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생각은 죽지 않는다’

산업 / 김형규 / 2015-05-05 09:48:14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틀렸다

[토요경제=김형규 기자] 2011년 출간된 니컬러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The Shallows’은 우리 사회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인터넷이 우리가 생각하고 읽고 기억하는 방식을 모조리 나쁜 쪽으로 바꾸고 있으며 심지어 뇌구조까지 바꾼다고 주장하는 이 책 이후로, 디지털 기술이 일종의 디지털 치매를 유발한다거나 인류의 생각하는 능력을 갉아먹는다는 이야기는 마치 정설처럼 굳어져버렸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 반기를 드는 인물이 등장했다. 기술 과학 분야의 베테랑 저널리스트 클라이브 톰슨은 신작 ‘생각은 죽지 않는다 Smarter than you think’에서 기존의 통념을 완전히 흔들어댄다.

새로운 기술이 우리의 사고 패턴을 바꾼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좋은 쪽으로 바꾸는가, 하는 점이다. 저자는 이 물음에 낙관적인 쪽으로 표를 던지며, 우선 글쓰기부터 인쇄술, 전신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술적 혁신이 우려를 자아냈던 웃지 못 할 역사를 소개한다. 특히 글쓰기가 그리스의 웅변술 전통을 파멸시킬 것이라 경고했던 소크라테스 등 염세주의자들을 불찰을 지적한다.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이 어떤 사실을 기억하지 않고 적으려고만 한다며 걱정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마주치는 것들을 머릿속에 저장할 필요가 없어졌을 때 비로소 복잡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소크라테스가 보지 못했던 것 같다고 일갈한다.

소크라테스의 우려는 오늘날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하고, 검색이 일상화되고,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되면서 우리가 갖게 된 두려움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인류는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그것에 훌륭히 적응했고 새로운 툴의 사용법을 터득했으며, 옛것의 장점은 그대로 유지했다.

저자는 이런 맥락에서 최근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이 가진 특성 여덟 가지를 하나하나 짚어보며 그것이 인간 정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많은 사례를 들어 치밀하게 분석한다. 그중에는 깨어 있는 매 순간을 디지털 기록으로 남긴 덕분에 산만한 습성을 보완하고 생산적인 아이디어에 집중할 수 있었던 76세의 백만장자도 있고, 온라인 여론을 조성해 유독성 화학 물질을 뿜어낼 것이 분명한 16억 달러짜리 구리 공장의 착공을 백지화시킨 중국 학생들도 등장한다. 한편 10년 동안 에이즈 치료법에 매달려온 과학자들을 괴롭힌 수수께끼를 협업적 게임으로 만들어 한 달 만에 풀어낸 전문가와 아마추어 집단도 있다.

머지않아 인류는 스마트 시대를 넘어 인공 지능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를 벌써부터 염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암울한 시나리오만이 능사일까? 이 책의 저자 이야기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새로운 사고 툴의 사용법을 이해하려면 비판적인 시각과 아울러 호기심과 실험 정신을 갖춰야 한다.” 이 책은 그야말로 인터넷 시대가 인간 정신을 어떤 식으로 확장시켰는지를 집대성한 최초의 보고서인 동시에 디지털 기술에 따른 생각의 미래를 가늠하도록 해주는 유일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 클라이브 톰슨
출판사: 시공사
가격: 1만 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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