서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결국 공자는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얘기를 남겨 수천년이 흐른 지금까지 전해온다. 이를 역으로 말하자면 사람 잡아먹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 가혹하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올해 바뀐 연말정산을 놓고 세금 부과의 당위성만 역설하는 정부와 현실을 외면하고 세금 걷기에만 골몰한다는 생각을 가진 납세자들의 주장은 팽팽하기만 하다.


우리나라에는 유달리 독특한 세제가 많은데 근로소득에 세금을 붙여 원천 징수하는 것이 그 하나이고,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유류제품 가격에 붙이는 세금이 절반에 이른다는 것도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간접세 비중도 높아 상품이나 서비스 유통단계마다 붙는 부가가치세, 사람 수만큼 내는 주민세, 집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소득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부과하는 재산세 등등. 납세자 입장에서 도저히 납득하기 곤란한 부분이 너무나 많다.


다만 납세자인 일반 국민들이 알기 어렵게 이상한 세법을 만들어낸 고상한 법조인과 정치가, 관료, 전문가들의 손길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조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 '형평성에 맞춰 부과한다' 등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자칭 타칭 원칙주의자로 불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해도 가혹한 세정이 멈춰지지 않는 것은 또 다른 아이러니 아닐까 싶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송현섭
송현섭 안녕하세요. '토요경제' 송현섭 입니다.
기자 페이지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증권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에 나선다. 1차 조기 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영업점과 증권사 온라인 채널의 역할 차이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9월 3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10영업일 동안 판매된다. 모집액은 6000억원으로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기에 판매를 끝낼

    2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3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제과업계가 ‘가격저항의 덫’에 갇혔다. 원재료와 물류비가 뛰어도 가격을 올리면 생활물가 부담이라는 비판을 받고, 가격을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이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꼼수인상)’ 논란에 휩싸인다. 가격과 중량을 모두 유지하면 결국 회사가 비용을 떠안아 수익성이 악화한다. 해태제과·크라운제과·오리온 국내사업의 상반기 수익성은 이 딜레마

    4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논의가 주관사 경쟁 단계로 구체화됐다. AI 데이터센터용 eSSD 시장의 성장 기대가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실제 기업가치는 솔리다임 단독 실적과 수익성이 얼마나 확인되느냐에 달려 있다.27일 로이터와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등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최근 미국 투자은행들과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진행

    5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대통령이 멕시코 국빈방문에서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재개를 공식 제안했다. 7년을 끌어온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을 마무리하고 1억달러 규모 정책금융과 원유·핵심자원 협의 채널도 새로 마련했다. 멕시코에 진출한 560여 한국 기업에는 북미 공급망 재편에 대응할 제도적 기반이 넓어진 셈이다. 다만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 결과가 향후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